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치(內治) 구멍-혁명적 쇄신을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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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치(內治) 구멍-혁명적 쇄신을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2.11.12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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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
대대적 정부 쇄신 필요
경찰 대개혁은 국민의 명령
군(軍)도 안보 불안감
민주당도 안전시스템 강화에 힘 보태야
살얼음판 2금융권 자금경색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아직도 정부 곳곳이 구멍이다. 사고가 잇따른다. 철저한 쇄신이 있어야 한다. 중요한 과제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정치권은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 이해득실로 따지는 데서 벗어나 국민을 위로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정쟁중독 정쟁공포가 만연한 대한민국의 개탄스러운 모습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점을 노동부 통계는 말해주고 있다. 특히 이태원 압사 참사와 함께 무궁화호 탈선 사고,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사고,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의 20대 근로자 사망 사고 등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는 우리 사회가 더이상 현재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정부와 협력해 국가의 안전시스템을 점검하고 법과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원내 1당인 민주당도 정부 공격에 매달리기보다 국가의 안전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무엇보다 합당한 인사조치와 조속한 후속대책 마련 등 정부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

윤석열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는 두 가지다. 우선 철저한 진상 규명과 그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 엄정히 책임을 묻는 것이다.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행안부 장관, 보고조차 제때 받지 못한 경찰청장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태원 참사와 부실 대응 의혹을 받는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이 시작됐다.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 엄정히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경찰과 구청, 소방 등 중간 지휘부에 대한 경찰 수사가 고위층 책임을 덮는 꼬리 자르기여선 안 된다. 경찰청장, 행정안전부 장관 등 최고 지휘부가 잘못한 부분은 없었는지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경찰청장에 대해 수사할 경우 팔이 안으로 굽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제기될 우려가 크다. 검경 합동 수사본부 구성 등 수사에 대한 신뢰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안전관리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뿐 아니라 기업 등 민간 영역을 포함해 우리 사회가 총체적으로 안전 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처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경제적 효율성을 지나치게 앞세운 나머지 인간 존엄성·인권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경제 발전 수준에 비해 미처 따라가지 못한 것 아닌지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성찰과 진단도 생각해 볼 일이다.

대대적 혁신 필요

경찰의 대응은 물론 중앙·지방정부 차원의 대처, 입법 과제, 시민적 자세까지 짚어야 할 게 산적해 있다. 경찰에 대해서는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 다양한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안전관리의 권한과 책임, 신속한 보고 체계에 관해 제도적 검토가 시급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선 진상규명, 후 엄정문책’ 의지를 밝혔다. 공개 사과한 윤 대통령 언급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경찰에 대한 대대적 혁신이다. 

이번 대사고의 원인과 대응·수습에서 경찰의 문제점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는 만큼 차제에 대한민국 경찰은 절체절명의 위기감으로 거듭나야 한다.

경찰 대개혁 필요

경찰 간부들 행태는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은 현장 보고를 접하고도 걸어서 10분 거리를 굳이 관용차를 고집해 1시간이나 늦게 도착하면서 기본적 초동 대응조차 제대로 못했다. 류미진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대처도 경찰의 꽃이라는 총경의 일처리라고 보기 어려웠다. 용산서 정보과장 등은 허위보고에 조작 정황까지 나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제천 캠핑장에서 주말을 즐기며 잠을 자느라 상황보고 전화를 받지 못했고, 김광호 서울청장도 전화를 받지 않아 1시간21분 뒤에야 참사를 인지했다. 일선 경찰관들의 몸을 던진 헌신적 대응을 간부들이 다 망쳐버린 게 더 안타깝다.

대한민국 경찰은 휴대전화가 안 되면 업무가 올스톱되는 기관인가. 14만 경찰 1, 2위 책임자가 부관·보조 인력도 없이 주말에는 일개 ‘사인(私人)’이 되고 마는가. 어디서, 무엇이 잘못됐다고 하기조차 난감해진다. 대통령의 다짐이 아니더라도 국민의 이름으로 경찰 대개혁이 필요해졌다. 

경찰의 무능과 나태에 대한 책임 문제에서 국회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입만 많은 정치 경찰’이라는 혹평까지 나오는 상황에 대해 검수완박법 등으로 경찰을 ‘정치’에 끌어들인 거대 야당이 책임감을 더 느껴야 한다. 그런데도 경찰개혁에 적극 동조하기는커녕 끝내 정쟁거리로 삼으려 든다. 경찰개혁에서 야당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국가시스템 현주소 적나라

심지어 용산서 간부가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는 취지로 회유한 정황까지 파악됐다고 한다.

