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이전 TF 게시글 검열?…“명예훼손 방지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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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부산이전 TF 게시글 검열?…“명예훼손 방지 차원”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11.15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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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익명게시판, 부산이전 비판글 봇물
게시글 대다수, 부산이전 TF 관련 비판
삭제 게시물 다수 ‘직원 실명 거론 비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지난 9월 5일 금융노조 산은 지부 소속 노조원들이 산업은행 본점 8층에서 부산이전 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은행 익명게시판이 부산이전 반대 의견 표명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게시물이 삭제돼 검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DB산업은행이 때아닌 게시판 검열 논란에 휘말렸다. 산업은행이 내부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을 삭제하면서다.

15일 산업은행과 산업은행 노조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내부에서 익명 형태로 운영하는 게시판의 일부 게시물이 최근 잇따라 삭제됐다.

해당 게시물들은 대부분 산업은행의 부산이전TF 구성과 관련해 해당 부서에 합류한 직원에 대한 내부직원들의 성토를 담은 내용들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게시판 검열’을 한다는 불만도 나왔다.

다만, 삭제된 게시물 가운데 성토의 강도가 직원 개인의 명예훼손 차원 수준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부산이전 TF와 관련해서 삭제 조치를 한 게 아니라 개인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명예훼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특정 직원의 실명 거론과 정제되지 않은 표현 등이 담긴 게시물을 삭제 조치한 것일 뿐, 부산이전 TF에 대한 의견 표명 여부가 기준이 된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네이버 등 포털에서 과도한 비난과 욕설 등이 포함된 댓글들을 삭제 또는 블라인드 처리하는 것과 같은 차원의 조치라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익명 게시판의 활용 빈도가 많아진 것도 관리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부산이전 TF 구성과 관련해 노사 간, 그리고 산업은행과 직원 간 갈등 국면에서 익명게시판이 의견 표명의 창구로 이용되면서 게시물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검열 우려를 제기한다. 명예훼손 방지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자칫 무분별한 삭제가 이뤄질 경우 검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노조 한 관계자는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 삭제는 ‘양면의 동전’ 같은 부분이 있다”면서 “명예훼손 방지 필요성은 당연하지만, 자칫 검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삭제’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의 공약 중 하나인 국책은행 이전 정책의 첫 대상이 된 산업은행은 부산이전 추진을 둘러싸고 안팎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 금융노조 산업은행 지부를 중심으로 부산이전 반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반면, 강석훈 회장은 TF 구성 등 부산이전 정책을 추진 중이다.

노사 간 강(强)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 부산이전이 결국 단행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노조가 아무리 반대해도 부산이전 열쇠를 쥔 정부가 의지를 굳히지 않는 이상, 강행될 수 밖에 없다는 시선이다.

다만, 최종 추진 여부는 국회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본점을 이전하려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은행 본점 소재지는 서울로 규정하고 있다. 부산이전이 현실화 되려면 해당 조항 개정이 필요하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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