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없는’ 르노코리아를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옛날신문보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전기차 없는’ 르노코리아를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옛날신문보기]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2.12.01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M3 ZE, 레이EV와 국내 양산형 전기차 선구자…현대차·기아 공세에도 큰 족적
전기차 시장 급성장 따라 경쟁 심화…르노 트위지·조에 실패에도 ‘오로라’ 자신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올해 국산 전기차 판매량이 벌써 10만 대에 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2020년 3만 대를 겨우 넘었던 시장 규모는 이듬해 7만4000대로 급증하더니, 올해는 해가 다 가기도 전에 사상 첫 10만 대를 기어코 돌파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낭보에도 르노코리아자동차는 마음이 편치 못하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 중 유일하게 전기차 시판 모델이 없어서다. 그럼에도 르노코리아에게 왜 전기차가 없냐, 왜 전기차를 안 만드냐고 묻는다면 실례다. 사실 알고 보면 르노코리아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포문을 연 선구자였다.

 

미래차 ‘블루오션’ 찾아낸 안목…SM3 Z.E. 가세로 전기차 시장 3파전 본격화


지난해 말 판매를 끝으로 단종된 전기 세단 SM3 Z.E.의 모습. ⓒ 르노삼성자동차
2020년 말 판매를 끝으로 단종된 전기 세단 SM3 Z.E.의 모습. ⓒ 르노코리아자동차

질 노만 르노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부회장은 1일 쉐라톤디큐브시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SM3 Z.E.를 공식 출시했다. 노만 부회장은 "1,500억원을 투자해 부산 공장에서 생산한 SM3 Z.E.는 미래의 자동차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반석 LG그룹 부회장에게 직접 SM3 Z.E. 1호차를 전달했다.

2013년 11월 1일자 〈서울경제〉 “전기자동차 SM3 Z.E. 한국 소비자에 딱이죠”

르노코리아의 전기차 역사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서울모터쇼를 통해 공개한 전기차 모델 SM3 Z.E.의 사전계약이 2013년 7월부터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해 11월 공식 출시행사와 첫 고객 인도를 이룸으로써 르노코리아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된다. 당시 경형 전기차로만 구성됐던 시장에 유일한 준중형 모델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강조해 고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SM3 Z.E. 출시와 맞물려 국내 전기차 시장도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성장기를 맞는다. 2010년 등장한 국내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모델인 현대차 '블루온'이 시범 생산만을 거치다 단종되고, 이후 기아 레이 EV(2011년 12월) 단일 모델로만 운영됐던 전기차 시장의 초기 상황을 감안하면, 2013년 SM3 Z.E.의 등장은 국내 전기차 시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셈이다. 비슷한 시기, 쉐보레 스파크 EV도 본격 참전하며 3파전이 형성됐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가 점차 대중화하면서 정부가 공식 인증한 친환경차 모델 수도 크게 늘어났다. (중략) 전기차는 2011년 말에 처음 정부 고시 모델이 나왔다. 기아차의 '레이 전기차'와 르노삼성차의 'SM3 ZE'가 첫 인증 모델이었다. 

2014년 6월 3일자 〈연합뉴스〉 국내 친환경차 인증 모델, 5년 새 3종→24종

출시일로만 따지면 기아 레이 EV가 선도 모델이라 할 수 있겠지만, SM3 Z.E.도 할 말은 있다. 2011년 말 정부로부터  친환경차 인증을 동시에 받아, 전기차 첫 정부 고시 모델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는 SM3 Z.E.를 출시하는 데 조금 늦었을 뿐이지, 국내 전기차 시장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그 누구보다 일찍이 찾아냈다.

 

출시 2년만에 年 1000대 판매 성과…아이오닉 일렉트릭 등장에 기세꺾여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르노삼성자동차 SM3 Z.E.로 나타났다. 르노삼성자동차는 2013년 11월 출시한 SM3 Z.E.의 지난달까지 누적대수가 1604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판매량은 1000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2월 2일자 〈아시아투데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르노삼성 SM3 Z.E.