일선에서 경고음을 울렸는데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증거인멸 시도를 했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제대로 대처만 했어도 대량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범죄행위다. 특수본은 당시 용산경찰서장과 용산구청장,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을 맡은 당직 총경과 용산서 정보과장 및 계장, 용산소방서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직무유기, 직권남용 및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들뿐 아니라 국민 안전에 책임이 있는 기관 및 공직자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는 치안과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과 관계자들의 무책임과 먹통이 돼버린 국가시스템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참사 전날에도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몰려 위험한 상황이 있었지만, 경찰청장은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참사 당일 오후 6시30분 무렵부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골목에서 인파가 엉켜 위험하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 수뇌부 누구도 참사 전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열흘이 다 돼가지만 경찰청장은 참사 당일 보고가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틀 새로 짜야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윤 대통령은 “왜 4시간 동안 쳐다만 봤느냐. 경찰 대응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의원들도 여야 구분 없이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참사가 난 골목으로 진입하는 인원만 통제했어도 피할 수 있었다고 한탄했다. 

이태원 참사의 국가애도기간이 끝나고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 등 후속 조치를 본격화할 시점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는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참사 이후 세 번째 사과의 뜻을 밝혔다. 

후속 조치를 지켜보는 국민의 눈높이는 ‘얼마나 달라지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거리에서 압사당하는 허술한 안전망이, 그것을 방조한 행정체계의 난맥상이, 그래서 믿음이 가지 않는 정부의 모양새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새롭게 기대를 품을 수 있도록 대대적인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틀을 새로 짠다는 각오로 대폭적인 개편에 나서야 한다. 국무총리를 포함한 인적 쇄신, 정부 기능의 획기적 개편을 포함한 물적 쇄신 방안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다.

사망사고 증가세

한국 사회는 위기에 봉착했다. 참사의 트라우마가 짓누르고, 불안과 불신이 짙게 드리웠다. 이를 다시 기회로 바꾸기 위해선 공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산업재해의 경영자 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올 1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사망사고는 오히려 늘어났다. 1년을 합하면 정부가 공언했던 ‘연간 사망사고 700명대’는 공염불이 될 공산이 높아졌다. 부산이라고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같은 기간 부산에서는 19명이나 숨졌다. 지난해에는 연간 23명이 목숨을 잃어 최종 추이는 비슷하거나 유의미한 감소세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특이한 점은 법이 주요 감시대상으로 삼고 있는 50인 이상 대형사업장에서의 사망사고 증가세이다. 이를 두고 어렵사리 도입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 취지를 못 살리고 있다고 비판하는 이가 많다. 실제로 법 시행 이후에도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10일 SPC(파리바게뜨)계열사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몸이 끼어 사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코레일에서도 올 들어 벌써 4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엊그제 전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이태원 핼러윈 압사 역시 큰 틀에서는 중대재해에 준하는 참사였다. 법으로도 이런 사고를 막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갈래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같은 재해의 증가가 법을 더욱 세밀하게 다듬고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될지언정 무용론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법의 취지, 훼손돼서는 안된다

올해 사망사고의 가장 많은 유형은 추락사다. 기본시설만 갖췄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은 여전히 안전 의식과 사전 대비의 여지를 보여준다. 산업체의 최고 책임자가 현장의 안전이 자신의 거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행정 당국이 점검과 단속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일터의 모습은 변할 수 있다.

경영계는 책임자 처벌의 수위를 낮추거나 책임을 보다 구체화해 면책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와 당선인 시절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언급한 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시행 1년도 안돼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섣부르다. 효과와 맹점을 진단하는데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숨지는 비극을 없애겠다는 법의 취지가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정쟁 격화

반면 야당은 특별검사(특검) 도입 카드까지 꺼내 드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여당은 이태원 참사를 윤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을 흔들기 위한 정치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규정하고 총력 반격 태세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나자마자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정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후 종교계 추모 행사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던 윤 대통령이 공식 회의에서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적절했다는 판단이다. 야권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대국민 사과를 받아들인 셈이다. 윤 대통령이 경찰을 강하게 질타하고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한 데 이어 국가안전시스템 재구축 필요성을 역설한 부문에 주목한다.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경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은 물론 대통령실과 내각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이태원 참사 책임론을 고리로 여권을 수세로 몰아가 국정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야당의 움직임에 대해 여당은 정권 흔들기로 인식하는 등 이태원 참사는 결국 정쟁으로 비화했다.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논의했지만, 서로 한 치 양보 없는 설전만 벌였다. 여야가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보다는 정치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는 꼴이다. 소모적인 정쟁에 휘말려 정작 진상 규명을 바탕으로 책임을 따지는 후속 작업이 지연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저 뒷전으로 밀릴까 우려스럽다. 정치권은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 이해득실로 따지는 데서 벗어나 국민을 위로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합당한 인사조치와 조속한 후속대책 마련 등 정부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대국민 사과 적절

야당은 특별검사(특검) 도입 카드까지 꺼내 드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여당은 이태원 참사를 윤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을 흔들기 위한 정치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규정하고 총력 반격 태세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나자마자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정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후 종교계 추모 행사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던 윤 대통령이 공식 회의에서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적절했다는 판단이다. 야권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대국민 사과를 받아들인 셈이다. 

