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뒷말 무성했던 대한생명 인수 스토리 [옛날신문보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한화, 뒷말 무성했던 대한생명 인수 스토리 [옛날신문보기]
  • 방글 자유기고가
  • 승인 2022.10.24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환위기 겪으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
“금융업만 있었어도 이런 수모 없었다”
김승연 회장, 대한생명 인수 집착
적자 기업 인수해 그룹 ATM으로 키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자유기고가)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할 당시 나왔던 특혜 의혹들을 당시 기사들을 통해 돌아본다. ⓒ시사오늘 김유종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할 당시 나왔던 특혜 의혹들을 당시 기사들을 통해 돌아본다. ⓒ시사오늘 김유종

M&A 승부사로 불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또다시 초대형 빅딜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최근 2조 원을 들여 대우조선해양 경영권 49.3%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김승연 회장은 오랫동안 M&A 귀재로 불렸다. 1982년 취임과 동시에 인수합병 시장에 큰손으로 등장했고, 한화그룹을 경영하는 40년간 크고 작은 M&A를 계속해왔다. M&A를 통해 한화그룹의 사업을 다각화하고 사세를 확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도 김승연 회장이 오랫동안 눈여겨 본 매물 중 하나다.

<시사오늘>은 2008년부터 이어져온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스토리를 돌아보고, 1982년부터 한화가 진행해온 대표 M&A를 통해 한화그룹의 성장과정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1997년 불어 닥친 외환위기로 한화의 인수합병도 잠시 주춤하는 듯 보인다. 오히려 손에 쥐고 있던 정유사업을 현대에 매각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5대 그룹사업구조조정의 일환이었고, 이를 통해 그룹 부채비율을 328%에서 255%까지 감축한다. 한화는 이 외에도 계열사 수를 37개에서 17개로 줄이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한다. 

하지만 의리를 중요시하던 그에게는 이 일이 수치스러운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직원 전원에 대한 고용승계까지 약속하고 정유사업을 현대에 넘겼지만, 직원들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는 데 대해 자책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김승연 회장이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한 이후, 스스로를 ‘가정 파괴자’라고 지칭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김 회장은 “계열사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뼈와 살을 깎는 아픔과 같다”며 “마취도 없이 한쪽 폐를 제거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1999년 5월 31일자 동아일보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1999년 5월 31일자 동아일보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마취없이 폐 잘라내는 심정" 
'구조조정 본보기' 한화 김승연 회장 고뇌 토로

"뼈를 깎는 것이 아니라 마취도 하지 않은 채 갈비를 들어내고 폐를 잘라내는 기분이었다."

강도높은 '백화점'식 구조조정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화그룹의 김승연(47)회장, 매각 합작 전략적 제휴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룹 부채비율을 950% 포인트나 낮췄지만 "구조조정을 '많이'했을 뿐 잘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9,30일 용인 한화콘도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기자단 세미나에 참석해 젊은 총수로서 짊어져야 했던 마음고생, 구조조정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향후 생명보험업 진출배경 등을 털어놓았다. 특히 경영난에 빠져 협조융자를 받으면서 경영권 포기 각서를 썼던 당시를 돌이킬 때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1999년 5월 31일자 <동아일보>

하지만 김 회장은 이 일을 계기로 금융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다시 M&A 시장에 뛰어든다. 

“삼성생명과 같은 금융 계열사가 있었다면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았을 거다”

이 때 김 회장의 눈에는 대한생명이 들어온다. 원하던 금융업이었고 기존에 한화에 없던 새로운 사업이며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만큼 대한생명의 상황이 여의치는 못했다. 누적 결손금만 2조 원이 넘었고, 부실금융 회사로 지정돼 3조5000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황이었다. 정치권에서는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는 특혜라고 공격했고, 내부 임원들은 인수를 반대했다. 이 외에 보험업법 허가요건 등 다양한 문제가 산재해있었다.

특혜 의혹의 근거를 당시 기사들을 통해 돌아봤다. 

