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인증수단 변천사…공인인증서 폐지 후 인증시장 ‘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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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인증수단 변천사…공인인증서 폐지 후 인증시장 ‘격변’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10.31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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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지위 내려놓은 ‘공동인증서’
전자서명법 개정 후 인증시장 활기
금결원 금융인증서, 넓은 사용범위
은행·빅테크, 민간인증서 경쟁·협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공인인증서 폐지를 전후로 등장한 다양한 인증 서비스들. 이 가운데 뱅크사인(아랫줄 왼쪽 첫번째)은 이용률 저조로 서비스가 종료됐다. ⓒ시사오늘

비대면 채널에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인증서’가 ‘공인인증서’ 폐지와 맞물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공인인증서의 존재는 사실상 인증서 시장 내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국가공인’이라는 유일무이한 타이틀이 가진 힘은 그만큼 막강했다.

그러나 2020년 말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되고 ‘공인’이라는 타이틀도 사라지면서 인증시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공인인증서를 계승하는 공동인증서 외에도 금융결제원의 금융인증서, 은행과 통신사, 빅테크 등의 민간(사설)인증서 등이 인증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으며, 생체정보인식 기술을 도입한 인증수단, 그리고 모바일 신분증 등 본인확인수단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 속에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사라진 서비스도 많다. <시사오늘>은 공인인증서 폐지 후 변천사를 통해 성공 또는 실패한 서비스들을 재조명했다.

 

‘공인인증서’ 절대 왕좌 내려오다


공인인증서는 금융권 서비스 이용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였다. 그러나 2020년 말 공인인증서가 폐지되면서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공인인증서의 후계자인 공동인증서는 사실상,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인증서’, 그리고 빅테크와 금융사의 사설인증서에 점차 밀려나고 있는 추세이다.

공인인증서 폐지는 인증시장 규제를 완화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통과, 2020년 12월10일 시행되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공인인증서가 폐지된 건 인증시장을 공인인증서가 독점하면서 인증제도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서를 대신해 나온 공동인증서는 사실 큰 차이가 없다. 공인인증서의 독점 지위가 폐지됐기 때문에 ‘공인’에서 ‘공동’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용률 저조로 실패한 ‘뱅크사인’


은행연합회와 은행권이 공동으로 만든 인증서비스 ‘뱅크사인’은 이용률 저조로 빛을 보지 못하고 결국 실패했다. 뱅크사인은 은행권이 수십억원을 투자해 만든 인증서비스이다. ‘뱅크사인’은 출시 초기 만 하더라도 새로운 본인인증수단으로 각광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2016년 말 전국은행연합회와 은행권(은행연합회 18개 회원사)이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2018년 말 상용화한 블록체인 기반의 ‘뱅크사인’은 향후 정부 및 공공기관, 유관기관 등으로 이용범위를 확대한다는 원대한 계획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 말 전자서명법 개정에 따라 공인인증서 폐지 이후 사설인증서가 은행권의 관심을 끌어모으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이용자가 저조한 상황에서 은행권마저 금융인증서로 관심을 돌리면서 결국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클라우드 기술 기반 ‘금융인증서’


공인인증서(現 공동인증서)의 저장장치(USB, 스마트폰, PC 등) 이동의 번거로움을 클라우드를 통해 해결한 금융인증서는 편리함이 장점이다. 금융결제원이 발급하는 인증서로, 공신력을 갖추고 있고 범용성도 넓어 각광받는 본인인증수단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금융인증서는 2021년 말 기준 21개 은행 홈페이지와 앱 인증센터에서 발급이 가능하다. 넓은 활용성과 발급 편의성으로, 같은해 말 기준 발급 인증서가 4000만건을 돌파했다.

최근에도 활용 범위를 넓혀가며 인증서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 금융인증서가 적용돼 민간 및 서울·경기지역 공공 분양과 임대주택에 이어 사전청약, 신혼희망타운, 공공임대주택, 행복주택, 무순위청약 등 전국 공공 분양 및 임대주택까지 금융인증서 하나로 청약 신청이 가능해졌다.

보안을 위한 업그레이드도 꾸준히 진행되면서 민간인증서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흥강자 ‘민간인증서’, 범용성 과제


공동인증서가 힘을 쓰지 못하는 사이, 빈 자리를 차지한 건 금융인증서이지만 최근 민간(사설)인증서 시장도 부쩍 성장하고 있다.

