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역대 대통령 서면조사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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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역대 대통령 서면조사 [어땠을까]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2.10.08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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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9월 말 文 전 대통령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서면 조사 통보
“전직 대통령 질문서 발부 사례 있다”…1993년 노태우·1998년 김영삼 답변
2017년 이명박·2018년 박근혜·2022년 문재인, 질문서 수령 거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박지연 기자
<시사오늘>은 전직 대통령에게 감사원장 명의의 질문서를 발부한 사례를 살펴봤다. ⓒ 시사오늘 박지연 기자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8일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한 사실이 지난 2일 언론에 전해졌다.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 측에 전화로 관련 질문서를 방문해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구두로 수령 거부 의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언급하며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져 민주당 내에서 논란이 일자 감사원은 지난 2일 보도해명 자료를 내 “감사 수행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전직 대통령에게 감사원장 명의의 질문서를 발부했다”며 발부 배경을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질문서 발부 사례는 총 4건이다. 문 전 대통령 사례까지 합하면 총 5건이다. 감사원은 1993년 노태우 전 대통령, 1998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질문서를 보내 답변을 받았다.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질문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두 전 대통령이 질문서 수령을 거부했다. 

<시사오늘>은 전직 대통령에게 감사원장 명의의 질문서를 발부한 사례를 살펴봤다. 

1993년 문민정부서 율곡사업 의혹 관련 노태우 전 대통령 서면 질의

1993년 문민정부가 출범하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율곡사업 비리와 관련해 감사원 서면 질문서를 받았다. 당시 감사원장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였다. 

율곡사업은 박정희가 집권하던 1974년 수립된 계획으로, 무기 및 신형 장비 등을 통해 방위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만 해도 남한은 북한과의 전력 격차가 상당히 벌어진 상태였다. 12·12 군사 반란 사태로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고, 제2차 율곡사업(1982~1986년), 제3차 율곡사업(1987년~1995년, 기존 1992년에서 3년 연장)이 추진된다. 율곡사업으로 국군에 전력화된 무기들이 K-1 전차, K200 APC, F-16PB, KF-5 제공호, KF-16 등이다. 

율곡 사업에 투입된 비용은 1차에서 약 3조, 2차 약 5조 등으로 자금 규모가 컸던 만큼 사업 관련 비리, 의혹도 넘쳐났다. 당시 감사원은 전직 국방장관과 군고위 간부 등을 소환해 조사하고 전직 대통령의 계좌 내역 등을 들여다보는 등 조사 범위를 넓혔다.

감사원은 17일 평화의댐 및 율곡사업 차세대 전투기 특감과 관련,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게 최종 책임소재 규명을 위한 서면조사서를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감사관 2명이 16일 오후와 17일 오전 각각 연희동의 전 씨와 노 씨 자택을 방문, 서면조사서를 전달하고 1주일 내인 23일과 24일까지 답변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의 재임 시 결정 행위에 대해 국가 사정기관이 전임 대통령을 상대로 직접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략) 

감사원은 또 노 씨에 대해서는 7개 항에 걸쳐 △차세대 전투기 기종을 F18에서 16으로 변경하기로 결심한 시기와 그 동기 △기종 변경 당시 국방장관 등 국방 관련 고위직을 경질한 이유 △국방부에 보낸 기종 변경 지시문의 작성 경위 △당시 국방부 및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의 보고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 1993년 8월 18일 자 <동아일보> ‘전-노 씨에 서면조사서 감사원’

노 전 대통령 측은 △감사원법 감사 대상에 대통령 직무는 포함되지 않고 △대통령 소속 하의 감사원이 대통령 정책 결정 당부를 감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대통령의 소신있는 국정운영에도 부담이 된다는 입장으로 답변치 않겠다는 태세여서 감사원과 노 전 대통령 간 긴장이 고조될 조짐이다. (중략)

윤은중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 회신문에는 답변서를 보내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으며 첨부된 차세대 전투기 기종 결정 경위에 대한 설명서에도 질문 사항의 중요 내용 중 상당 부분에 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며 “다시 일정한 기간을 정해 답변서 제출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 1993년 8월 27일자 <동아일보> ‘감사원, 노 씨 고발 등 검토’

노 전 대통령은 답변 제출과 함께 ‘한국 전투기 기종 결정 경위’라는 제목의 해명서를 내 논란이 된 F16 기종 결정에 대해 “관련 기관 간에 충분한 협의와 공명정대한 검토 절차를 거쳐 국익 차원에서 결론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감사원은 9월 경 감사 결과를 보고했으며, 이후 전반적 수사는 검찰이 맡았다. 

1998년 외환위기 사태 관련 특별감사…김영삼 ‘성실히 답변’

1997년 11월 21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 당시 정부의 외화 보유고가 바닥을 보이고 단기간의 기업 파산, 부도, 대량 실직이 일어나는 등 경제가 큰 위기를 맞았다. 

