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공적자금 잔혹사…원죄의 족쇄 [옛날신문보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금융권, 공적자금 잔혹사…원죄의 족쇄 [옛날신문보기]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12.01 1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MF·대우 사태로 유동성 위기 몰린 금융사들, 공적자금 수혈
DJ 정부, 우량은행-부실은행간 합병 유도…일부는 정리 수순
미상환 공적자금 50조 원…저축은행업계도 공적자금 꼬리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금융권은 정부의 공적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IMF를 전후해 부실경영, 부채 증가 등으로 경영위기에 처한 금융사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수협 역시 2000년 정부의 공적자금 수혈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꾀했으며, 이후 22년 만에 모두 상환했다. 사진은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사진 왼쪽 네번째) 등이 23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열린 '공적자금 조기상환 기념식'에서 기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 수협중앙회
금융권은 정부의 공적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IMF를 전후해 부실경영, 부채 증가 등으로 경영위기에 처한 금융사들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수협 역시 2000년 정부의 공적자금 수혈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꾀했으며, 이후 22년 만에 모두 상환했다. 사진은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사진 왼쪽 네번째) 등이 23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열린 '공적자금 조기상환 기념식'에서 기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금융서비스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특히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금융사의 집단 경영위기는 국가 위기로 직결되기 때문에, 국민들의 세금을 들여서라도 지킬 수 밖에 없다. 바로 ‘공적자금’이다. 부실경영 등으로 경제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정부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금융사들에 있어 공적자금은 일종의 ‘족쇄’이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사는 국민의 혈세로 살아남았다는 부채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사들은 강력한 정부 통제를 받았다.

저축은행 업계는 타 금융사 대비 예금보호료율이 높은 편인데, 이 역시 공적자금 투입을 불러온 부실경영에 대한 꼬리표라고 할 수 있다.

<시사오늘>은 왜 국내 금융이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는 지, IMF 이후부터 금융권의 공적자금 역사 흐름을 통해 살펴봤다.

 

부실 금융사, 정부 통제…합쳐지거나 퇴출당하거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건, 정부가 해당 기업을 통제한다는 말이다. 최근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예금보험공사 주도로 매각절차가 진행되는 것처럼 말이다. (단, 해당 사례는 MG손보 측이 부실금융기관 지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별도로 자체 매각계획을 추진 중이다)

특히, IMF를 전후해 정부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은 금융사들은 더욱 더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정부는 예금자들의 불안심리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제일-서울은행의 지분을 59%씩 확보, 최대 주주가 되겠다고 공식발표했다.

재정경제원은 8일 “제일-서울은행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금주 내에 두 은행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되, 서울은행에 1조 1800억 원을 출자해 59%의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밝히고 “800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던 제일은행에서도 3800억 원을 추가로 늘려, 지분 59%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1997년 12월 9일 <조선일보> 제일-서울銀(은) 국책은행化(화)

이후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은 해외매각 등이 추진됐으나 결국 불발됐고, 정부는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경영정상화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는 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을 포기하고 공적 자금을 넣어 경영정상화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31일 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과 벌여온 서울은행 매각협상이 결렬됐다고 공식선언했다. 금감위는 서울은행에 외국의 전문겨영인을 영입하는 동시에 4조~5조 원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경영을 정상화 시키기로 했다.

-1999년 9월 1일 <한겨레> 서울은행 매각협상 결렬

은행이 자체적으로 합병을 진행하기도 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한빛은행(우리은행의 전신)이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당시의 은행 합병은 사실상 정부가 유도한 경향이 강하다. IMF 이후 부실은행 확산에 따른 외국인 신뢰 하락 등 국내 은행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바로 ‘은행 합병’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26일 “경쟁력이 없는 은행은 도태돼야하며 은행간 합병을 통해서라고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은행으로 되살아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이날 아시아·유렵정상회의(ASEM) 참석차 영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파이낸셜타임스지와 회견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 같은 금융권의 노력이 있을 때 외국도 평가를 하게 되고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은행 처리문제와 관련해 金대통령이 은행합병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8년 3월 27일 <매일경제> “銀行 합병으로 경쟁력 강화”

정부는 조흥, 상업, 한일은행 등 대형시중은행들이 합병이나 외자유치 등 자구계획을 스스로 마련하지 않을 때는 6월말 정밀 경영평가를 거쳐 우량은행에 합병시키거나 정리할 계획이다.