#1. 정부는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을 지정해 자기 계열회사에 출자하는 비중을 25% 이내로 막고 있다. 한화가 출자총액 제한조치를 받지 않는 예외 인정분은 1조 969억 원에 달한다. 

"한화의 대생인수 정부 특혜"

정부가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와 관련, 인수자금과 회사채발행에 대해 특혜를 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김부겸 의원은 24일 금융감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는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을 지정해 자기 계열회사에 출자하는 비중을 25% 이내로 막고 있으나 한화는 출자총액에서 적용제외 및 예외인정을 해준 금액이 1조969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대표적인 예외인정 항목은 구조조정으로 6천186억원에 달하며 이는특정회사가 생존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 까지 출자총액제한에서 예외로 인정해주는 것은 특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화가 대생을 8천236억원에 인수하게 된 것은 결국 정부의 이러한 출자총액제한의 특혜조치로 가능했다"며 "현재 한화의 자기계열사 출자비율은 76.7%에달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한화는 올해 5천억원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대한생명인수를 위한 자금"이라며 "이 회사채의 용도는 신규운영자금조달 목적이었는데 금감위는 이 자금이 목적대로 쓰였는지 확인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2002년 9월 24일자 <연합뉴스>

#2. 금감원이 정한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회사이거나 주 채무계열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부채비율이 200% 이하여야 한다.하지만 한화그룹의 2001년 기준 부채비율은 232%다. 당시 김정부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실제 부채비율은 442%로 분석됐다. 

#3. 한화증권이 대주주로 있는 한화파이낸스의 2001년 말 누적 결손은 653억 원으로 자본 잠식 상태다. 한화파이낸스의 부실이 한화증권에 영향을 미치고, 이 여파는 대한생명에까지 미칠 수 있다.

"한화, 부채비율 442%…대생인수 특혜"-국감

한화그룹의 부채비율이 442%에 달해 대한생명를 인수하면 동반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김정부 의원은 1일 예보에 대한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한화그룹의 실제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442%에 달한다"며 "연결재무제표에 근거해 계산하면 통상 알려진 부채비율 232%에 비해 두 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한화그룹의 연결재무제표 상 총부채는 6조5791억원이며 자기자본은 1조4898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화 그룹의 부채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대한생명을 인수한 후 동반부실화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의원은 "한화그룹은 충청은행 및 한화종금, 한화파이낸스 등 금융계열사에 대한 경영실패 경험이 있다"며 "도덕성과 회계투명성이 결여된 한화그룹에 대생을 매각하는 것은 '고양이에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보의 이사 및 감사 임명권을 적극 활용해 대한생명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불법적인 자금거래를 차단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2002년 10월 1일자 <머니투데이>

이 외에도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에 대한 각종 특혜의혹은 계속된다.

#4. 정부는 ‘5대그룹의 신규 사업 진출 강력 제한’이라는 명목으로 LG와 롯데의 입찰참여를 제지한다.

한화 대한생명 인수, 정권의 선물인가?

한화가 대한생명 인수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한화그룹이 가장 어려운 시기였던 지난 99년부터다. 대한생명 2차 입찰신청 마감일인 1999년 6월7일, 김승연 회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위원회를 직접 찾아가 입찰서류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자 재계 일각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정부가 재벌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재벌들의 신규사업진출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한화 김승연 회장의 발빠른 행보와 자신감은 정부와 한화간의 '밀월설'을 뒷받침했다. 특히 대한생명 1차 입찰에 참여했던 LG, 롯데 등 재벌기업들에 대해 재정경제부 쪽이 "5대그룹의 신규사업 진출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참여에 제동을 걸자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2002년 10월 5일자 <오마이뉴스>

한화는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호주 맥쿼리생명, 일본 오릭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한다. 사진은 예금보험공사와 한화컨소시엄이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본계약 서명식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늇,
한화는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호주 맥쿼리생명, 일본 오릭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한다. 사진은 예금보험공사와 한화컨소시엄이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본계약 서명식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5. 한화는 1998년 한화종금을 정리할 당시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전력 때문에 입찰에 탈락한다. 하지만 일본의 오릭스, 호주 맥쿼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입찰에 나선다. 컨소시엄에는 한화석유화학과 한화종합화학, 한화유통, 한화증권 등 한화그룹 계열사가 60%, 일본 오릭스 33%, 호주 맥쿼리은행 7% 등의 비율로 참여했다. 이 때 마지막 경쟁자였던 미국 메트라이프가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대한생명은 한화의 손으로 넘어간다.

