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완성품 없지만 후퇴 말아야”…민추협 사진전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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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완성품 없지만 후퇴 말아야”…민추협 사진전 [현장에서]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2.11.21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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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 이후 달라진 시위 풍경…“평화적 해산, 역사적 가치 더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민추협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1987 민주쟁취 미공개 사진전을 21일부터 닷새간 국회에서 진행하고 있다.ⓒ시사오늘
민추협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1987 민주쟁취 미공개 사진전을 21일부터 닷새간 국회에서 진행하고 있다.ⓒ시사오늘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대학생 시절이었다. 당시 보도기자 지망생이던 김경수 포토저널리스트는 현대사의 생생한 현장을 찾아다니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양심수를 즉각 석방하라!”

1987년 8월 10일 오후 6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아현감리교회 현장.  

“이 사진은 감리교회 내부 전경인데요, 구속된 정치범 가족들과 학생들, 노동자들이 모여 양심수를 석방하라며 구호를 외치는 장면입니다.”

2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린 ‘1987 민주쟁취 미공개 사진전’에서 만난 김 씨는 그날의 현장 분위기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진 하나를 꼽아 소개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민주화추진협의회가 주최한 ‘8‧10 양심수 석방 촉구대회’의 열기가 가득 느껴지는 해당 사진 안에는 故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생전 모습이 생생히 포착됐다. 작은 머리띠를 두른 이 여사는 한쪽 팔을 들어 올려 양심수를 전면 석방하라는 구호를 따라 외치고 있던 중이었다. 6월 항쟁도 승리하고, 전두환 정권에서는 6‧29도 선언했지만 양심수 석방이 이뤄지지 않을 때였다. 

무더운 여름낮 강당에 모인 사람만 어림잡아 3000여 명. 선풍기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앉는 통에 땀도 많이 흘리고 굉장히 더워 다들 고생했지만 이에 개의치 않았다고 김 씨는 소회했다. 

김영삼-김대중(YS-DJ) 민추협 공동의장을 필두로 열린 당시의 8‧10 집회는 서울 한복판을 누비는 가두시위로 이어졌고, 밤중까지 전개되다 평화롭게 해산됐다. 
 

6월 항쟁 이후 가두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했고, 질서 있게 해산됐다고 김경수 포토저널리스트는 전했다. 사진은 87년 8월 10일 양심수 석방 촉구 대회의 집회 모습이다.ⓒ시사오늘
6월 항쟁 이후 가두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했고, 질서 있게 해산됐다고 김경수 포토저널리스트는 전했다. 사진은 87년 8월 10일 양심수 석방 촉구 대회의 집회 모습이다.ⓒ시사오늘

“6월 항쟁 승리 이후 달라진 집회 풍경을 확연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준 김 씨의 설명 뒤로 6‧10 항쟁 전후 변화된 사회 분위기가 가늠됐다. 

오프닝 시간에 앞서 이윽고 민추협 공동이사장인 상도동계 좌장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과 동교동계 맏형 권노갑 민주당 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갑게 인사한 두 인사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전시된 사진들을 꼼꼼히 감상해 나갔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이채익 의원도 현대사 거물들의 뒤를 따라 6월 항쟁 전후의 기억을 더듬으며 원로들의 말벗이 됐다. 
 

민추협 공동이사장인 동교동계 맏형 권노갑 이사장과 상도동계 좌장 김덕룡 이사장이 민추협 사진전에 참석해 당시의 생생한 현장이 담긴 전시물들을 감상하고 있다.ⓒ시사오늘
민추협 공동이사장인 동교동계 맏형 권노갑 이사장과 상도동계 좌장 김덕룡 이사장이 민추협 사진전에 참석해 당시의 생생한 현장이 담긴 전시물들을 감상하고 있다.ⓒ시사오늘

어느 사진 앞에서는 새록새록 떠오르는 장면들이 많은지 좀처럼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김덕룡 이사장은 특히 ‘87년 6월 10일 전두환의 영구집권 음모를 규탄하는 YS 사진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사진은 김경수 포토저널리스트의 미공개 사진전 맞은편으로 전시된 기존의 민추협 기록물이었다. YS의 비서실장으로서 현장을 지키고 있었을 테니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김 이사장은 사진전 감상의 소회를 묻는 <시사오늘> 질문에 “35년 전 이야기인데도 오늘 일처럼 생생하다”면서도 “우리가 열망했던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할 텐데 여야가 극한 대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갈수록 분열 양상을 보이는 듯해 안타깝다”고 씁쓸해했다. 
 

민추협 사진전에는 김경수 포토그래퍼 저널리스트의  8월 10일 양심수 석방 촉구 관련 미공개 사진들 외에도 맞은편에서 기존 민추협의 역사가 담긴 사진전도 동시에 진행됐다. 사진은 민추협을 이끄는 양김의 모습이다.ⓒ시사오늘
민추협 사진전에는 김경수 포토그래퍼 저널리스트의 8월 10일 양심수 석방 촉구 관련 미공개 사진들 외에도 맞은편에서 기존 민추협의 역사가 담긴 사진전도 동시에 진행됐다. 사진은 민추협을 이끄는 양김의 모습이다.ⓒ시사오늘

DJ 영원한 비서실장 권노갑 이사장은 사진전을 둘러본 전반적 소회로 “양김과 민추협이 앞장섰기에 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며 “두 지도자를 모시고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그 시절 우리들의 용기와 행동이 생각나 벅찬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뒤이어 시작된 오프닝 행사에서는 조찬옥 민추협 사무총장이 사회를, 김덕룡 이사장이 인사말을 남겼다. “민주주의에 완성품이 없다지만 후퇴는 하지 말아야지 않겠느냐”는 김 이사장의 뼈아픈 발언이 여운을 안겼다. 뒷자리에 앉은 김도연 전 문화부 차관과 유준상 전 의원 등도 오랜만에 모습을 비춰 반가움을 더했다. 
 

사단법인 민주화추진협의회는 오는 21일부터 닷새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1987 민주쟁취대회 미공개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은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사단법인 민주화추진협의회는 오는 21일부터 닷새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1987 민주쟁취대회 미공개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은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시사오늘

이날 행사는 사단법인 민추협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하고, 김영호‧이채익 의원이 주관을, 김대중기념사업회와 김영삼민주센터,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이 후원했다. 

전시는 25일까지 열린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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