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오일머니’…건설업계, 사우디發 훈풍에 모처럼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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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오일머니’…건설업계, 사우디發 훈풍에 모처럼 ‘방긋’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11.17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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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변수 산적, 과도한 기대 금물…저가수주 지양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원자재가 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리스크 등 연이은 악재로 곤욕을 치르던 국내 건설업계가 모처럼 웃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방한길에 들고 온 '네옴시티 선물세트' 때문이다.

17일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 투자부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사우디 투자포럼을 열고 양국 정부·기업간 20여 개의 사업 협력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에 따라 예정된 사업비는 건당 조(兆)단위, 모두 합치면 최대 수십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앞서 이달 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코오롱글로벌, 삼성엔지니어링, 쌍용건설, 한미글로벌, 희림, 해안건축 등과 원팀코리아를 꾸려 사우디를 방문하고, 기업들의 중동 지역 수주활동을 지원한 바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기대하는 사업은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네옴시티 프로젝트다. 해당 프로젝트는 요르단, 이집트 등과 마주한 사우디 북서부 일대 홍해 인근 사막 부지에 서울 전체 면적의 약 44배 규모에 이르는 미래형 친환경 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규모만큼 투입되는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5년 전 사우디 정부는 네옴시티에 약 7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선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데에 1300조 원 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삼성물산은 한국전력, 한국남부발전, 포스코 등과 함께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약 8조5000억 원(예정 사업비) 규모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 MOU를 맺었다. 해당 공장은 네옴시티에 포함되는 홍해 연안 얀부시 지역에 들어서게 된다. 또한 삼성물산은 네옴시티 내 임직원 숙소 1만 가구를 모듈러 방식으로 짓는 내용의 사업 관련 MOU도 PIF와 체결했다.

같은 날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자회사인 에쓰오일이 추진하는 외국인 투자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 관련 EPC 계약을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울산 일대에 에틸렌, 폴리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 생산 설비를 오는 2026년까지 구축하는 사업으로, 예정 사업비는 7조~8조 원 규모로 전해진다.

이밖에 대우건설은 사우디 현지 건설사인 알파나르(Alfanar)와 사우디 석유화학 프로젝트 추진 관련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으로 양측은 현지 오일·가스 사업을 공동 발굴하고, 참여 기회 확대에 상호협력키로 했다. DL그룹(구 대림산업그룹) 계열 DL케미칼(구 대림산업 석유화학부문)은 사우디 투자부와 합성유 공장 구축 관련 MOU를, 코오롱글로벌은 사우디 현지 유통업체인 파이드 인터내셔널 푸드(FAIDH International Food) 스마트팜 사업추진 관련 업무협약을 각각 맺었다.

이에 앞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네옴시티 계획에 포함된 직선도시인 '더 라인' 내 터널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쌍용건설은 예정 사업비 33조 원 규모 공원 조성 프로젝트인 '킹 살만 파크' 프로젝트 입찰을 위한 사업수행능력평가(PQ) 절차에 들어간 상황으로 전해진다.

빈 살만 왕세자가 들고 온 선물 보따리에 이처럼 업계 내 기대감이 높지만 일각에선 지나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여러 가지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네옴시티에 170km 길이 직선형 도시를 건설하는 더 라인 프로젝트의 경우 국내외에서 실현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빈 살만 왕세자의 정치적 입지도 변수다. 그는 2017년 부친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당시 1순위 왕위 계승자인 조카를 폐위하면서 왕위 계승자 자리에 앉은 이후 레바논 총리 협박, 언론인 암살 등 각종 사건·사고와 관련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자체도 빈 살만 왕세자가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내놓은 무리한 계획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유가로 평가된다. 코로나19 사태 때 유가 폭락 현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에 따라 재현될 경우 공사 중단, 공사비 미지급 등으로 국내 기업들이 애를 먹을 수 있다. 실제로 한화 건설부문(구 한화건설)은 팬데믹 가운데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 현장에서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했고, 최근 사업 계약 해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적인 사업이 많지 않고, 각종 변수가 산적한 상황이어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며 "또 조심해야 할 건 저가 입찰이다. 사우디 시장을 노리는 수많은 글로벌 경쟁사들을 염두에 두고 싸게 들어갔다간 과거처럼 손해만 보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원자재 가격 이슈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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