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의혹 - 최대 政爭 해법(解法)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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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 의혹 - 최대 政爭 해법(解法)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2.10.2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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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멸 - 국회해산 국민여론 비등 가능성
‘대장동·대선자금’ 판도라 상자 완벽 규명돼야
특검 제안, 물타기 한다고 의혹 덮어지나
20년만에 재발, 진실게임 결과에 무한책임 따를 것
무한대결이 초래할 국론본열…파국만은 안 된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연합뉴스

불법 대선자금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노무현-이회창 후보가 맞붙었던 2002년 대선 이후 20년 만이다.  당시의 ‘차떼기’ 대선자금을 반성하며 각종 제도를 개혁했었는데, ‘구시대의 막내’이고자 했던 노 대통령의 바람이 무색하게 그 계보를 이은 민주당에서 또 대선자금 문제가 터져 나왔다. 정치적 격돌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비켜갈 수도 없는 수사다.

검찰 수사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 지난 1년간 지속한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수사가 대선자금 의혹 수사로 접어든 형국이다.

이번 수사는 이재명 야당 대표와 관련된 사안이어서 정치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선 자금 의혹’이 수사선상에 떠오른 만큼 정치적 논란이 더욱 가열될 가능성도 크다. 검찰은 정치적 오해를 받지 않도록 오직 증거와 법리에 입각한 엄정한 수사로 임해야 한다.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국민적 주요 의혹인 ‘대장동·대선자금’ 판도라 상자는 한 점 남김없이 파헤쳐 져야한다. 최대 정쟁으로 흘러선 안 된다. 무한대결이 초래할 국론 분열과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

향후 수사와 재판을 통해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20년 전의 대선자금 비리보다 더 고약한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기업을 쥐어짜 돈을 뜯어낸 게 아니라 천문학적인 이권을 챙겨주고 대가를 챙긴 거래였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수사야 말로 국가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대 전기가 되도록 해야만 한다.

심지어 이 대표는 성남시장일 때 추진돼 민간 사업자들이 수천억 원의 이익을 남긴 대장동 사업을 두고는 “단군 이래 최대의 치적”이라고 자화자찬까지 했다. 잘못은 없고 업적만 있다는 뜻이다. 이 정도로 떳떳하다면서 검찰 수사를 거부하니 납득할 국민이 몇이나 되겠나. 이런 흐름이라면, 다시한번 최악의 정치불신, 국회해산의 국민 여론이 비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적시 수뢰 정황…여야 무한대결 소지

현재 검찰이 적시한 수뢰 정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검찰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받은 돈이 이 대표의 대선 경선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사건이 강한 폭발력을 지닌 이유다.

김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대선준비자금 20억 원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얘기를 했고, 유씨는 대장동 사업자인 남욱 변호사에게 이 돈을 요청해 대부분 전달했다는 것이다. 

또 유원홀딩스 사무실 등 돈을 주고 받은 장소도 비교적 자세히 제시했다. 이러한 내용은 유 전 사장직대와 남 변호사의 일치된 진술이라고 한다. 법원이 체포와 압수수색 영장을 동시에 발부해준 것은 어느 정도 혐의가 인정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의 칼끝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에게 향할 것으로 보고 결사항전 의지다. 국민의힘 역시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게 야당을 설득할 자세를 안 보이고 ‘이재명 리스크’를 반기며 지지율 회복과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속내가 역력해 보인다. 

북한의 도발이 일상화해 7차 핵실험까지 예상되는 지금, 여야가 상대를 격렬히 비난하며 제 갈 길만 갈 때인지 묻고 싶다. 금융과 실물경제 복합위기로 ‘제2의 외환위기’ 공포마저 커지는 마당이다. 정치권이 통째로 극한적 대결에 매달릴 때인가. 국민은 그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할 일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정쟁에 휘말리거나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될 일은 아니다. 실체 규명 작업은 불가피해 보인다. 불법 행위를 캐기 위한 수사에 한 점 의혹도 남겨선 안 될 것이다.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날 이 대표는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규명할 특검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특검은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들을 총망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으니까 특검 요구를 하면서, 특검으로 가져가서 시간 끌기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즉각 거부했다.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극명한 시각차를 엿볼 수 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진실을 조작하고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 수사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드러낸 듯한데 그렇다고 현단계에서 특검 수사를 주장하는 건 많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일단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대장동 검은 돈 수사는 대선자금 수사로

검찰 수사팀에선 현재 김 부원장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얘기가 벌써 나온다. 관련자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자금 전달 경위와 관련된 메모 등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이 전달된 횟수와 장소, 경로 등이 모두 특정돼 있다는 것이다.  

수사에 정략적 의도가 조금이라도 담긴다면, 정치검찰이란 치명적인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다. 모두가 납득할 만큼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지금 꺼내든 칼은 부메랑이 되어 검찰을 향할 것이다. 검찰은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명운을 걸어야 한다.

압수수색 등 수사를 저지하려 한때 국정감사까지 팽개친 민주당의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8억 원 불법 정치자금 의혹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려면 이 의혹이 부당하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할 텐데, 밑도 끝도 없이 “탄압”이라 외치고만 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법원이 인정해 발부된 영장 앞에서, 아무리 목소리를 높인다 해도 정치적 구호는 공허할 뿐이다. 민주당은 사실관계를 놓고 다퉈야 한다.