특히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면서 민간인증서가 새로운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앞서 소개된 뱅크사인 실패 요인 중 하나로, 은행권의 관심사가 민간인증서로 옮겨갔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만, 민간인증서는 초창기 사용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았다. 금융인증서와 비교 시 현재도 사용범위는 그리 넓지 못해 범용성이 약하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민간(빅테크)이 인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확대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 토스 인증서 등 일부 민간인증서가 시중은행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점차 사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은행들 역시 자체적으로 금융인증서를 내놓으면서 경쟁을 하고 있다.

민간인증서는 △은행이 발급하는 경우와 △통신사와 빅테크가 발급하는 인증서로 나눌 수 있다. 발급 통로가 다를 뿐, 타 금융권이나 서비스 이용 시 사용에 제약이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서로 경쟁상대였던 은행과 빅테크가 서로의 인증수단을 적용해 사용범위를 넓히는 전략적 행동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행안부 주도 ‘모바일 운전면허증’


본래 본인인증은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이 담당했다. 그러나 비대면 채널 확대와 뱅킹 앱 등장에 따라 사용 편의성이 높은 인증서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기존 신분증은 촬영과 인식 등의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했기 때문이다. 일부의 경우 신분증 인식률이 저조해 수차례 과정을 반복해야 할 때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분증도 모바일화되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 영업점 채널과 비대면 채널에서 본인인증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대표적이다. 은행권의 모바일 운전면허증 도입은 행정안전부와 업무협약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최근 대다수 은행이 행안부와 협약을 맺어, 최근 대면채널과 비대면채널에서 활용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실물 운전면허증과 동일한 법적효력을 갖는다. 원칙적으로 운전면허증이 사용되는 모든 곳에서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신분증 사본 보관 절차가 필요한 경우 별도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은행 금융거래가 있는데, 이미 시스템적으로 구축이 완료된 은행들의 경우 영업점과 비대면 채널 양쪽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성공이냐 실패냐…이용자 규모에 판가름


지문이나 홍채, 안면인식 등 바이오정보를 활용한 인증수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뱅크사인처럼 이용률 저조를 이유로 서비스가 종료된 경우도 있다. 홍채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홍채인증 서비스도 그 중 하나다. 특이한 점은 홍채인증 서비스 종료의 배경에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종 기능 변경 정책이 있다는 것이다.

2019년 삼성전자는 이후 출시하는 스마트폰 갤럭시 기종에 홍채인식 기능을 제외하고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홍채인식 이용률이 저조해 굳이 새 기종에 해당 기능을 넣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같은 기조는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최신기종 스마트폰에서 제외된 홍채인식 기능을 활용한 본인인증 서비스를 유지할 이유가 은행권에게서도 사라졌다.

시중은행에 이어 최근에는 삼성금융계열사인 삼성증권에서도 홍채인증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본인인증수단 위치를 상실했다.

이처럼 본인인증수단은 끊입없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시장을 독점하던 공인인증서 폐지 이후 다양한 인증수단이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앞선 사례들을 보면, 새로운 인증수단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내는 건 결국 이용자 규모이다. 이용자 확대를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인 ‘보안성’을 충족한 상황에서 ‘편의성’과 ‘범용성’을 챙겨야한다. 

범용성 면에서는 공인인증서를 계승하는 공동인증서가 막강하지만, 사용기기 변경 시 인증서 이동절차를 별도로 거치는 등 편의성 면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현재 인증서 시장에서 범용성과 편의성을 두루 갖춘 건 금융결제원의 ‘금융인증서’로 꼽힌다. 공동인증서와 유사한 범용성을 갖추고 있으면서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번거로운 인증서 이동절차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민간인증서가 금융인증서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용처를 넓혀가는 범용성 확대가 풀어야할 과제이다. 최근 빅테크와 은행이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서로의 인증서를 자사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협업을 맺는 것도 범용성 확대 전략 일환으로 풀이된다. 토스 인증서를 하나은행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간인증서의 약점인 사용범위 제약을 타파하기 위해 이처럼 다른 플랫폼과의 협업은 하나의 전략이 될 전망이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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