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는 없다”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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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는 없다”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2.11.27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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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태 ‘김건희 여사 사진 조명 사용’ 주장…김의겸 ‘청담동 술자리 의혹’
한동훈 “가짜뉴스 퍼뜨린 사람에 대해 끝까지 책임 묻는 태도 정착돼야”
“가짜뉴스, 뉴스 얼굴 한 마타도어…사회적 비용 낭비 등 폐해 말할 수 없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 연합뉴스
정치권에서 매일 가짜뉴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가짜뉴스를 퍼뜨린 사람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는 풍토가 필요하다. ⓒ연합뉴스

誣告 또는 거짓말일 뿐이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은 본인 부음 빼고는 무조건 언론에 나는 게 좋다”. 

거짓말이라도 해서 언론에 나는 게 좋다는 얘기다.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 일시적으로 뜨기 위해서는 크게 틀리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당연히 정도는 아니다. 정치인 이전에 우선 사람부터 돼야 하니까.

끊이지 않는 가짜 뉴스 논란

광우병 사태 때부터 심하게 나돌던 가짜 뉴스 논란은 이번 이태원 참사 때도 여지없이 불거졌다. 이번엔 특히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회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아주 몹쓸 짓거리로 지적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선 거의 매일 가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심장병 아동과 함께 사진을 찍을 때 조명을 이용한 콘셉트 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허위사실이라며 장 위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사실 여부는 곧 밝혀질 것이다.

이에 앞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심야에 술집에서 술 마시며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한동훈 장관이 그 자리에서 즉각 김 의원에게 항의, 가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사회는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가짜 뉴스에 대한 대가로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왔다. 코로나19 사태도 가짜 뉴스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치료 및 예방 방법부터 백신 위험성까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며 국민을 불안케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가짜 뉴스를 퍼뜨린 사람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에 동의한다.

무고(誣告) 많은 우리 사회

사실이 아닌 일을 거짓으로 꾸며 해당기관에 고소하거나 고발하는 걸 무고(誣告)라고 한다. 거짓말로 남을 해코지하려 한다는 점에서 질이 아주 나쁜 죄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무고죄 기소 건수가 이웃 일본의 몇백 배나 된다. 몇 차례 공개됐던 그 통계수치를 여기에 다시 밝히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2464건이던 무고 범죄는 2014년 3123건, 2015년 3299건 등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몇 년 전 일본에서 한 해 동안 무고죄로 기소된 사람은 몇십 명에 불과했다.

‘가짜 뉴스’는 잘못된 말

영어로 ‘페이크 뉴스(fake news)’로 불리는 가짜 뉴스는 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허위정보를 흘리는 사람들이나 집단에 의해 인류 역사와 함께 공존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현대에 와서 ‘가짜 뉴스’가 잘못된 표현이 됐다고 본다. 고의로 거짓 기사를 작성했다면 그건 애초부터 뉴스의 범주에 속할 수 없다. 기사는 훈련받은 기자들이 힘들여 팩트를 확인하고 몇 단계의 게이트 키퍼(데스크)를 거쳐 내보내는 과정을 밟아 만들어진다. 그러니 정상적인 언론사에서 내보내는 뉴스는 간혹 오보일 가능성은 있을지언정 고의로 가짜로 만든 기사일 수는 없다. 사실을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조작돼 나갈 수는 없다는 얘기다. 정상적인 언론사에 종사하는 기자와 게이트 키퍼들이 모조리 정신 나간 사람들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요즘의 가짜 뉴스들은 없어져야 할 일부 SNS나 자격 없는 정치인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말 그대로 ‘거짓말’일 뿐이다. 뉴스의 얼굴을 한 마타도어다.

거짓말이 만성화된 사회

국회의원을 비롯, 지도층의 거짓말은 특히 무겁게 다뤄야 한다. 대통령도 거짓말을 했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미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던 리처드 닉슨의 예까지 들 필요도 없다. 선진국들은 거짓말에 대해, 우리 기준으로는 거의 병적일 정도의 거부감을 보인다.

‘가짜 뉴스’가 워낙 횡행해서 칼럼의 제목도 그렇게 뽑았고 또 장황하게 그 단어에 대해 따져봤다. 그러나 그보다는 거짓말 배척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더욱 중요한 문제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공적 공간에서 나도는 거짓말은 그 폐해가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쓸데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계량화할 수 없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까지 낭비케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에 앞서, 이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사회의 기반 자체를 흔든다는 점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거짓말에 무신경해질 때 그 사회는 진실의 영역조차 점차 모호해지는 ’탈진실의 세계’ 가 될 수밖에 없다.

“넌 거짓말쟁이”가 아주 큰 모욕이 되고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란 말이 정치인을 비롯한 지도층의 금과옥조가 되는 날, 우리나라는 꽤 괜찮은 사회로 급상승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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