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레고랜드발(發) ABCP 유동성 위기 확산…경제당국, 종합대책 수립 [국정감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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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레고랜드발(發) ABCP 유동성 위기 확산…경제당국, 종합대책 수립 [국정감사 2022]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10.24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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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당국, 23일 회의 열어 긴급대책 발표
‘50조+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운영키로
증권가 “단기자금시장 안정화 기여 기대”
정무위, 24일 종합국감서 적극 대응 주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지난 23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모습. ⓒ한국은행

강원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와 관련해 경제당국이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치권,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이 늦었다는 질타와 함께 보다 속도감 있는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4일 증권가 등 금융업계는 전날(23일) 경제당국이 발표한 레고랜드 사태 대응책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20일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에 대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놓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강원 레고랜드 사태는 레고랜드ABCP가 지난 9월29일 상환불이행으로 1차 부도처리되면서 채권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강원도가 지급의무 이행 대신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회생신청을 결정하면서, 결과적으로 레고랜드 PF ABCP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강원도는 GJC의 2050억원 규모 ABCP 발행 당시 채무 보증을 선 바 있다. 해당 ABCP는 BNK투자증권이 주간사로 전액 인수해 10개 증권사와 1개 자산운용사에 판매했다. 지자체의 지급보증을 믿고 ABCP를 인수한 금융사 입장에서 디폴트 우려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실제로 레고랜드 1차 부도처리 이후 국내 채권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경제당국과 금융당국도 긴급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지난 20일 5대 시중은행 재무담당임원들을 불러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은행권의 자금조달·운용 현황 및 단기자금시장 등 금융시장의 동향을 점검했다. 당시 대안으로 나온 게 은행 통합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조치를 6개월 유예하는 등 정상화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일부 증권사와 건설사들이 연쇄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이 기존 코로나19 대책으로 나온 지원 프로그램의 연장에 불과하다는 평가와 함께 레고랜드 사태 우려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가 어디까지 불똥이 튈 지 모른다”면서 “업계에서 유동성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금의 위기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정도로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당국 수장들은 지난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갖고, 레고랜드발(發) 리스크와 관련해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50조원+α 규모’ 확대 운영 △회사채, 기업어음 매입한도 8조→16조원 2배 확대 △유동성 부족 증권사 대상 한국증권금융 3조원 규모 유동성 지원 △한국은행 대출 적격담보대상 증권에 공공기관채·은행채 포함 검토 등 △지자체 보증 ABCP 지급보증 의무 성실 이행 예정 확약 △시장참가자 소통 및 시장교란행위 적극 대응 등이 이번 대책에 담겼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대책이 단기자금 경색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KB증권 정대호 연구원은 “이전 지원책은 코로나19 당시 존재한 지원 프로세스를 살려 연장하는 조치로서, 공급 대상이 금융권을 제외한 비금융권 위주로 설정되면서 최근에 나타난 레고랜드 사태가 일으킨 지자체 및 증권사의 신용보강 상품까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경색을 해소하기 부족함이 있었다”면서 “이번 지원책에서는 이전 조치보다 자금 회전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직접적인 공급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 김준수 연구원도 이번 경제당국 대책을 긍정적으로 봤다. 김 연구원은 “이번 프로그램은 윤석열 행정부 집권 이후 발표된 가장 크고 광범위한 규모의 지원”이라면서 “세부 내용 면에서도 현재 크레딧 시장 내 유동성 경색의 근본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PF-ABCP와 지자체의 신용도 추락에 대해 정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전 대책보다 더 적극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여전히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게 증권가의 시선이다.

김 연구원은 “이번 조치 또한 결국은 임시 방편이며, 유동성 공급 대책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며 “재원 마련을 위한 특은채 발행을 부추기게 돼 초과 공급과 구축효과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연말 대거 도래하는 CP의 만기와 계절적인 유동성 고갈을 감안한다면 단기자금시장의 안정이 우선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당국의 대응책 마련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4일 열린 금융위원회 종합국감에서 국채나 다름없는 지자체 채무보증 불이행으로 시장에 불안이 야기된 상황 속에서 3주 동안 금융당국이 수수방관했다면서 위기관리 능력을 질타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다.

박용진 의원(민주당)도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가 7월부터 3차례 있었는데 별 내용이 없다가 일요일에 갑자기 발표된 대책들”이라면서 “이번 대책으로 숨통은 트일 수 있길 바라지만, 근본원인은 여전하다. 더이상의 늑장대응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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