박진-김두관 해임건의안 가결, 차이점은?…‘金 자진사퇴’ [옛날신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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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김두관 해임건의안 가결, 차이점은?…‘金 자진사퇴’ [옛날신문 보기]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2.10.06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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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이후 4번째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가결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20년만에 돌려드렸다”
이현종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 발의, 근거 빈약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김유종 기자
지난달 29일 민주당이 발의한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시사오늘>은 2003년에 있었던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발의 당시 상황을 함께 살펴 비교해봤다. ⓒ 시사오늘 김유종 기자

지난달 26일 MBC에서 윤 대통령 미국 순방 중의 영상이 보도되고 논란이 있었던 다음날인 27일 민주당 169명 의원 전원이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안을 건의했다. 2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선 재석 의원 170명 중 찬성 168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됐다. 국민의힘·정의당·시대전환 소속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해임건의안 발의 이유로 5가지를 들었다. △영국 런던 방문 시 ‘조문 없는 조문 외교’ 논란 △해외 순방 전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한·미, 한·일 간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 발표했으나 진행되지 않음 △윤석열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 및 해당 발언의 국내외 언론 전파 △지난 8월 펠로시 미 하원의장 방한 당시 IRA 처리에 대한 정부 입장 설명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음 △지난 6월 나토정상회의 사전답사 당시 ’비선외교’ 문제 등이다.

민주당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 윤석열 대통령 외교안보라인의 전면적 쇄신 촉구와 함께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을 건의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가 정회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가 정회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박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국정감사 첫날이었던 지난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대상 국감에서 야당이 박 장관의 국감장 퇴장과 장관직 사퇴를 요구해 개의 약 30분 만에 정회되는 등 여야가 강대강으로 대치하는 모습이 보여지기도 했다. 

민주당 외통위 간사 이재정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빈손외교, 굴욕외교 심지어 막말외교에 대한 국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정권에 기대감도 바닥에 떨어진 상태”라며 “의회주의를 존중해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을 받아들이고 박 장관에 대한 회의장 퇴장을 요구하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이번 해외순방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돌아왔다”며 “외교수장인 박 장관이 이 자리에서 우리 외교정책과 또 이번 외교 순방에 대한 내용을 소상히 국민들에게 설명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퇴장 반대를 주장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 우려 해소를 위해 한국과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친서를 받은 사실을 5일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순방 전후로 한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외교 참사’ 논란에 선을 그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헌법 제63조에 명시된 국회 권한으로, 재적 의원 3분의 1(100명) 이상 발의와 과반(150명) 찬성으로 의결된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해임되지 않는다.

국회에서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건 지난 1987년 체제 이후 4번째다. 2001년 국민의정부에서 한나라당이 임동원 당시 통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발의 통과됐고, 지난 2003년 참여정부에서 한나라당에서 발의한 김두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안도 가결됐다.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은 가결됐으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은 2003년 김두관 당시 행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발의될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박진 장관의 발언을 들고 나왔다. 현재 21대 국회의원이자 참여정부에서 행자부 장관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년 만에 돌려드렸다”며 19년 전 이야기를 꺼냈다. 

김 의원은 “2003년 9월 4일 한나라당은 단독으로 김두관 행자부장관에 대한 해임안을 가결처리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 바로 박진 외교부장관이다. 해임안이 통과되자 박 대변인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승리’라고 논평했다”며

“당시 나의 해임은 누가 봐도 부당하고 정치적인 것이었지만 나와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요구를 받아들였다. 박진 장관께 그대로 돌려드리며 인간적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것 또한 정치다”라고 전했다. 

 

2003년 9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취임 초부터 삐그덕

노무현 전 대통령 ‘해임결의 거부’ 의사에도 김 전 장관 자진 사퇴로 일단락


2003년 9월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무현대통령이 행자부장관 국회 본회의 해임결의안 처리에 대한 입장을 말하는 동안 김두관 행자부장관이 노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3년 9월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행자부 장관 국회 본회의 해임결의안 처리에 대한 입장을 말하는 동안 김두관 행자부장관이 노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9월 3일, 김두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의결하는 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나타나지 않은 것과 같이 2003년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국회는 한나라당 154석, 새천년민주당 101석, 자민련 11석인 상황이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 160명이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가 열렸으며 그중 찬성 150표, 반대 7표, 기권 2표, 무효 1표로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다. 

해임건의안 통과 전의 상황을 살펴보면 김두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은 취임 초기인 3월부터 도덕성 시비가 일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적이 있음을 문제 삼으며 해임건의안을 올리기도 했다. 

몇 달 뒤인 7월, 여당인 민주당에서 김두관 당시 행자부 장관과 윤진식 산자부 장관의 해임안을 검토하는 일이 있었다. 