김 부원장의 수뢰 혐의는 구체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특검’ 카드를 또 꺼내들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불법 대선자금은커녕 사탕 하나 받은 것도 없다”면서 “대통령과 여당은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특검을 즉시 수용하라”고 했다. 특검 수사 범위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문제 등도 포함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자신을 둘러싼 대장동 특혜 비리 의혹과 관련한 특검에 윤 대통령을 겨냥한 부산저축은행 의혹 등도 엮어 함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검찰이 자신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위기에 몰리자 물타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번 의혹 사건의 본질은 ‘대장동 일당’이 거둔 천문학적 이득 가운데 실제 얼마나 이 대표의 대선자금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김 부원장의 수뢰 혐의는 구체적이다. 법원이 김 부원장 체포 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잇달아 발부해준 것도 수뢰 혐의에 힘을 실어준다. 이 대표 주장처럼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을 위한 조작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특검을 도입해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대장동 특검으로 물타기까지

이 대표는 “(여권이) 거부할 경우에는 민주당이 가진 힘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특검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과반 의석을 앞세워 야당 단독으로라도 특검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과 대통령실에서 거부했기 때문에 사실상 힘들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고 있어 정상적 절차의 특검법 의결도 어렵다. 특검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진해도 캐스팅보트를 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찬성하지 않는다면 처리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건 시간을 끌면서 검찰 수사를 피해가겠다는 속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과 대표 직위를 방탄용으로 삼은 것도 모자라 대장동 특검으로 물타기까지 하려는 건 떳떳하지 못하다. 여당 대선 후보를 지낸 제1 야당 대표의 올바른 처신이라고 할 수 없다. 정말로 결백하다면 검찰 수사를 자청해야 마땅하다.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 특히 대선자금과 관련한 의혹은 정치적 논란이 커지게 마련이다.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은 중립적이고 엄정한 수사뿐이다. 더욱이 이 대표는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다. 만에 하나 수사 진행에 정략적 의도가 조금이라도 개입된다면 검찰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검찰의 명운을 걸고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특검’을 제안한 건 본질 흐리기 시도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수사 본질 왜곡

특검 제안을 사실상 시간 끌기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건 무리가 아니다.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데 구태여 특검 카드를 내미는 건 어색하다. 오히려 민주당은 민주연구원 부원장실 압수수색을 막으려 물리적 충돌도 서슴지 않았다. 

당연한 수사 절차이고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임을 알면서도 민주당은 침탈의 영역으로 곡해했다. 특검 방식이 자신들의 의도와 다를 경우 불복할 개연성이 짙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대장동 사건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 부르기도 민망하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그것도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된 이슈인 탓이다. 이제 와서 야당 탄압 프레임을 씌워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의힘에서 수차례 특검 도입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민주당이 거부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못 박은 것도 물타기 시도로 읽힌다. 검사 시절 윤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등이 비리 세력의 종잣돈을 지켜주었다는 주장인데 대장동 사건과 거리가 멀다. 수사 본질 왜곡에 다름 아니다.

지금 특검을 말하기엔 이르다

윤 정부에서 검경과 감사원이 정권 눈치를 보고 편파적 수사를 한다는 의심이 제기되기는 하지만, 이 대표 측근이 뒷돈을 받은 혐의가 구체화하고 있는 만큼 이 대표의 관련성을 밝히는 게 우선이다.

이런 마당에 특검을 통해 대장동·화천대유 실체와 윤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문제점을 함께 조사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을 리 없다. 대선 때 특검을 제안했던 것처럼 의혹을 여권으로 분산시켜 정쟁화하려는 의도 아닌가. 

이 대표가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갑자기 특검을 제안한 것은 여권에 대한 일종의 반격이라고 볼 수 있다. 검찰의 수사는 야당 탄압이며 진실을 조작·왜곡하고 있으니, 중립적인 특검으로 진실을 밝히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특검은 불법 의혹이 강한데 검찰이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 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다르다. 

대장동 특검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이후 여러 차례 제기됐다. 당시 문재인정부 검찰은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압수수색은 늦었고, 핵심 인사들에 대한 조사도 형식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윗선’ 규명도 못했고, ‘50억 원 클럽’이나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 등에 대한 수사도 진전이 없었다. 여론은 대장동 특검을 요구했지만, 여야는 말뿐이었다.

철저한 증거 중심 수사를

특검은 검찰 수사가 제대로 안 될 때 하는 것이다. 작년 문재인 정권 시기에는 검찰이 대장동 수사를 사실상 뭉개고 있었다. 그래서 특검 여론이 비등했다. 그런데 지금 검찰은 대장동 의혹을 적극 수사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보고 미진하다면 특검을 추진하면 된다. 아직 수사 초입에 불과한데도 특검부터 하자는 것은 검찰 수사를 막으려는 목적 외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혐의가 짙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이 자신에 대한 대장동 특검을 주장하자 “대장동 의혹의 몸통은 윤석열 후보”라는 황당한 논리로 동시 특검을 하자고 역제안했다. 이번에도 특검 주장으로 공을 여권으로 넘기려고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당시 야당이 특검을 주장한 것은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고, 대장동 사건은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굳이 특검으로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 부친의 집 매매까지 특검 수사 대상에 넣자고 하는 건, 특검 논의로 시간을 끌어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속셈이 아닌가 싶다. 지난 대선에서도 똑같은 수법으로 시간을 끈 전력이 있다. 작년 11월 "조건을 붙이지 말고 대장동 특검을 하자"면서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특검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했다. 이에 대한 여야 간 이견으로 결국 특검은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이 대표가 정말 특검을 원한다면 대장동 사건의 핵심만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해 속전속결로 진실을 규명하자고 해야 할 것이다. 검찰 또한 편파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것에 유념해 철저히 증거 중심의 수사를 하기 바란다. 국민은 제2단계 대선자금 수사 추이를 엄밀히 주시하고 있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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