윤 대통령이 경찰을 강하게 질타하고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한 데 이어 국가안전시스템 재구축 필요성을 역설한 부문에 주목한다. 회의에서는 이번 참사처럼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상황인 인파의 밀집도를 낮추고 다양한 형태의 안전체계를 구축하는 ‘인파 관리 긴급구조시스템’이 집중 논의됐다. 정부의 확실한 실행 계획을 지켜볼 일이다.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경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은 물론 대통령실과 내각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이태원 참사 책임론을 고리로 여권을 수세로 몰아가 국정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인파 관리 긴급구조시스템’ 집중 논의

야당의 움직임에 대해 여당은 정권 흔들기로 인식하는 등 이태원 참사는 결국 정쟁으로 비화했다. 

정부 회의에서는 이번 참사처럼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상황인 인파의 밀집도를 낮추고 다양한 형태의 안전체계를 구축하는 ‘인파 관리 긴급구조시스템’이 집중 논의됐다. 정부의 확실한 실행 계획을 지켜볼 일이다.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경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은 물론 대통령실과 내각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이태원 참사 책임론을 고리로 여권을 수세로 몰아가 국정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야당의 움직임에 대해 여당은 정권 흔들기로 인식하는 등 이태원 참사는 결국 정쟁으로 비화했다. 여야가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보다는 정치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는 꼴이다. 소모적인 정쟁에 휘말려 정작 진상 규명을 바탕으로 책임을 따지는 후속 작업이 지연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저 뒷전으로 밀릴까 우려스럽다. 

법과 제도적 보완책 마련해야

이태원 참사를 통해 재난을 예방하고 위기를 관리할 정부의 무능하고 해이한 실태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고, 위법한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책임자 문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태원 참사는 고위직 몇 사람을 바꾸고 처벌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없이 안전사회 다짐이 있었지만, 실제로 나아진 게 별로 없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정부와 협력해 국가의 안전시스템을 점검하고 법과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민주당은 참사 직후 정쟁을 자제하겠다고 하더니 이제 본격적인 정쟁에 나선 모양새다.

돈맥경화 현상

다음, 제 2금융권의 돈맥경화 현상이 심상치 않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 위험에 빠져 비상경영에 돌입한 데 이어 보험사와 카드·캐피탈사 등 여신전문사, 저축은행 등이 자금난에 빠져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이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인 비은행권 전체를 뒤덮으며 금융시장 전체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다음, 제 2금융권의 돈맥경화 현상이 심상치 않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 위험에 빠져 비상경영에 돌입한 데 이어 보험사와 카드·캐피탈사 등 여신전문사, 저축은행 등이 자금난에 빠져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이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인 비은행권 전체를 뒤덮으며 금융시장 전체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정진석 언급

군도 허물 투성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페이스북에 '4개의 북한에 포위된 대한민국' 글을 올렸다. 정 위원장은 북한, 또 다른 북한이 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우리 내부의 북한을 4개의 북한으로 꼽았다. 정 위원장은 "또 하나의 북한은 대한민국 안에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가 지금은 무소속인 한 여성 국회의원이 SNS에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다가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이 언급한 의원은 윤미향 의원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미연합공중훈련을 당장 멈추라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정 위원장은 안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현실을 제대로 짚었다. 북한은 중·장·단거리 미사일 도발 등 대남 위협을 자행하고, 7차 핵실험을 강행할 움직임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 편을 들면서 우리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내부에서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 위원장이 대한민국 안의 북한을 지목한 것은 이를 지적한 것이다.

