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탁류의 강’ 건너려나?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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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탁류의 강’ 건너려나?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2.10.23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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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싸움 매달리면 총선에서 與野 필패 면치 못해”
“조국·이재명의 강, 민주당 제대로 서려면 완전히 건너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몇 년 동안 강(江)에 비유하는 정치 관련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탄핵의 강, 조국의 강, 이런 강, 저런 강을 넘었는니 못 넘었느니. 하긴 정치 상황을 강에 빗대 표현하는 게 우리의 단골 메뉴만은 아닐 거다. 고대 로마의 카에자르가 루비콘 강을 넘으며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외친 게 시초쯤 될 테니 이후 정치사에서 얼마나 많은 강이 소환됐을까 싶다. 

칼럼을 쓰면서 江이 연상된 것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또 다른 강의 이름을 만들어내지나 않을까 해서다. 이재명의 강, 이준석의 강, 개딸의 강, 윤핵관의 강 등등. 해당 집단들이 무사히 도강할지 여부는 점치기 쉽지 않은데도 정치 집단들은 하나같이 강물의 탁도(濁度)나 물살의 강도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모습들이다. 죄다들 용감한 건지….

‘대장동’ 실체 벗겨지려나

철옹성 ‘대장동’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으로부터 협조를 이끌어냈다. 그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체포한 게 대장동 와해의 신호탄이 됐다.

‘대장동의 비밀’은 곧이어 줄줄이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가 입을 열게 된 것은 ‘대장동 사건’이 자신들의 경제범죄로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들에겐 최근의 상황이 과거에 수도 없이 반복돼왔던 윗선의 꼬리 자르기와 닮은 모습으로 비쳤을 거다. 이재명 대표에 대해선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 대표는 김문기 전 성남도공 개발1처장을 전혀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이 대표의 대여 투쟁 강도가 약해진 듯한 모습도 이들의 의심을 사는 데 한몫을 했음 직하다. 

유 전 본부장은 구치소에서 일련의 과정을 전해 들으며 많이 흔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모든 혐의에서 유죄를 판결 받을 경우 20년가량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점도 당연히 부담이 됐을 것이다. 남 변호사는 변호인 입회 없이 중앙지검 반부패 수사3부의 조사를 받고 있어 자세한 근황은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직업상 법리에 밝을 수밖에 없고 또 애초 귀국 당시에 했던 발언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검찰이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은 결국 조사 과정에서 “지난해 초 대선 자금 용도로 김 부원장이 20억 원을 요구했고, 그중 일부인 8억 원가량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그 진술을 바탕으로 수사팀이 물적 증거를 확보했으며 결국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련의 과정에서 당연히 검찰의 집요한 설득과 '기술적인 회유'가 이어졌을 것이고, 거기에 잇따른 검찰 수뇌부의 성역 없는 ‘단죄’에 대한 확고한 의지 표명도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루한 대장동 줄다리기에서 일단 검찰이 기선을 제압한 셈이다.

설훈의 판단이 옳았다

민주당에서는 아직도 ‘갈치 정치’니 내부 총질이니 하며 이재명 대표 무조건 감싸기에만 충실한 분위기를 내보이고 있다. 정치를 할 만큼 했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대세를 읽는 눈이 없을까? 아니면 판단이 굼뜬 건가? 그들에겐 당이 우선인지 이 대표가 우선인지도 궁금하다.

민주당 설훈 의원이 오늘의 사태를 정확하게 예견했다. 설 의원은 엊그제 한 라디오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이 대표에게 이런저런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건 우리가 당에서 맡아서 막을 테니 대표로 나오지 말라고 주문했었다”라고 밝혔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딱 떨어지게 오늘의 사태를 예측한 셈이다. 그는 또 “(위험이) 개인으로부터 당으로 전염되는 건 막아야 할 게 아니냐, 구체적으로 그런 걸 생각해 (이 대표가) 당 대표로 있지 않는 게 좋다고 주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늘의 민주당 처지뿐만 아니라 검찰의 수사 방향까지도 공개적으로 이렇게 정확하게 짚은 건 설 의원이 유일하다.

설 의원의 말만 따랐어도 민주당이 이재명 리스크에 송두리째 휘말리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비단 민주당원들만의 아쉬움뿐이 아닐 것이다. 국정감사의 파행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정치 혐오가 증폭되는 사태를 좋아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까지?

눈앞의 이익을 좇는 계파 싸움에 매달리다 보면, 2년 후 총선에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필패를 면치 못하게 돼있다. 그렇게 단정할 수 있는 건 양당 공히 계파 간 갈등과 그리고 정규 조직을 와해시킬 지경에 이른 소위 ‘팬덤’ 정치세력이 극에 달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삼이 당시 군내의 막강했던 사조직 ‘하나회’를 척결한 건 사조직이 공조직을 흔들 위험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김영삼의 그런 결단은 옳았다. 그 사조직을 중심으로 12.12 쿠데타 등이 가능했던 점이 사조직 폐해가 증명된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다.

조국의 강, 이재명의 강은 민주당이 제대로 서려면 완전히 건너야만 하는 강이다. 윤핵관의 강, 이준석의 강을 국민의힘이 반드시 건너야 하듯이.

검찰, 강골에 노련해지기까지

이번 검찰의 솜씨를 보고 있자니 검찰이 더욱 두렵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 이후 알게 모르게 뼈대가 단단해진 데다가 수사기법마저 ‘우리 검찰이 언제부터 저렇게 노련해졌나’싶을 정도가 됐다. 바로 지난 20일 국감장에서 있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발언을 통해서 받은 느낌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을 조사해야 하지 않느냐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한 이 총장의 답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수사해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전직 대통령은 그 재임 기간에 국가와 국민을 대표한 분이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에 관해 검토하고 있는 조사 시점 및 비중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2024년 총선부터는 법도 제대로 작동하고 정치도 제대로 섰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격다짐을 계속하는 쪽보다는 탁류의 강을 빨리 건너는 측이 승리했으면 한다.

김형석(金亨錫)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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