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친환경?’…시멘트업계, 중금속 불법처리 의혹 일파만파 [국정감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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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친환경?’…시멘트업계, 중금속 불법처리 의혹 일파만파 [국정감사 2022]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10.18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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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정치권에서 불거진 국내 시멘트업체들의 염소더스트(중금속 함유 분진, 지정폐기물) 불법처리 의혹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산업폐기물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인 만큼, 최근 친환경 기업을 표방하던 시멘트사(社)들의 이미지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 출석한 환경부 산하 기관장들을 상대로 쌍용C&E(쌍용씨앤이, 구 쌍용양회), 삼표시멘트,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시멘트업체들이 염소더스트를 불법처리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환경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선 노 의원은 "시멘트 공장별 염소더스트 유해물질 지정폐기물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쌍용C&E, 삼표시멘트의 염소더스트 발생량, 처리량 실적이 전혀 없다. 지정폐기물은 반드시 처리장으로 보내서 폐기하게 돼 있다. 이건 주무관청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쌍용C&E, 삼표시멘트가 염소더스트 발생·처리를 관계당국에 제대로 보고하고 있지 않음에도 환경부에서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그는 쌍용C&E 동해공장 인근 사진을 근거로 들어 염소더스트 등 유해물질이 불법으로 매립되고 있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쌍용C&E가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노 의원은 "쌍용C&E가 처리 비용을 아끼려고 지정폐기물을 불법으로 야적장에 매립했다. 묻을 땅이 부족하니 동해공장 정문 앞에 있는 잔디밭에 불법매립하고 있는 현장 사진도 확보했다"며 "국감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겠다고 하니 쌍용C&E가 증거 인멸을 위해 염소더스트 쌓아둔 걸 석회석으로 덮으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도 받았다"고 했다.

이 자리에선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의 염소더스트 수치 조작 의혹도 불거졌다.  노 의원은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는 폐기물 수량이 5~10% 늘었는데도 염소더스트는 오히려 감소했다. 어떻게 줄어들 수가 있느냐. 수치를 조작했거나 불법매립을 했거나 빼돌렸다는 증거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시멘트업계의 중금속 불법처리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시민사회로 번졌다. 과거부터 해당 문제를 눈여겨본 소비자주권회의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들은 지난 17일 '시멘트업체 염소더스트 불법매립 등 환경오염 주범'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시멘트 업체의 환경파괴 불법행위가 심각하다. 쌍용C&E·삼표시멘트의 염소더스트 불법매립 의혹과 한일·아세아시멘트의 염소더스트 수치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며 "문제는 같은 의혹이 지난해는 물론, 수차례 제기됐지만 환경부와 관리감독청의 비호·묵인으로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회의에 따르면 2021년 쌍용C&E와 삼표시멘트는 염소더스트의 발생 처리에 대한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를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했다. 이를 근거로 소비자주권회의는 지정폐기물 관련 자료를 감독기관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함에도 양사가 위반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주권회의는 "2009년 환경부 국감에서도 시멘트 업체들이 폐기물 재활용신고를 하지 않은 폐기물을 사용하거나 폐기물 사용실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10년이 넘도록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환경부 등 감독관청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환경부에서 지정폐기물인 염소더스트의 실제 발생량이 얼마나 되고,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실태 파악이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환경부는 염소더스트 불법매립과 수치 조작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 엄벌과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쌍용C&E 동해공장의 주무관청인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해 시민단체에서 쌍용C&E의 염소더스트 불법처리 의혹을 제기하자 해당 업체를 비호하는 듯한 설명을 늘어놔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원주지방환경청 측은 쌍용C&E의 염소더스트 처리 실적이 없는 것에 대해 "해당 공장엔 염소바이패스 설비(염소더스트 추출 설비)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했다. 염소더스트를 추출해 포집할 설비가 없으니 염소더스트 처리 실적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쌍용C&E 동해공장은 이미 염소바이패스 설비를 갖춘 상황이었고, 염소더스트를 재활용한 시멘트를 염소 관련 규제가 없는 국가로 수출하기도 했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이처럼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환경부는 쌍용C&E 등을 대상으로 시료를 체취해 염소더스트 불법처리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해당 조사 결과는 빠르면 다음주께 발표될 전망이다. 

시민사회와 관련 업계 일각에선 중금속 불법처리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차치하고, 이미 관리 소홀 문제가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해당 기업과 관계당국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수년간 친환경 행보를 보인 시멘트업체들을 향한 원성이 높은 눈치다. 

쌍용C&E는 지난해 기존 사명인 쌍용양회를 시멘트(Cement)와 환경(Environment)을 의미하는 쌍용C&E로 변경하고 탈(脫)석탄 경영을 선포하며 여러 가지 새로운 환경사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 5월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선 종합환경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선명하게 강조하기도 했다. 삼표시멘트도 대내외에 ESG 경영체계 구축을 위한 설비투자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고 공언해 왔으며, 특히 지난달에는 중장기 친환경 마스터 플랜을 공개해 업계 내에서 화제가 됐다. 이밖에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 역시 탄소 배출량 감축 등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실제로 노 의원은 앞선 국감장에서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의 염소더스트 수치 조작 의혹 관련 질의를 하는 과정에서 "한일시멘트는 녹색기업이라고 홍보까지 하는데 불법 폐기물을 빼돌리고, 매립하고 실적 현황은 없다"며 시멘트업체들의 '무늬만 친환경' 행보를 꼬집었다. 소비자주권회의 측도 "종합환경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사명까지 바꾼 쌍용C&E, 녹색기업으로 홍보한 한일시멘트 등 시멘트업체들의 불법행위가 도를 넘었다. 중금속이 함유된 염소더스트는 시멘트 제품에 포함될 수 있고, 대기 중에도 확산될 수 있다. 결국 피해는 공장 주변 주민들은 물론, 일반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환경부는 폐기물을 처리해 준다는 얄팍한 명분을 이유로 시멘트 업체를 비호하고, 국민 안전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시멘트 업체도 폐기물 처리까지 뛰어들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만큼,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설비 설치 등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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