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하나회 숙군과 문재인 공기업 알박기 뒤끝 [역사로 보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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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하나회 숙군과 문재인 공기업 알박기 뒤끝 [역사로 보는 경제]
  • 윤명철 기자
  • 승인 2022.11.20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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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알박기 군인사, 하나회 명 재촉한 악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기자]

김영삼 군 개혁 백미 하나회 숙군 ⓒ김영삼 민주센터
김영삼 군 개혁 백미 하나회 숙군 ⓒ김영삼 민주센터 홈페이지

알박기는 뒤끝의 극치다. 내 이익을 위해서 너 죽어라는 식의 고약한 심보가 낳은 이기주의다. 원래 이 용어는 부동산 업계에서 유래된 적폐다. 개발 예정지의 땅 일부를 사전 구입 후 사업자에게 고가로 되파는 부동산 투기다.

이는 토지 소유권 100%를 확보하지 않으면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제도를 악용한 전형적인 투기다. 알박기꾼들은 토지 일부만 확보한 후 고의로 매각을 연기하고 버티다 결국에는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되팔아 막대한 이익을 취한다.

한국 현대사에도 알박기는 자주 등장한다. 이른바 ‘알박기 인사’다. 전임 정권이 자신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임기말 알박기 인사를 강행해 후임 정권을 괴롭힌다. 지분 장사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저잣거리 행패다.

노태우 정권도 임기 후반 알박기 군인사를 강행했다. 노태우 6공이 아무리 직선제로 탄생했다고 해도 전두환 5공 시즌2였고, 군부정권의 오명을 완전히 씻을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바로 군부 적폐 하나회의 존재 때문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군권을 장악하면 함부로 자신들을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고 오판했다. 노 대통령은 하나회 초실세 김진영 장군을 육참총장으로, 서완수 장군을 기무사령관으로 각각 임명해 군권을 휘어 잡았다.

3당 합당을 통한 지지층 확대로 대통령 후보가 된 김영삼이 문민화를 추진하더라도 군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얄팍한 계산하에 이뤄진 알박기 군인사다. 하나회도 문민정부의 대주주로서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승부사 김영삼은 달랐다. 노태우와 하나회의 속셈을 정확히 읽고 전광석화와 같은 숙군 인사로 판을 뒤집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한지 불과 15일도 안 된 1993년 3월 8일 오전 7시 30분 권영해 국방부장관을 청와대로 소환해 김진영 육참총장과 서완수 기무사령관 전격 해임을 통보했다. 하나회 숙청의 첫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순간이다.

김진영 총장은 12·12 쿠데타 당시 장태완의 수경사 전차부대를 단신으로 저지한 5공 출범의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김영삼의 하나회 청산 의지로 단칼에 군복을 벗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불명예 전역자가 됐다. 서완수도 하나회의 핵심 실세였다.

김영삼은 그날로 비하나회 출신 김동진 연합사 부사령관과 김도윤 기무사 참모장을 각각 육참총장과 기무사령관으로 임명해 군권을 장악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두달 후 5·24 숙군으로 하나회를 초토화시켰다. 5·24 숙군은 신군부의 탄생 모태인 12·12사태 관련 고위장성들을 사냥했다

이날 하나회 중 3성 장군 이상 전원과 소장급 일부가 군복을 벗었다. 후속조치로 대대적인 군 인사가 이뤄졌다. 이로써 대통령 취임 석 달 만에 군복을 벗은 장군만 18명이었고, 날아간 별이 무려 50개에 육박했다.

김영삼의 전격적인 숙군 조치에 하나회는 멘붕에 빠졌다. 제2의 12·12를 도모할 여건이 안됐다. 지(地), 시(時), 인(人), 삼박자가 절대 부족했다. 영원한 텃밭 TK도 같은 영남 PK 정권에 손을 들어줄 것 같았고, 정권 초반이라는 불리한 시간, 상도동계와 손잡은 일부 5·6공 인사 등, 모든 것이 정치군인들편이 아니었다. 하나회는 한 순간에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국민 품에 안긴 청와대 ⓒ 청와대 온라인 소통관
국민 품에 안긴 청와대 ⓒ 온라인 소통관 청와대 국민 품으로

문재인 전 정권이 임기말 대대적인 알박기 인사를 강행해 아직도 시끄럽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문 정권이 임명한 공기업과 공공기관 인사들로 인한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고유가, 고금리 등 복합위기 속에서도 문재인 정권의 알박기 인사로 만성적자로 허덕이는 다수의 공기업은 자리 다툼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나가라~”, “못 나간다~”만 들려온다. 소는 키울 생각은 안하고 외양간만 차지하겠다는 한심한 작태민 보인다. 소가 죽으면 외양간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노태우 정권의 알박기 군인사는 하나회의 명을 재촉했다. 복합 경제 위기 속에서도 외양간 소유권 갈등의 씨앗을 뿌려 놓은 문재인 전 정권의 알박기 인사에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공기업은 혈세로 먹고 사는 존재이지만, 자기 할 일은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전광석화와 같은 숙군이 그리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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