대한생명 한화 계열사 공식 편입

한화그룹은 지난해 인수한 대한생명과 신동아화재[00370], ㈜육삼시티가 계열회사로 공식 편입됐다고 3일 밝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날 "이들 3개사의 계열사 편입을 요청하는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 공정위로부터 신고서가 수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화 계열사는 종전의 29개사에서 32개사로 늘어났다.

한화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대한생명 지분 51%(한화 계열사 지분 30.5%)를 인수했으며, 대한생명은 신동아화재 지분 66.7%, ㈜육삼시티 지분 100%를 갖고 있다.

-2003년 2월 3일자 <연합뉴스>

2005년,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맥쿼리생명과 이면계약을 맺은 사실이 밝혀지며 김승연 회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다.ⓒ연합뉴스
2005년,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맥쿼리생명과 이면계약을 맺은 사실이 밝혀지며 김승연 회장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다.ⓒ연합뉴스

그해 12월, 호주 맥쿼리는 대한생명 지분을 한화건설에 전량 처분한다. 매각 가격 역시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한 가격에 1년치 이자를 더한 금액 수준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대한생명 인수를 둘러싼 비리 의혹은 계속된다.

2005년에는 한화가 맥쿼리생명과 이면계약을 맺은 사실이 밝혀지며 김승연 회장은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는다.

이면계약에는 한화가 맥쿼리 생명의 대한생명 인수자금 전액과 입찰 참여에 따른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맥쿼리생명은 대한생명 지분 인수 1년 뒤 한화가 지정하는 회사에 주식을 모두 매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수 자격이 없는 한화가 이면계약을 통해 맥쿼리생명을 끌어들였고, 결과적으로 대한생명을 인수할 수 있었다는 게 밝혀진 셈이다.

검찰은 한화를 ‘위계에 의한 입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무죄 판결했다. 다만, 전윤철 당시 재경부 장관에게 뇌물 15억 원을 건네려한 혐의를 받은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 한화 대생 인수 '무죄' 확정

대법원이 대한생명 인수과정에서 '한화그룹이 파트너인 맥쿼리와의 이면계약을 체결, 예보와 공자위를 기망했다'는 입찰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검찰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로 최종 확정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에 대해 한화그룹은 "그 동안 제기된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과정 의혹에 대해 법원이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대한생명 인수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한 예보의 주장은 법률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음이 명백히 밝혀지게 됐다"면서 "예보는 무의미한 국제중재 신청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당초의 계약을 성실히이행 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06년 6월 16일자 <한국경제TV>

그로부터 또다시 1년, 이번에는 일본의 오릭스까지 대한생명 지분을 한화에 넘기면서 한화그룹계열 5개사는 대한생명 지분 51%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거듭난다.

한편, 대한생명 인수 직후 김 회장은 당시 맡고 있던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대한생명 경영 정상화에만 전념한다. 김 회장이 무보수로 대한생명 대표이사로만 일한기간은 2년. 이 기간 동안 김 회장은 보험설계사와 임직원을 직접 만나는 등 적극적인 현장 경영을 펼친다. 

이를 통해 인수 당시 2조3000억 원의 손실을 내던 대한생명은 6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또, 2010년부터는 연평균 4000억 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 내 대표 캐시카우로 자리잡는다. 

2002년 29조 원 수준이던 대한생명의 총자산은 2021년 말 기준 129조 원으로 100조 원 늘어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