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 도입 머뭇하는 항공업계…5배 비싸고 정유사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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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 도입 머뭇하는 항공업계…5배 비싸고 정유사 ‘시큰둥’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2.11.0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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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 65% 줄이라" 요구에…친환경 항공유 SAF 도입 움직임
대한항공, 국내 최초로 탈탄소 SAF 도입했지만…비중은 1% 이하
SAF, 최대 5배 비싸…대한항공, EU 한정 2%만 써도 46억 추가돼
정유사 "물량 없다. 공급 수량 제한적"…LCC "정부 지원 있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국내 항공사들은 탈(脫)탄소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SAF(지속가능 항공연료)를 활용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싼 데다 생산량조차 부족해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국내 항공사들은 탈(脫)탄소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SAF(지속가능 항공연료)를 활용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싼 데다 생산량조차 부족해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최근 국제선을 다시 띄우며 정상화 속도를 내고 있는 국내 항공사들이 국제적인 탄소중립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난처한 상황이 됐다. 탈(脫)탄소 요구에 부합하려면 SAF(지속가능 항공연료)를 활용해야 하는데, 가격이 비싼 데다 생산량조차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기내 수화물 줄이기와 다회용기 사용 등 우회적인 방식으로 탄소 저감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나, 업계에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항공, 국내 첫 SAF 도입…일본은 산업계가 나선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을 비롯해 에어프랑스·KLM그룹 등 글로벌 항공사들은 SAF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공업계의 유엔총회’라고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오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65%를 SAF를 활용해 감축하기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연합(EU)도 오는 2025년부터 EU에서 이륙하는 모든 비행기에 SAF 사용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하면서 SAF 확대를 거들었다. 

국내에선 가장 먼저 대한항공이 뛰어들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현대오일뱅크와 바이오항공유 공급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SK에너지로부터 국내선 항공편에 사용되는 탄소중립 항공유도 구매했다.

또한 올해 2월 공항에 수소를 공급하는 인프라 개발에 착수했으며, 지난달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Shell)과 SAF 구매 계약도 체결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2026년부터 5년 동안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지역 공항에서 우선적으로 SAF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올해 4분기엔 파리~인천 국제 정기 노선에 SAF를  1% 가량 혼합 사용할 계획이다. 

프랑스·네덜란드·일본 등 글로벌 항공사들도 각각 SAF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공급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다. 에어프랑스와 KLM그룹은 오는 2036년까지 총 160만 톤의 SAF를 공급받는 장기 계약을 체결, 모든 항공편의 SAF 혼합 비중을 약 3%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미쓰비시상사’와 에너지 기업 ‘에네오스’가 나서서 오는 2027년 자국 내 SAF 공급망을 구축한다. 

 

가격 비싸고, 정유사도 난색…LCC "정부 지원 필요해"


그러나 업계는 SAF 도입에 회의적이다. 아직 코로나19 여파를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덜컥 구매하기엔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수급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에어프랑스
그러나 업계는 SAF 도입에 회의적이다. 아직 코로나19 여파를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덜컥 구매하기엔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수급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에어프랑스

SAF는 석탄·석유 등 화석자원이 아닌 △동물성·식물성 기름 △해조류 △도시 폐기물 가스 등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연료다. 기존 제트유(등유계 항공유)와 비교하면 원료 수급부터 소비까지 전 단계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업계는 SAF 도입에 회의적이다. 아직 코로나19 여파를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덜컥 구매하기엔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수급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SAF를 취급하고 있는 대한항공도 실사용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사업 규모가 작은 LCC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SAF 가격은 기존 제트유 대비 2~5배 비싼 수준이다. 대한항공이 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CDP)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5년 EU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에 SAF가 2% 혼합될 경우, 연간 338만7152달러(한화 약 46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국내에 SAF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비싼 원가 대비 생산량이 적어, 사업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 정유업계들도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S-Oil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실적발표회(컨퍼런스콜)에서 “SAF는 현재 기존 항공유 대비 3배 이상 가격이 비싸다. 일부 (세액을) 공제해도 높은 원가로 인해 현재로서는 경제성이 없다”며 “실제 생산 중인 물량도 매우 적다. 시장 유통을 위해선 지속 가능한 원재료인 폐식용유, 동물성 유지를 사용해야 하는데 글로벌 전체 공급 가능 수량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LCC 관계자는 "연료효율이 높은 친환경 항공기를 도입하거나, 기내 서비스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등 다양한 우회적 방법으로 탄소를 저감하고 ESG 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SAF 도입 확대를 위해서는 항공사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공항공사, 정유사들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 SAF을 사용하는 항공사에 세액 공제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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