그해 12월 11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우리 경제가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YS는 “다음 정부를 맡을 대통령 당선자와 긴밀히 협의, 경제 회생과 국가 안보·민생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이후 IMF 외환위기가 촉발된 원인을 밝히기 위한 사정기관 조사가 시작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감사원 조사 대상에 올랐다. 당시 감사원은 김 전 대통령이 A4용지 18쪽의 답변서를 통해 비교적 구체적이고 성실하게 답변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특별감사를 받게 될 핵심 대상자는 고건 총리와 강경식 전 재경원 장관,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와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 수석 등 24명으로 잠정 선정됐으며 별도로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서도 서면질의를 통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 조사가 이뤄지면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직무와 관련, 사정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최초의 사례가 돼 주목된다. (중략) 

감사원 관계자는 김 대통령 조사 문제와 관련 “지난해 11월 당시 외환보유액의 허위 보고여부 등 핵심 의문사항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김 대통령의 증언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특감에 쏠린 국민적 관심과 의혹의 시선을 감안, 김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실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1998년 1월 25일 자 <경향신문> ‘김 대통령 서면질의 조사’

김영삼 전 대통령은 17일 감사원에 제출한 외환위기 특감 관련 서면답변서에서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경제의 취약점을 개선하지 못해 금융 외환위기가 초래된 데 대해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략)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외환위기 상황 보고, 기아사태 보고와 처리에 관해 감사원이 질문한 13개 문항에 대해 A4용지 18쪽의 답변서를 통해 비교적 구체적이고 성실하게 답변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 1998년 3월 18일 자 <동아일보> ‘“환란 초래 죄송” 외환위기 특감 관련 YS 서면답변서 제출’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 4대강 사업 관련 감사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 강의 유역을 정비하는 사업이었다. 사업 관련 감사는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걸쳐 네 번 이뤄졌다. 1차 감사는 2010년 1~2월, 2차 감사는 2012년 5~9월, 3차 감사는 2013년 1~3월,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 7월 3일부터 10월 25일까지 감사를 실시했다. 

지난 2일 감사원이 발표해 언급한 ‘전직 대통령 서면조사’는 2017년에 진행된 조사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이 전 대통령이 질의서에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1차 감사에서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해 “하상 퇴적토를 걷어내고 노후 제방을 보강하거나 신규 다목적댐 건설 등 차질 없이 시행될 경우 홍수방어능력이 크게 증대될 것(9.2억㎥)”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2차 감사에선 “설계부실로 총 16개 보 중 11개 보의 내구성이 부족하다(국토해양부)”며 “불합리한 수질관리로 수질악화가 우려되는 한편, 비효율적인 준설계획으로 향후 과도한 유지관리비용 소요 예상된다(환경부·국토해양부)”고 지적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3차 감사는 사업 완료 후 진행됐다. 당시 공정위원회가 2012년 입찰담합 처리를 임의로 지연하고, 국토부가 담합을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담합 발생 원인 규명 및 국민 의혹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2017년 문재인 정권에서 이뤄진 4차 감사에 대해 감사원은 “사업 종료 후 5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함에 따라 이를 종결지을 수 있도록 기존에 감사하지 않았던 4대강 사업 결정과정,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절차 및 사업집행에 이르기까지 사업추진 전 과정을 감사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이 지난 2018년 7월 4일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사업 관련 사안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왜 그런 지시를 했는지 직접 듣고자 했으나 감사원의 방문이나 질문서 수령 등 협조를 하지 않아 사유나 근거를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전해졌다.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질문서 전달…관련 보도 無  

감사원은 지난 2일 ‘전직 대통령 서면조사’와 관련한 보도 해명 자료에서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질문서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질문서 수령을 거부해 감사원은 기존 확보한 자료 등을 통해 감사 결과를 정리한 바 있다’고 밝혔으나 언론엔 국방과 관련한 비공개 사안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질문서를 전달했다는 사실만 알려졌다. 구체적인 경위나 입장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문재인, 서해 공무원 사건 관련 서면조사 거부…“대단히 무례”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28일 감사원으로부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서면조사 요청을 받았으나 거부 의사를 밝혔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지난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故 이대준 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다. 당시 민주당은 故 이대준 씨가 월북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월북 논란이 불거지자 해경은 중간수사 결과 발표 자리에서 “당시 이 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채무 총액·금융거래 내역 등 사생활 정보를 월북의 증거로 제시해 공개하기도 했다. 

유족은 ‘실종 당일까지 경제활동을 열심히 하던 사람이 갑자기 월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부에 진실 규명을 요구했다. 2021년 6월 유족 측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청와대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8월, 유족이 청와대에 사건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했으나 청와대는 한반도 평화 위협 및 국익 침해를 이유로 거부했다. 11월, 재판부는 故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해양경찰청장,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려, 국가 기밀 자료는 제외하고 공개하도록 판결했다. 해경과 청와대는 판결에 불복하고 즉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인권위는 지난 2021년 해경의 발표는 ‘고인의 인격권과 명예를 침해한 행위’라며 사과를 요구했으며, 지난 7월엔 유족이 ‘민주당 측 일부 의원이 월북을 인정하면 보상해주겠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해경은 정권 교체 이후인 지난 6월 “북한군에게 살해된 공무원의 월북 여부를 수사했으나 북한 해역까지 이동한 경위와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발표를 번복했다. 

검찰은 지난 8월 압수수색 대상에 박 전 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을 포함해 수사하는 등 관련 사건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관련 첩보 보고서 삭제 의혹’을 받고 있으며, 검찰은 해경이 중간 수사 결과를 번복한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사실관계 파악 취지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2일 “온갖 국가 사정기관이 충성 경쟁하듯 전 정부와 전직 대통령 공격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과 관련 사건에 대한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유착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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