또 외환은행과 신한은행이 금융기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 대형 시중은행들을 흡수합병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1998년 6월 1일 <한겨레> 대형 시중은행 합병·정리

 

대우사태, 벼랑 끝 한국경제…공적자금 수십조 수혈


1999년은 IMF 사태 이후 망해가는 국내 경제를 살리기 위한 처절한 사투가 벌어지던 와중 터진 대우그룹 워크아웃 사태로, 기업은 물론 금융사들도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 위기에 몰리면서 정부는 추가 공적자금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

국내 최대 투신사인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다음달 정부투자기관 출자형태로 2조 3000원~2조 4000원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서울은행과 제일은행, 서울보증보험도 대손충당금이나 대우채 보증손실 보전을 위해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1999년 10월 27일 <동아일보> 韓投-大投 공적자금 투입

당시 정부는 일부 부실 금융사에 대해 해외 매각을 추진했지만, 최종 불발되기도 했다. 부실금융사의 해외매각을 통해 투입된 공적자금의 일부라도 건지려했던 정부는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과 관련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수협 역시 IMF에 이어 대우그룹 사태까지 터지면서 결국 공적자금을 받게 됐다.

해양수산부와 수협은 이번달 차관회의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하락으로 어려움이 있는 수협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특히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방식과 관련 수협이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정부보유 채권 등을 통한 현물출자를 채택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정부가 협동조합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 3월 6일 <한국경제> 수협에 공적자금 4천600억원 투입…BIS비율 6%로

 

미상환 공적자금 50조…저축은행 등 금융권 족쇄로


공적자금은 정부에서 지출된다. 즉, 국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자금이란 말이다. 정부는 100% 회수를 목표로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적자금 투입 후 대상이 매각된 경우, 공적자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완전 상환까지 22년이 걸린 수협처럼, 공적자금 회수는 쉬운 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이 공적자금을 ‘꽁돈’으로 생각하는 걸 경계한다. 1999년 당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 등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묻고자 관련 법 개정이 추진된 것도 이 때문이다.

퇴출되지 않은 부실 금융기관의 현 임직원과 대주주도 부실책임을 지게 된다.

재정경제부는 19일 부실 또는 부실우려가 있는 곳으로 지정돼 공적자금이 지원되는 금융기관의 현직 임직원과 대주주의 부실책임을 조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예금자보호법을 올 정기국회에서 고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부실금융기관이 퇴출된 이후에나 전직임원 등을 대상으로 재산상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

-1999년 10월 20일 <경향신문> 공적자금 투입으로 퇴출면한 금융기관 現임원·大주주 손해책임 관련법 개정키로

그러나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997년 11월부터 현재(9월 기준)까지 공적자금은 168.7조 원이 투입됐으며 이 가운데 회수한 자금은 119.8조 원으로, 회수율은 71% 수준이다.

공적자금 중 약 150조 원이 1998년~2001년 사이 지원된 점을 고려하면, 지난 20여년 간 약 50조 원이 여전히 미상환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저축은행 역시 미상환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지난 9월 국정감사를 위해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로부터 제출받은 ‘파산저축은행별 자금지원 현황’에 따르면 예보가 2011년부터 저축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27조 원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12조 원은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드러났다.

막대한 미상환금이 남은 저축은행 업계는 이 같은 ‘원죄’로 인해 타 금융권보다 강한 제약을 받고 있다. 예금보험료, 이른바 예보료 문제도 그 중 하나다. 예금보험료는 예보가 예금보장(5000만 원 이하)을 해주는 대신 각 개별 금융기관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일종의 수수료다. 현재 예보는 저축은행 예보료율을 0.4%로 규정하고 있다. 은행 예보료율 0.08%에 비해 5배나 높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업계는 저축은행 예보료율을 은행 수준은 아니더라도 증권사, 보험사(0.15%)와 유사한 수준 정도로 인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지만, ‘부실 저축은행 사태’라는 원죄가 늘 발목을 잡고 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