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리더십이 정치권에 던지는 교훈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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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리더십이 정치권에 던지는 교훈 [기자수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11.29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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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 우승 이끈 정용진의 ‘소통과 공감’ 리더십…불통 빠진 우리 정치권이 배워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SSG 랜더스의 KBO 우승을 이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소통과 공감 리더십’이 관심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SSG 랜더스의 KBO 우승을 이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소통과 공감 리더십’이 관심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22시즌 KBO 주인공은 SSG 랜더스였다. 2021년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재창단한 SSG는 불과 2년 만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하는 통합우승을 거머쥐었다. 특히 SSG는 KBO 역사상 최초로 정규시즌 개막 후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을 달성하며 역사에 이름을 아로새겼다.

이처럼 SSG가 압도적 기록을 남긴 바탕에는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리더십이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다른 구단주들과 달리, 정 부회장은 단순히 ‘자본주(資本主)’의 역할에 머물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추신수와 김광현을 영입하고, 클럽하우스를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리모델링한 건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었다.

정 부회장은 구단주 직함을 내려놓고 수평적 리더십을 선보였다. 1군 선수는 물론 2군 선수들의 이름과 얼굴을 외우고, 121명에 달하는 선수에게 SSG 랜더스 명함과 사원증도 제작해 배부했다. 재활 중인 선수들을 초대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훈련장을 찾아 선수들의 취향에 맞춘 스타벅스 음료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따금 선수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격려를 하기도 했다. 손가락 부상을 당해 2군에서 재활을 하던 베테랑 노경은에게 ‘노경은 선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뭐든지 이야기해주세요. 무조건 돕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에피소드는 아직까지도 선수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팬들과도 스킨십을 늘렸다. 올해만 홈구장인 랜더스필드를 40회 이상 찾아 등번호 99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SSG 응원에 나섰다. 또 자신의 SNS에 야구단과 관련된 게시물을 올려 홍보에 나서고, 야구팬들과 직접 소통했다. 역사상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창단 2년 만의 통합우승, 홈 관중 수 1위 등의 기록은 그 결실이었다.

이 같은 정 부회장의 행보는 우리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흔히 정치는 전쟁의 문명화된 형태라고 한다. 싸움으로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야만적 행태에서 벗어나, 대화로 타협점을 찾아나가자는 게 정치의 본지(本旨)다. 서로 소통하며 마음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정치의 시작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정치권에선 소통과 공감이라는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정부여당은 정부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기 바쁘다. 정부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정부여당을 비난해 무너뜨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정치는 실종되고 국정은 마비된다.

반면 정 부회장은 전통적 구단주의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졌다. 한 발 뒤로 물러서 무게만 잡고 있는 대신, 스스럼없이 선수들에게 다가가 사기를 북돋았다. 이러한 정 부회장의 행동은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역사에 남을 기록으로 나타났다.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이 가진 힘을 보여준 셈이다.

우리 정치가 미증유(未曾有)의 극한 갈등에 빠져든 건 어느 한 사람, 어느 특정 진영의 잘못이 아니다. 정치인들, 나아가 우리 국민들이 ‘혐오 정치’에 익숙해진 탓이 크다. 때문에 이 혐오 정치 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정치 문화가 필요하다.

정 부회장이 ‘구단주임에도’ 격의 없이 선수·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SSG의 우승을 뒷받침한 것처럼, ‘대통령임에도’, ‘여당 혹은 야당임에도’ 서로 소통하며 상대 입장을 헤아리길 기대하는 건 과한 바람일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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