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 대응책, 한미 통화스와프 대안 ‘FIMA 레포’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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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달러 대응책, 한미 통화스와프 대안 ‘FIMA 레포’ 부상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10.11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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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방어에 외환보유액 196.6억달러 감소
한미간 통화스와프 체결은 여전히 미지수
시장전문가들, ‘FIMA Repo’ 대안책 제시
기재위 한국은행 국감서도 대안으로 등장
이창용 총재 “필요하면 활용…아직은 아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400선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채권 등 시장전문가들은 고환율, 강달러 추세가 이어질 경우 1500선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1500선을 돌파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선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의 고환율은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 크다. 달러의 약강 여부를 보여주는 지표인 달러 인덱스는 100을 이미 넘어선 110선을 유지하고 있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달러 약세, 높으면 달러가 강세라고 보기 때문에, 현재의 달러 강세는 전 세계적 추세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외환당국도 지켜볼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기재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나 외환위기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국민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통화안정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는 공감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외환시장 안정에 유념하면서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지난 8월을 기점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확대된 것과 관련해 글로벌적 요인이 크지만,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 수요 등 국내 요인도 있는 것으로 봤다.

특히, 8월 중순 이후 △미국·유럽의 긴축 강도 강화 기대 △무역수지 적자 확대 등이 환율 상승압력을 증대시켰다고 분석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7월 말 4386억달러에서 8월 말 4364억달러로 22억달러 감소했다. 지난해 말(4631억달러)과 올해 7월 말 외환보유액을 비교하면 245억달러, 5.3% 감소한 것이다.

감소폭은 최근 대폭 확대됐다. 한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67.7억달러로, 전월 대비 196.6억달러나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 이후 역대 두번째 감소 폭이다.

한은은 최근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 감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통화안정대책으로 모니터링 강화를 진행하는 한편 통화스와프, 시장안정화 조치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이창용 총재는 이날 국감에서 “통화스와프는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일정 효과가 있다. 바람직한 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일 발표한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 추이.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지난 6일 발표한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 추이. ⓒ한국은행

경제 전문가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KIF) 박해식 선임연구위원은 외환당국 실개입을 통한 원화약세압력 완화보다는 외환보유액 축소를 최소화하면서 환율안정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 연구위원은 ‘환율안정의 필요성과 방안’을 주제로 한 논단에서 “외환당국이 원화약세 저지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화를 매도하면 외화보유액이 축소돼 외환시장이 더욱 불안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외환당국이 유사시에 활용할 수 있는 외화자금을 미리 확보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연준과의 통화스와프가 환율안정에 미치는 효과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미 확인된 바가 있다”라며 “이러한 측면에서 작년에 만료된 연준과의 통화스와프(600억 달러)가 재개되면 외환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경제 전문가들은 한미간 통화스와프 대안으로 FIMA(Foreign International Monetary Authority) 레포(Repo) 활용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FIMA Repo는 연준이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 국채를 담보로 달러화를 대출해주는 환매조건부 달러화 대출이다.

KIF 박 연구위원은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이 어려울 시 FIMA Repo 활용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중 절반 이상을 미 국채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FIMA Repo 활용 시 상당한 규모의 달러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박 연구위원은 내다봤다.

메리츠증권 이승훈 연구원도 FIMA Repo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연준은 이 기구(FIMA)를 뉴욕 연은에 계좌를 보유하는 외국중앙은행 등을 대상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대상 증권은 미 재무부의 재정증권, 중장기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 등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경우 FIMA Repo를 통화스와프 대안 창구로 활용해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한은을 대상으로 한 기재위 국감에서도 FIMA Repo가 거론됐다. 유동수 위원(더불어민주당)은 이창용 총재에게 활용 계획 여부를 물었다.

이에 이 총재는 “피마는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우리 상황이 그리 시급하거나 하지는 않다”면서도 “필요하면 나중에 활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당분간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오현희 연구위원은 “9월 중 스웨덴, 스위스, 영국 등 주요국들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강세기조가 지속됐으며, 통화약세 방어를 위한 외환당국 시장개입에도 효과가 미미했다”고 봤다. 그는 “달러화 강세를 제지할 요인이 현재로선 부재한 상황”이라며 “원/달러 환율의 상방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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