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미룰까, 밀어낼까’…건설업계, 정부 행보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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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미룰까, 밀어낼까’…건설업계, 정부 행보에 ‘촉각’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11.09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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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일반분양 결과 지겨보겠다는 말도 나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 흐름이 분양시장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분양사업 추진 시점을 놓고 고심에 빠진 눈치다. 업계에선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여부가 연말 공급 물량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9일 부동산정보서비스업체 직방에 따르면 이달 중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은 총 5만 2678가구로, 이중 일반에 풀릴 물량은 4만 2096가구다. 전년 동기 대비 전체 규모는 53%(1만 8264가구), 일반분양은 38%(1만 1626가구) 각각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올해 최다, 월별 기준 역대 최대 물량으로 추산된다.

전통적 분양 비수기인 11월임에도 건설사 등 공급자들이 이처럼 물량을 쏟아내려는 이유는 분양 시기를 더 미뤄도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 후폭풍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겹쳐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고 있고, 오는 2023년에도 미국발(發)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어서다. 여기에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리스크로 돈줄이 마른 시행사들이 금융 부담을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진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되는 관측도 존재한다. 예정된 물량을 연내 밀어내지 않고, 사업 진행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선 업체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10월에는 당초 전국에 총 5만9911가구(일반분양 4만7534가구)가 신규 분양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 분양이 이뤄진 단지는 3만1134가구(2만8693가구)에 그쳤다. 전체 예정 물량 중 절반이 조금 넘는 물량만 시장에 풀린 것이다.

이는 미분양 충격 영향으로 해석된다. 국토교통부 미분양주택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1604가구로 직전 월보다 27.1% 확대됐다. 올해 들어 최고 증가폭이다. 특히 분양시장 흥행불패 지역인 수도권에서 미분양 주택 수가 55.9% 늘은 게 눈에 띈다.

건설사 등 공급자들이 분양을 연기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들이다.

관련 업계에선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수위에 따라 공급자들의 행보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LTV를 50%로 조정하고,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중도금 대출 보증 분양가 기준도 9억 이하에서 12억 이하로 조정키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책을 오는 10일 확정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 구성원들 사이에선 고금리로 인해 자금 조달 부담이 대폭 늘어난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또한 집값 경착륙에 따른 경제 전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규제 완화에 보다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공급자들은 이달 중순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에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이 지난 9월에 이어 추가로 해제되면 분양사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가 너무 높아서 DSR, LTV 등 금융 규제를 풀어야 부동산 침체 흐름이 그나마 꺾일 거 같은데, 유동성을 관리해야 하는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그런 결정을 내릴 것 같진 않다"며 "규제지역 해제가 수도권 일대로 확대되는 게 현 시점에서 공급자들에게 가장 최상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일반분양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건설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둔촌주공이 높은 청약 경쟁률로 완판되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흥행에 실패하면 다른 현장에서도 미계약 물량이 속출할 것"이라며 "괜히 모집공고를 일찍 낼 필요가 없다. 자금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분양 시기를 조절하는 데에 무리가 안 간다"고 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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