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무료급식소 차려지면 [김형석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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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무료급식소 차려지면 [김형석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2.10.0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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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 6개월 연속 적자 기록 …지난 5년간 국가부채 500조 원 늘어”
“총리·경제수석 모두 경제관료 출신…정치개입 배제하고 국민협조 끌어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 시사오늘 김자영 기자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정치권에서는 매일매일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난리를 친다. 대통령이 잘 못하고, 대통령실이 잘 못하고, 외교참사가 나서 나라가 위기란다. 다른 한쪽에선 지난 정권의 비리 감추기, 이재명 대표를 방어하기 위한 방탄 전략 때문에 위기라고도 한다. 나라가 위기 상황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의원들의 말과는 조금 다르게, 경제 분야에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 및 경상수지 악화, 재정 건전성 훼손, 환율 및 물가 상승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게 없다. 정상적이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총체적 위기다. 날마다 벌어지는 소란스러운 정쟁에 파묻혀 우리가 이 위기를 위기로 실감하지 못 할 뿐이다.

한숨 나오는 각종 지표

무역수지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적자 규모는 올해 480억 달러 가까이 돼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 8월 이후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섰을 것으로 추계했다. 경상수지는 한 나라가 해외에서 얼마나 돈을 벌었느냐를 나타내는 것으로 상품수지(무역), 서비스수지(여행·운송), 소득수지(배당·이자)로 구성된다. 얼마 전까지 정부가 무역수지 적자에도 불구, 다소 느긋한 모습을 보였던 건 경상수지가 그래도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나라 금고까지 바닥 나고 있다. 지난 5년간 국가부채가 500조 원이나 늘어났다. 경상수지와 함께 나라의 신용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게 재정상태다. 두 번의 위기를 그나마 넘길 수 있었던 것은 건전 재정의 뒷받침 덕분이었다. 외환위기 때와 금융위기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1%와 27%로 재정이 비교적 튼튼했다. 금융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정부가 신속하게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었다. 그래서 재정 건전성이 훼손된 지금은 경상수지 악화가 대외 신인도를 더욱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환율 부분에서는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2일에 이미 1400원을 돌파했다. 1400원을 웃돈 적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뿐이었다.

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례로 한 두달 전에 2500~3000원 하던 큰 무 하나가 5000원을 넘어섰다. 물가가 잡혀가고 있다고 하는 정부 일각의 주장에 상인들과 주부들은 코웃음 친다. 정부 발표 물가와 주부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항상 차이나지만, 시장에선 지금의 터무니 없는 물가가 내려가줘야 하는데 잘 돼야 고착화할 것 같다고 얘기한다.

대충만 훑어봐도 한숨 나오는 나라의 살림 모습이다.

환란, 그 비극의 추억

정치권과 정부가 이런 수치를 수시로 보고받으면서도 날만 새면 정쟁에 뛰어드는 까닭은? 여전히 ‘펀더멘털 망령’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20년이 넘도록 경제 분야 종사자들에겐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펀더멘털’이란 단어가 정치인들에겐 거꾸로 나라를 지켜줄 것이란 헛된 망령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외환위기가 닥쳐 IMF(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1997년. 그 해 중반께부터 외신은 줄기차게 한국경제에 경고음을 울려줬다. 내신들도 따라서 경제 위기를 경고했다. 항상 그렇듯이 위기를 감지하는 촉은 민간이 정부보다 훨씬 빨라 그 해 여름께부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정부도 몰랐을 리는 없었건만 안이한 상황 인식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채 긴급 대책 마련을 게을리했다. 심지어 고위 경제관료가 지방을 돌며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헛소리만 되풀이했다. 요즘 말로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에 빠졌었는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거짓말을 했었는지 모를 일이다. 

수많은 기업의 도산, 실업자 양산, 집계되지 않은 많은 가장들의 자살과 가정의 몰락 등 나라의 총체적 비극이 벌어졌다. 그러나 책임진 정치인이나 공직자는 없었다. 그 후에 눈길을 끈 고위 공직자에 대한 법원의 판결 요지. ‘정책 결정의 잘못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복지부동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국가의 길을 잘 못 인도한 고위 공직자에 대한 판결로서는 적절치 못 했던 것으로 평가한다. 대우받고 많이 누리는 고위 공직자에게는 반드시 더욱 큰 책임도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환란 때의 그 뼈저린 경험을 잘 복습한 덕분에 2008년의 국제 금융위기는 그나마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다. 이제 또 시간이 흘렀으니 슬슬 그 교훈을 잊어버릴 때가 된 건가?

철저히 준비하는 일본

엊그제 눈길을 확 끄는 일본 쪽 기사 하나가 사진과 함께 떴다. 우리 경제가 줄곧 그 뒤를 따라간다는 일본, 어렵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세계 3위 경제대국(2020년 명목 GDP 기준)의 얘기다.

도쿄 신주쿠의 도쿄도청 앞 노숙자 무료급식소에 직장인, 주부들도 함께 길게 줄을 섰다. 100미터쯤 되는 대기줄이 예닐곱 개 있었고 그 줄에 20, 30대 젊은이들과 신사복 차림의 직장인, 원피스 차림의 여성 등 노숙자 아닌 일반 시민 여럿이 섞여있었다고 한다. 엔화 약세, 물가 상승의 여파다.

일본은 여전히 우리보다 형편이 낫다. 그럼에도 불구, 외화 획득을 위해 획기적인 외래관광객 유치 대책을 내놓고 외국 관광에 나서는 사람들은 대폭 줄었다. 절약이 몸에 밴 이들은 저렇게 무료급식소도 찾는다. 경제 쓰나미에 대비하는 동작이 몸에 밴 일본인들이다.

정부. 국민이 허리띠 졸라매야 하지만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5.2% 늘어난 639조 원으로 잡았다. 6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고, 추경까지 포함한 전년도 총지출(679조5000억 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줄었다. 예산 감소는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일단 건전재정 기조로 편성된 셈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제 몫 챙기기 과정에서 또 어떻게 변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정부 경제팀은 꽤 막강하다. 국무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경제수석이 모두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정치 개입’만 배제하고 국민 협조만 잘 끌어내면 충분히 위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이 시점에서는 무엇보다도 수출 증대와 허리띠 졸라매기에 전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을 경제팀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쟁이 지속되는 국정감사장과 출국 관광객이 몰려드는 인천공항의 모습을 볼 때마다 전문성은 있으나 강골은 못 되는 경제팀에 못 미더운 눈길을 보내게 된다.

어쨌든 정쟁 끝에 나라 살림이 거덜 나 국회의사당 앞에 시민단체가 무료급식소를 차리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세비 충분히 받는 의원님들이야 갈 일 없겠지만 양복 입은 국회 직원들이 신주쿠 무료급식소 앞과 같은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는가…. 우리 서민들이 다시 금 모으기를 하는 날이 와서야 되겠는가?

김형석(金亨錫)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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