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하철 시위와 정치의 부재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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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지하철 시위와 정치의 부재 [기자수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11.20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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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지하철 이용객 갈등 커지는데…손 놓은 정치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10일. 사진 한 장이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상일동행 열차 84분후 도착예정’이라는 안내판이 찍힌 사진이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출근길 5호선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날 전장연은 자신들이 탄 휠체어 뒤에 ‘기획재정부는 장애인권리예산 보장하라’,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안전한 세상을 원한다’ 등의 플래카드를 걸고 “장애인에게 권리를”, “차별은 이제 그만”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그러나 사진을 본 시민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대체 언제까지 시민들이 고통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에서부터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반응까지 나왔습니다. ‘계속 이런 식이면 폭력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섬뜩한 경고도 들렸습니다.

사실 전장연 시위는 옳고 그름으로 따지기 애매한 사안입니다. 장애인들 입장에서,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방식의 시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소 과격한 방식이 아니라면, 소외계층의 목소리는 주목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시민들 입장에서는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아무 관계없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틀린 말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 대목에서 비판하고 싶은 건, ‘정치의 부재’입니다. 흔히 정치의 본질을 ‘갈등의 조정’이라고 합니다. 옳고 그름이 아닌,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영역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치의 존재 이유입니다.

이렇게 보면, 전장연 시위야말로 반드시 정치가 개입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네 말이 옳고 네 말도 옳을’ 때, 이를 제도권 내로 끌어들여 합의점을 찾아내야 하는 게 정치니까요. 하지만 전장연과 시민들의 갈등을 완화하려는 정치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정치는 전쟁의 문명화된 형태라고 합니다.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하면,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야만적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부디 이번에는 한 발 빠른 대처를 통해 일이 벌어진 후에야 ‘예견된 사태’였다고 반성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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