환골탈태 차원의 전면쇄신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미·일 연합훈련을 두고 "극단적 친일 행위" "친일 국방"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 주장은 북한 김일성의 '갓끈 전술'을 떠올리게 했다.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갓끈에 의해 남한이 유지되고 있는데 이 중 하나만 잘라내도 갓이 머리에서 날아가듯이 남한이 무너진다는 대남 전략이다. 외부 침략 못지않게 내부 분열로 나라가 망했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정 위원장의 지적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한편, 잇단 산재에 탈선까지, 코레일 전면쇄신도 급하다. 코레일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2년을 ‘철도 안전의 터닝포인트’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안전관리 컨트롤타워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도 내놓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지난 1월 5일 부산행 KTX 산천 열차 궤도 이탈을 시작으로 올 들어 탈선 사고는 11차례 이어졌다. 작업 중 사망사고도 4건이나 발생했다. 나희승 코레일 사장은 공공기관장 중 처음으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코레일은 2018년 강릉 KTX 탈선 사고를 비롯해 큰 사고가 날 때마다 재발 방지책을 약속하고, 최고경영자가 물러나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그런데도 똑같은 사고가 계속되거나 오히려 사고가 더 늘어나는 것은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해법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지탄에 그치지 말고 주무 부처로서 책임감을 갖고 수술에 나서기 바란다. 지금 코레일에 필요한 것은 허울뿐인 조직 개편이나 수박 겉핥기식 대책이 아닌 환골탈태 차원의 전면쇄신이다.

본격적인 정쟁 모양새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징역형 등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 도리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많아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48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510명이 숨졌다. 노동부는 공식적으로는 작년 같은 기간 통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결과 작년 1∼9월에 49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502명이 숨졌다는 것이다. 

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한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 마련의 힘과 지혜로 승화시킬 때가 됐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다.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끝났으니 문책의 시간이 왔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격식을 갖춰 백배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7일까지 세 차례 사과했는데, 대국민담화와 같은 형식을 갖추라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은 파면하고,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은 책임을 인정하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받아들이라고도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실과 내각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참사 직후 정쟁을 자제하겠다고 하더니 이제 본격적인 정쟁에 나선 모양새다. 후속 조치를 지켜보는 국민의 눈높이는 ‘얼마나 달라지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거리에서 압사당하는 허술한 안전망이, 그것을 방조한 행정체계의 난맥상이, 그래서 믿음이 가지 않는 정부의 모양새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사망사고 증가세

산업재해의 경영자 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올 1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사망사고는 오히려 늘어났다. 

특이한 점은 법이 주요 감시대상으로 삼고 있는 50인 이상 대형사업장에서의 사망사고 증가세이다. 이를 두고 어렵사리 도입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 취지를 못 살리고 있다고 비판하는 이가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법 시행 이후에도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부산항만 해도 불과 몇년 전까지 작업자가 지게차에 치거나 컨테이너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났다. 한달 전에도 물양장에서 60대가 튕겨져나온 타이어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그러나 책임자와 실무자에 대한 산재교육 강화, 안전장비 도입 등으로 예년에 비해 변화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항만업계의 자평이다. 다른 현장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올해 사망사고의 가장 많은 유형은 추락사이다. 기본시설만 갖췄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은 여전히 안전 의식과 사전 대비의 여지를 보여준다. 

군도 마찬가지

이뿐 아니다. 군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올 들어 30차례 넘게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우리 군에서 미사일 발사 오류가 잇달아 발생해 우려된다. 오류의 내용과 형태도 교신 불량, 공중폭발, 장착 불가, 목표설정 실패, 낙탄, 신호 소실 등으로 다양하다. 국민의 안보 불안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군 당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일 북한이 동해상 북방한계선(NLL)남쪽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데 대응해 우리 군이 NLL 북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KF-16 전투기에서 스파이스2000 유도폭탄 2발을 발사하려고 했으나 목표설정 실패로 두 번째 발사를 하지 못해 1발 발사에 그쳤다. 이어 F-15K 전투기에서 공대지미사일 슬램-ER 2발을 발사하려고 했으나 장착 과정상 장애로 역시 1발 발사에 그첬다.

잇단 미사일 발사 오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실전 대응 태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음을 말해준다. 무기 자체의 기술적 문제 때문일 수도 있고, 평소 무기 관리와 무기 운용 교육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지금과 같은 엄중한 안보위기 속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군은 잦은 오류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부족한 점을 조속히 보완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공감의 리더십이 필요

한국 사회는 위기에 봉착했다. 참사의 트라우마가 짓누르고, 불안과 불신이 짙게 드리웠다. 이를 다시 기회로 바꾸기 위해선 공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민이 목말라하는 것에 함께 갈증을 느껴야 국민이 신뢰할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 한두 명의 거취나 부질없는 책임 공방 따위에 발목이 잡혀 질질 끈다면 이런 리더십의 부재를 자인하는 꼴이 된다. 윤석열정부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 스스로에게 더욱 단호해야 국민이 공감할 것이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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