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롯데택배?…직접 체험해 봤습니다 [까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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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롯데택배?…직접 체험해 봤습니다 [까칠뉴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10.26 1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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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우리나라 택배업계엔 거대한 '양대산맥'이 있습니다. 업계 점유율 1위 CJ대한통운도, 로켓배송으로 뜬 신흥강자 쿠팡도, 브랜드 평판이 우수한 우체국택배도 아닙니다. 바로 로젠택배(로젠)와 롯데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로 평가됩니다. 이들이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주된 이유는 택배 노동자와 아르바이트의 열악한 근무환경입니다. 로젠택배는 지난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택배업체들이 작성한 사회적 합의안에 동참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에서 김천터미널 소속 택배기사가 과로사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아 큰 물의를 빚었습니다. 또한 롯데택배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관련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후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난 5월 롯데택배 성남 창곡대리점에서 노동자 과로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전국택배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 이행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롯데택배 현장에서 합의 사항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회적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실질적 과로방지를 위한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죠.

두 업체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국내 택배업계 양대산맥으로 평가됩니다. 불성실한 배송, 배송지연, 운송물 훼손·분실 등이 잦아 서비스 품질이 좋지 않은 업체로 낙인이 찍힌 겁니다. '물류의 버뮤다 삼각지대'로 통하는 CJ대한통운의 옥천허브보다도 악명이 높은 게 '로젠 버뮤다', '롯데 군포TML 버뮤다'라고 합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2021년 택배·소포 서비스평가 자료에 따르면 양사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B2C(업체-개인간 배송) 일반택배 부문에서 우체국(A+), CJ대한통운(A)에 못미치는 B++에 위치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는 로젠택배보다 롯데택배의 악명이 높은 분위기입니다. 로젠택배는 앞서 언급한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근무환경·서비스 개선에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국토부 택배·소포 서비스평가 등급(B2C)을 2020년 B+에서 2021년 B++로 올리는 성과를 거둔 겁니다. 같은 기간 롯데택배는 같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또한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라는 매체가 자체 운영하는 소비자고발센터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소비자민원평가에 따르면 로젠택배의 민원점유율은 2021년 13.3%에서 올해 상반기 10.5%로 줄어든 반면, 롯데택배의 그것은 9.1%에서 17.6%로 대폭 확대됐습니다.

원치 않은 일이였습니다만, 얼마 전 롯데택배의 악명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누렸습니다. 2022년 10월 10일(월) 네이버 쇼핑 플랫폼을 통해 G백화점의 오픈마켓에서 10만 원 상당의 의류 상품을 구매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줄 선물이었죠. 지난 13일(목) 배송이 시작됐습니다. ○○집배센터와 ○○지점을 지나 셔틀을 타고 지난 14일(금)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중부권메가허브에 도착했고, 15일(토) 최종 도착지 근처인 △△배송집배센터에 상품이 온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사흘이 지나도, 나흘이 지나도, 아무리 배송조회를 클릭해도 △△배송집배센터에서 물건이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고, 뭔가 사정이 있겠지 싶어서 마냥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배송집배센터에서 시간이 멈춘지 열흘이 흘렀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문의하려고 △△배송집배센터에 전화를 수차례 했는데 물류현장이라 바빠서 그런지 연결이 되질 않더군요. 어쩔 수 없이 지난 24일 오후 롯데택배 대표전화로 연락했습니다. 여차저차 사정을 설명하고 "△△배송집배센터에서 오늘이나 내일 중 전화가 갈 겁니다"라는 친절한 답변을 듣고 또 기다렸습니다. 다음날 오후에도 전화가 오지 않아 재차 롯데택배에 문의했습니다. '전화를 기다렸는데 오질 않았다', '열흘 넘게 집배센터에 상품이 묶인 이유가 궁금하다', '이런 일이 많은 편이냐', 콜센터 직원분이 답변할 만한 내용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질문이 많아졌습니다. "△△배송집배센터에 다시 연락해 보겠다"는 답을 듣고 전화를 내려놨습니다.

이튿날인 26일 오전 드디어 모르는 번호로 핸드폰이 울립니다. 그런데 롯데택배 본사나 △△배송집배센터가 아니라 G백화점 고객센터였습니다. 지난 24일 롯데택배에 처음 연락을 시도하는 동시에 G백화점 오픈마켓에도 온라인 문의를 넣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겁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G백화점 고객센터 직원분의 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문의 주신 내용을 확인해 봤는데요. 정말 죄송합니다. 배송 중에 상품이 분실됐다고 하네요. 재발송해 드릴까요, 환불 처리를 도와드릴까요?"

