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 사업종료 선언 후폭풍…노조에서 낙농가로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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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밀 사업종료 선언 후폭풍…노조에서 낙농가로 반발 확산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2.10.19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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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 방만 경영…직원에게 책임전가”
더딘 사업다각화·매각 불발로 경영난 해소 실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유가공업체 푸르밀이 갑작스러운 사업 종료를 발표한 것과 관련 안팎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노조는 오너일가의 방만경영을 비판하고 있으며, 직원들뿐만 아니라 낙농가와 화물차 기사들도 시위를 예고한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최근 사내 이메일을 통해 400여 명의 전 직원에게 다음달 30일자로 사업 종료와 정리해고를 통지했다. 사측은 해당 메일에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 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 봤다”면서도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사내외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푸르밀 노조는 오너 일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특히 신동환 대표가 취임한 뒤부터 회사 경영난이 심화됐다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노조 측은 “푸르밀 오너의 무분별한 일방적인 전 직원 해고에 대해 비통함을 느끼며 전 직원의 간절한 심정을 표현하고 싶다”며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인성을 바탕으로 어떤 조언도 귀담아 듣지 않고 무능력한 경영을 해오며 적자전환 구조로 탈바꿈했다”고 비판했다.

푸르밀은 1978년 설립된 롯데우유가 모태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2007년 롯데우유를 롯데그룹에서 분사하면서 푸르밀로 사명을 바꿨다. 신동환 대표는 신준호 회장의 차남이다. 2017년 말 남우식 대표이사가 퇴임한 뒤 신 대표가 취임하면서 오너 구조로 전환했다.

푸르밀은 이 시기부터 적자를 기록했다. 2018년 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019년 88억 원, 2020년 113억 원, 2021년 123억 원 등으로 매년 적자폭이 커졌다. 2012년 3132억 원에 달하던 매출은 지난해 1800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노조는 “신준호, 신동환 부자의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행위에 비참하고 분노를 느끼며 배신감이 든다”며 “어떠한 도움이라도 얻어서 회사 정상화를 위한 방도를 마련하고 싶고 가정을 지키며 살고 싶다”고 성토했다.

낙농가와 화물차 연대도 푸르밀의 갑작스러운 사업종료와 해고 통보와 관련해 조만간 투쟁 시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측은 “푸르밀에 관련된 직송농가들, 협력업체 직원 약 50명, 화물차 기사들 약 100명의 생계까지 끊길 위기”라며 “지역경제에도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업황이 악화한 탓도 있지만 노조 측은 무엇보다 그동안 오너일가가 안일한 경영을 해온 게 회사가 무너진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에선 푸르밀이 매각을 추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아예 사업을 접기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LG생활건강이 음료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푸르밀 인수를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유업계는 영유아 인구 감소 등으로 우유 소비량이 매년 줄면서 기능성 음료, 건강기능식품, 케어푸드 등으로 미래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하지만 푸르밀은 유제품에만 의존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고, 마지막 방편이었던 매각까지 불발되자 경영진은 자구책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시대의 변화되는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른 사업다각화, 신설라인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의 영업을 해왔다”며 “모든 적자의 원인이 오너의 경영 무능함에서 비롯됐지만 전 직원에게 책임 전가를 시키며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준호 회장은 올해 초 푸르밀에서 퇴사를 하고 퇴직금 약 30억 원 가량을 받았다. 퇴사 후에도 본사로 출퇴근을 하며 모든 업무지시와 보고를 받고 있으며 직원들 해고를 지시하고 있다”면서 “도의적인 책임도 없고 본인들의 입장만 취하는 신준호, 신동환 부자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푸르밀 노조는 사측에 사업종료 결정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법적 대응 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고용노동부는 푸르밀의 전 직원 해고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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