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상장폐지, 가상자산 신뢰의 붕괴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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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믹스 상장폐지, 가상자산 신뢰의 붕괴 [주간필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11.27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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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 ‘위메이드’ vs. 거래소 ‘업비트’ 진흙탕 싸움
“업비트 일방 갑질” 주장 위메이드, 법적대응 예고
가이드라인 부재 논란, 가상자산 신뢰성 도마 위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고수현 기자)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연합인 DAXA가 코인 위믹스에 대해 지난 24일 늦은 저녁 상장 폐지 결정을 내린 가운데,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가 다음날인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업비트의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위믹스 상폐 결정을 두고 가상자산발행사와 가상자산거래소 간 법적대응을 비롯한 진흙탕 싸움이 예고되면서 가상자산의 신뢰성에 의문이 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기자)

경제는 신뢰다. 화폐 역시 신뢰를 바탕으로 가치가 인정된다. 어떤 화폐라도,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존재할 수 없다. 가치가 없는 화폐란 경제 생태계에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의 경우 국내에서는 아직도 제도권 밖에 머물고 있지만, 가치를 인정 받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가상자산(화폐)의 신뢰를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4일 늦은 오후 상장 게임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결정, 즉 퇴출 위기에 처했다. 위믹스 상폐 결정 소식은 다음 날인 25일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위믹스 발행사이자 국내 주요 게임사인 위메이드의 주가는 장 시작과 함께 하한가를 기록했다.

앞서 위메이드는 지난 10월 22일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위믹스 유동화 논란’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진행할 것”이라면서 “위믹스는 자체 공시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활동을 공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사실상 가상자산 원화거래를 지원하는 모든 거래소들의 연합체인 DAXA는 24일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 △투자자에게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 자료 오류·신뢰 훼손 등을 사유로 위믹스 상폐 결정을 내렸다.

위메이드 측의 해명과는 정반대의 결론이 난 것이다. 상장사인 위메이드에 대한 시장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가상자산 업계(거래소, 발행사 등) 안팎에서 나온다. 단순히 위믹스의 상폐와 위메이드의 주가 폭락 정도에 그칠 사안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금의 가상자산 생태계는 전세계적으로 신뢰 저하의 길로 가고 있다. 앞서 루나 사태,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 사태, 여기에 더해 위믹스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가상자산 생태계 신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나무가 발간하는 업비트 디지털 자산 지수(UBCI) 리포트에 따르면 10월 31일~11월 6일 공포-탐욕 지수는 ‘중립’이었지만 이후 2주 연속(11월 7일~11월 13일, 11월 14일~11월 20일) ‘공포’에 머무르고 있다.

공포-탐욕 지수 단계는 ‘매우 공포-공포-중립-탐욕-매우 탐욕’ 다섯 단계로 나눠지는 데, 공포에 가까울 수록 높은 거래량과 강한 변동성을 동반한 하락 단계를 의미한다. 위믹스 상폐가 변영될 경우 ‘매우 공포’로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단순히, 특정 가상자산의 가치 하락이 아닌 가상자산에 대한 시장불신이 확산될 경우 가상자산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가상자산 투자는 도박에 가까운 투기’라는 인식이 아직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상자산이 최소한의 신뢰마저 잃어버린다면 생태계는 붕괴할 수 밖에 없다.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이번 상폐 결정을 두고 업비트의 갑질이라고 강하게 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2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유통량에 대해 업비트 측에 가이드라인과 기준을 달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답변이 없다”면서 “기준도, 가이드라인도 없는 데, 거래를 종료시킨다는 결정은 매우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의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업계 전체를 규율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걸 문제삼은 것이다. 장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가상자산거래소의 입맛 또는 주관적 판단에 따라 제2의 위믹스 상장폐지 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소리다.

업비트는 장 대표의 주장에 대해 “업비트 단독으로 결정한 사안이 아닌 DAXA 회원사들이 모여 소명자료 분석한 뒤에 종합적으로 내린 결론”이라면서 “국내에서 위믹스를 거래지원하는 4개 거래소가 모여서 심도있게 논의했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고심을 거듭해 내린 결론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위메이드와 업비트의 진흙탕 싸움은 예정된 상황이다. 위메이드 측이 법적 절차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양 사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위믹스 상폐가 빠르게 진행이 되거나, 위메이드가 진흙탕 싸움 끝에 상폐 결론을 뒤집거나, 어쨌든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는 건 매한가지라는 게 문제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위메이드가 위믹스 코인으로 투자자를 기망했든, 아니면 정말로 업비트가 제 입맛대로 기준도 없이 상장폐지를 결정했든,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가상자산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말이다.

가장 쉽고 빠르게 국내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 회복을 꾀할 수 있는 길은 곧 규제와 제도이다. 명확한 가상자산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제재와 처벌이 이뤄진다면 다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리라.

가상자산 발행사, 가상자산거래소는 가상자산 생태계의 생존을 위해 금융당국, 그리고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 신속히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투자환경 마련을 노력해야한다. 이 같은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조차 없다면, 가상자산 생태계는 사라질 수 밖에 없다.

투자자도, 발행사도, 거래소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판치는 가상자산 생태계라면, 존재할 의미가 없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증권·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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