이 같은 일을 기사화하는 게 과연 옳은 걸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자기 자신의 사례를 보도하는 건 원칙적으로 기자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지론이 있었습니다. 모 일간지의 '간장 두 종지' 사건도 떠올랐습니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럼에도 '까칠뉴스'라는 코너를 통해 기사를 내기로 결심한 건 롯데택배로부터 이와 비슷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객관적으로 상당히 많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롯데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누리꾼들. 롯데택배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도, 배송을 받는 소비자도 피해를 입고 있다. 사진 위 윈쪽은 기자가 직접 경험한 피해다. SNS 등 캡처 ⓒ 시사오늘
롯데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누리꾼들. 롯데택배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도, 배송을 받는 소비자도 피해를 입고 있다. 사진 위 윈쪽은 기자가 직접 경험한 피해다. SNS 등 캡처 ⓒ 시사오늘

SNS 등에 최근 6개월 옵션 하에 '롯데택배'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봤습니다. '10월 15일 주문한 상품이 18일 이후 멈춰있다. 오늘은 25일인데, 롯데택배는 함흥차사', '악명 높은 롯데택배, 제대로 받은 게 손에 꼽힐 정도다', '구로TML의 문제인지, 전산의 문제인지 롯데택배만 5~6일씩 걸린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아서 롯데택배 집배센터에 직접 가서 물건을 찾아왔다' 등 불만을 토로하는 누리꾼들의 글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운송물 분실이라는 같은 경험을 한 소비자들도 쉽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롯데택배를 이용하는 물품 판매자들의 비판도 보입니다. 한 쇼핑몰 창업자 커뮤니티를 살펴 보니 '요즘 롯데택배 여러 건이 지연되고 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3~4일, 일주일 가까이 되는 것도 있다. 고객들한테 계속 전화가 오는데 죽겠다', '일주일 지난 것도 있다. 수개월 사용 중인데 나아지질 않는다' 등 롯데택배로 인해 불편을 겪는 사업자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일부 사례일 수 있습니다. 특정 지역 배송집배센터의 사정일 수 있고요. 롯데택배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롯데택배가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만도 아닙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코로나19 사태 수혜, 그룹 차원의 물류 통합 계획 등에 따라 수익이 급격히 확대됐고, 이를 '물류센터 자동화 시스템 구축 연구개발', '중부권 택배 메가허브 터미널 자동분류시스템 구축', '영남권 통합센터 자동화 설비 구축' 등에 투자했습니다. 중장기적 서비스 품질 개선에 착수한 거죠. 최근에는 택배 현장 근무환경 개선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롯데택배는 최근 택배기사들에게 '야간배송 자제 공지'를 내린 상황으로 전해집니다. 오는 12월께에는 심야 배송 중단 정책을 정식 시행하겠다는 방침도 외부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앞선 국토부 등 자료와 온라인 여론을 미뤄봤을 때 지금 당장 롯데택배에 문제가 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의 원인은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국택배노조는 지난 5월 롯데택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롯데택배 노동자 2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50%가 분류작업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이중 61%는 분류작업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택배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올해 초부터 각 업체들이 별도의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한 대목입니다.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까지 맡으면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심신이 지칠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각종 안전사고와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겠죠.

악명 높은 롯데택배를 직접 체험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시스템의 허점이 확실히 느껴지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배송지연 중인 상품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롯데택배 측은 "택배기사에게 연락이 가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의아했습니다. '그걸 왜 택배기사에게 묻느냐. 센터에서 파악이 안 되느냐'는 식으로 되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택배기사가 (그런 일들을) 다 맡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분류작업을 아직도 택배기사가 처리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혹을 제기할 만한 부분으로 여겨집니다. 또 다른 시스템 문제도 엿보입니다. 운송물 분실 사실을 전한 주체는 롯데택배가 아니라 택배 서비스 이용자인 G백화점이었고, 운송물 분실에 따른 사과 의사를 전한 것도 G백화점이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은 G백화점이 아닌 롯데택배가 해야 되는 것 같은데 말이죠.

운송물이 분실됐는데, 롯데택배에선 아직도 아무런 연락이 오질 않고 있습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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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화 2022-11-02 01:09:53
센터에서 분실된건은 센터에서 책임지는게맞는데... 센터고 대리점이고 책임지지않고 올 기사에게 사거처리때립니다. 이런게 한두번도 아니고 기사들만 죽어납니다 개선할생각조차도없는거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