민주당은 31일 전북 부안군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 논란과 관련해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과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키로 했다. 여당이 각료의 해임 건의를 검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중략)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이날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평화적 집회를 하고 있던 부안 군민들에게 무자비한 공권력을 휘두른 행자부 장관과 현금 보상 등을 거론하며 무분별한 설득작업을 벌인 산자부 장관에 대해 당 차원에서 해임건의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 2003년 7월 31일 <동아일보> ‘민주, 김두관 행자부-윤진식 산자부 해임안 검토’

보도 다음날 “추미애를 피하라”는 문화일보 기사가 나왔다. 이상수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이 “집권 여당인데 우리가 정부에 표출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해임요구 발언 등을) 쉽게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8월 4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200여 명이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간판을 떼 가거나 한나라당 광주지부 앞에서 시위하는 등 소란이 있었다. 당시 대학생들은 ’6·15 선언조기 정착‘ ‘평화통일’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8월 8일엔 한총련 소속 대학생 400여 명이 한나라당 원주지구당 사무실을 습격해 기물을 파괴한 뒤 인근 미군부대인 캠프 롱으로 옮겨가 기습 시위를 벌였다. 한나라당은 이에 김두관 당시 행자부 장관의 책임을 물었다. 이때 한나라당의 대변인이 지금의 박진 외교부 장관이었다. 

한나라당은 9일 한총련의 미군부대 기습점거 및 한나라당 지구당 시위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는 한편 행자부 장관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중략)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관련 상임위 소집 등 국회차원의 대응에 나서는 한편 행자부장관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박진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노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무리한 한총련 합법화를 추진한 결과 한총련이 또다시 준동하는 것”이라며 “미군부대와 제1야당이 이적단체로부터 습격을 받도록 방치한 데는 검찰과 경찰 등 관련기관은 물론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2003년 8월 9일 <문화일보> ‘한나라당 대통령책임론 제기

여야 정치권은 이날 한총련 학생들의 미군사격 훈련장 난입 및 장갑차점거 시위에 대해 "시대착오적 학생운동"이라며 엄정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략) 

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대철 대표는 고위당직자회의에서 "한총련 폭력 시위사태에 대해 국민들이 매우 놀라고 걱정하고 있어 유감스럽다"며 "시대착오적인 학생운동의 방향이 온전하게 자리잡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략) 

이날 국회 법사위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출석시켜 한총련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며 강하게 질타 했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한총련 반미시위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한 뒤 "법무, 행자부장관과 검찰총장, 경찰청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 2003년 8월 11일자 <한국경제> ‘한총련 해법’ 청와대-정치권 충돌

당시 박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한총련 학생들에게 미군사격장 인근에서의 집회 허가를 내준 것 자체가 잘못이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자신이 한총련 문제에 대해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해 이번 사태를 초래한 책임이 있다”며 “원인 제공은 대통령이 했지만 행정적으로 담당 부서의 장인 행자부 장관에게 책임을 묻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한나라당은 한총련과 관련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김두관 행자부 장관에 대해 책임을 묻고 2003년 8월 21일 경까지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한나라당은 한총련과 관련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김두관 행자부 장관에 대해 책임을 묻고 2003년 8월 20일 경까지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당 내부에 이견이 있어 미뤄진다. 

남경필·박근혜 위원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행자부 장관 하나에 집착하지 말고 국회를 통해 관계 장관의 의견을 들어보고 4자 회담 및 국정 쇄신에 대한 대통령 의견도 듣고 결정하자”고 말했다. (중략)

신경식·이해구 위원은 “의원총회 결정사안에 대해 여기저기서 한 두마디 나왔다고 재론하면 국민은 물론 당원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우왕좌왕하면 손해볼 수 있다”고 가세했고, 양경자 위원은 “북한이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불참을 통보하는 것을 보면 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해야할 당위성이 있다”고 말했다. 

찬반론이 맞서자 최 대표는 “원내대책회의나 의원총회에서 논의해 이의가 없다고 해서 결정됐다면 당론으로 정해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정치환경이 과거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게 어렵게 돼 있는 만큼 19일 의원총회를 통해 전체 흐름을 잡아가자”고 마무리했다.

- 2003년 8월 18일자 <한국경제> ‘野, ‘金행자 해임안’ 19일 결론…찬반론 맞서·의총열어 黨論결정’

당시 경찰이 한나라당 일부 의원을 상대로 해임안 처리 반대를 위한 개별 설득을 벌였다는 보도가 나와 로비 의혹이 일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5자 회동을 갖고 해임안을 논의하기로 계획하는 등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도대체 나는 그(해임건의)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국회가 국민을 위해 권능을 행사하는지, 정부를 흔들기 위해 집단 편짜기를 할지 국민들이 지켜볼 것”이라고 말하며 비판적 입장을 내보였다. 하지만 결국 9월 3일 해임건의안이 통과된다.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직후인 9월 4일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은 부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신중히 고심한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이 자진사퇴하며 사건이 일단락된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해임건의안에 대해 행정부와 입법부 모두 신중했으며 논의부터 가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의 정치 상황과 사뭇 다른 점이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5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번에 민주당의 발의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은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 외교 참사 등을 들었는데, 현재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한일 간 공조가 진정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것이 한일 정상회담 성과 아닌가.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것을 보면 한미일이 공조해하고 있다. 상황을 보면 해임건의안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논설위원은 “참여정부 당시 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물러난 것은 한총련 학생들이 주한미군 기지에 들어간 것이 문제가 돼서 본인이 자진사퇴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초기였고 (사건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태까지 해임건의안은 많이 발의됐으나 통과된 것은 별로 없다”며 “해임건의안은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이다. 국민들을 설득하고 공감시키는 방식으로 해야하는데, 지금 상황은 힘 과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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