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동산시장 키를 쥔 먼나라 이웃나라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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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부동산시장 키를 쥔 먼나라 이웃나라 [기자수첩]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11.10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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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규제지역 해제가 효과 좀 있을까?", "이제 현금부자들 파티타임 시작된 건가?",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데 그럼 집값이 다시 뛰나?", "행복회로 돌려도 됨?"

윤석열 정부가 목이 타들어가는 부동산 시장 구성원들에게 물을 긴급 공수했다. 10일 정부는 서울·경기 과천·성남·하남·광명을 제외한 수도권 전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해 대출 등 규제를 완화하고,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 LTV 50% 일원화와 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초과 아파트 주담대 허용 시기를 다음달 초로 앞당긴다고 밝혔다. 또한 HUG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해 준공 전 미분양 주택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공적 보증키로 했다. 긴축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서 최근 고금리 등으로 자금 부담이 커진 수요·공급자들에게 유동성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경제 전반적 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음을 감안해, 그간 유지하던 유동성 관리 방침을 내려놓은 셈이다. 하지만 해갈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모든 시장 구성원들이 알다시피 현재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는 미국발(發) 금리 인상에 기인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측면에서 역설적으로 정부의 이번 규제 완화는 향후 긴축 기조 변경을 시사한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지난 8일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에서 "다수의 시장참가자들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매파적인 데다, 10월 고용지표가 여전히 견조하다고 평가며 금리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면서도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임에 따라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런데 한은이 언급한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태다. 고금리로 인해 미국 경제 곳곳에서 파열음이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향후 1년 내 미국 경기 침체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 비율은 연초 15%에서 현재 60%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메타(페이스북), 트위터의 대규모 정리해고다. 공화당의 신승으로 막을 내린 중간선거는 고물가·고금리를 초래한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소시민적 심판이라는 함의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의석 차이가 근소한 건 경제 불투명성을 더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한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 맞춰 기준금리를 추격 인상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이젠 각자 내수 시장 사정을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준비하고 있다며 "공격적으로 이뤄진 세계적 통화정책 긴축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독수리를 따라가다가 날개가 찢어질 지경에 놓인 뱁새들이 이제 보신(保身)에 집중할 거라는 전망이다. 독수리 스스로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상폭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미국 금리가 오는 2023년 2월 0.25%p를 마지막으로 4.75%까지 인상된 뒤 3분기 말을 시작으로 인하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반기 들어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이다. 이에 2023년 말 기준금리를 4.25%로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크레딧 월보- 험난한 여정,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를 통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11월 0.25% 인상에 이어 오는 2023년 1분기 0.25% 인상을 끝으로 최종 기준금리 3.5%로 마무리될 것"이라며 "미국의 최종 금리 수준이 높아지더라도 한국은 경기둔화, 부동산, 가계부채 등과 관련한 금융안정 훼손 우려로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늘 높이 날던 독수리도, 이를 추격하던 뱁새도 이젠 목이 말라 물을 찾기 위해 날갯짓을 조절할 공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낙관적인 주택시장 구성원들이 온오프라인상에서 1년만 버티면 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광경이 목격되고 있다. CPI(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등 금리 인상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지표들도,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도 언급하지 않은 채 말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수요·공급자들이 단기·중장기 주택 구매·공급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켜봐야 하는 건 미국의 사정만이 아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지속하는 건 자국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물론, 중국을 겨냥한 조치이기도 하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법인세 등 세금까지 감면하는 정책을 펼쳤다. 무역분쟁 가운데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 국채 매각이라는 공격 카드를 함부로 꺼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유동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후 팬데믹을 거쳐 위드 코로나에 진입한 올해 들어 미국은 금리를 가파르게 높였고, 중국은 열심히 채권을 팔고 있다. 미국은 중국 내 외국 자본의 이탈을, 중국은 미국 국채 매각을 통해 서로 유동성 공격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난타전 속 먼저 타격을 입은 건 중국이다. 내수 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인 부동산산업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중국에선 지난 6월 말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사태가 잇달아 발생했다. 공산당의 '제로 코로나' 고강도 방역 정책, 개발·건설사들의 무분별한 투자에 미국의 금리 공격까지 겹치며 유동성 위기가 확대된 탓이다. 중국 GDP에서 부동산 개발투자, 건설, 임대, 금융 등 부동산 관련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에 이른다. 이에 중국 정부에선 각종 유동성 지원, 주택 수요 진작 정책을 내놓으며 시장 안정화를 꾀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 '中 부동산시장 404조 폭탄 굴러온다…한국에 파편 튈까'라는 기사를 통해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는 위안화 약세로 인한 원화가치 하락(달러 대비 원화 환율 상승)을 야기해 물가 상승,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으로 투자·소비를 위축시키고 부동산 등 자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직접적인 충격을 가할 여지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이뤄진 외국인 주택 거래 중 70% 가량이 중국인에 의한 거래로 나타났으며, 이중 약 70%가 수도권 거래로 집계됐다.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을 받은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급매 러시'에 나선다면 경착륙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밖에 30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엔화 방어를 위해 미국 국채 매각에 나선 일본의 움직임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핵 공격 가능성, 북한의 강도 높은 도발 등 최악의 변수는 별론이다.

어제오늘 앞서 열거한 질문들을 받았다. 어느 하나도 명확하게 답할 수 없는 것들이다. 내수 영역인 부동산 시장이 글로벌 경제 흐름에 따라 휘청거리고, 수출 영역인 반도체 시장의 수급난이 해외보다 내수에 더 큰 충격을 주는 시대다. 다양한 지정학적 리스크들로 불확실성까지 커졌다. 이 시대에서 우리나라는 뱁새다. 뱁새 혼자 날갯짓을 조절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규제 몇 개 푼다고 메마른 시장에서 물이 나오진 않는다. 독수리들이 내려앉아야 하고, 하늘에서 비가 내려야 한다.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딱 하나뿐이다. 세계는 날로 좁아지고 있다는 것.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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