르노코리아의 SM3 Z.E.는 출시 첫 해 398대의 판매고를 올린데 이어, 2014년에도 309대를 판매하며 시장 안착을 이룬다. 특히 2014년엔 기아 '쏘울 EV'(연간 414대, 판매 1위)가 4월부터 가세해 경쟁이 심화됐음에도, 판매 감소 없이 레이 EV(202대)와 스파크EV (70대) 등을 가뿐히 앞서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2015년에는 1043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전기차 시장 잠재력을 재확인한다. 쏘울 EV(1166대)에게 또 다시 1위 자리를 양보하긴 했지만, 출시 직후부터 2015년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1750대에 달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로 등극한다. 관용 전기차와 전기택시, 카셰어링 보급사업에 적극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당시 국내에서 팔린 전기차 3대 중 1대를 SM3 Z.E.가 차지했다는 점은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전기차 `SM3 Z.E.` 판매 부진으로 비상이 걸렸다. 올 연말까지 2000대 판매를 목표로 삼았지만 10월까지 판매량은 430대에 불과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출시와 테슬라 `모델3`, 제너럴모터스(GM) `볼트(Bolt)` 등 장거리 전기차 등장으로 소비자 관심이 줄어든 탓이다.

2016년 11월 13일자 〈전자신문〉 올해 2000대 판다던 르노삼성차 SM3 Z.E. 목표 달성률 25.8%

르노코리아는 2016년 들어 전기차 판매 확대 의지를 더욱 불태운다. 일례로 박동훈 전 사장은 3월 제주에서 열린 전기차 엑스포에 참석, SM3 Z.E.의 연간 판매 목표를 2000대로 설정했음을 밝히기까지 한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자신만만했던 르노코리아는 오히려 수세에 몰린다. 전기차 시장 내 주행거리를 늘린 모델들이 나오면서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최대 주행거리(191㎞)와 준중형 차급을 지닌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등장은 SM3 Z.E.의 고객 이탈을 부추겼다. 

2016년 출시 당시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모습. ⓒ 현대자동차
2016년 출시 당시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모습. ⓒ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출시 첫 해인 2016년에만 3749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SM3 Z.E.의 판매량은 623대로 크게 떨어진다. 르노코리아는 부랴부랴 편의 사양을 보강하고 판매 가격을 100만 원 이상 낮춘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한다.

 

주행거리 확대로 반등 발판 마련…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로 선택지 늘리기도


전기차 연간 판매 1만 대 돌파의 1등 공신으로는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첫손에 꼽힌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올 들어 9월까지 국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58.2%에 달하는 5554대 판매됐다. 이어 르노삼성 SM3 Z.E.와 기아차 쏘울 EV가 각각 1235대, 1129대 판매되며 2, 3위에 올랐다. 초소형 전기차로 분류된 르노삼성 트위지가 259대로 뒤를 이었고 BMW i3(91대), 쉐보레 볼트 EV(60대), 닛산 리프(47대) 등의 순이었다.

2017년 10월 20일자 〈문화일보〉 전기차 年국내판매 이달중 사상 첫 1만대 돌파

반등 기회는 있었다. 전기차 시장 판매 규모가 2017년 1만 대를 넘어설 정도로 큰 성장을 이루면서, 대부분 모델들이 일제히 판매 호조를 누린 것.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7932대가 팔려나갔고, SM3 Z.E.도 2014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다시 판매 2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현대차·기아가 촉발한 전기차 시장 경쟁 심화가 결과적으론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 마중물 역할을 했다. 그 가운데서 르노코리아 SM3 Z.E.도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개선 모델 투입을 통해 135km에 머물렀던 1회 주행 거리를 213km로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됐다.

지난 '2019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 엑스포'에 참가한 르노삼성 부스 전경. ⓒ 르노삼성자동차
지난 '2019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 엑스포'에 참가한 르노코리아 부스 전경. ⓒ 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삼성은 현재 내년 수입 물량 최대 확보가 목표다. 올해 인도하지 못한 물량에 내년 신규 고객까지 생각한다면 최소 3000대 이상을 들여와야 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연내 당초 계약된 1000대의 고객 인도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약 500대 정도 인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7년 10월 25일자 〈CEO스코어데일리〉 르노삼성 전기차 ‘트위지’ 인기… 계약물량 연내 인도 고민

아울러 르노코리아는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투입해 전기차 고객 선택지를 더욱 넓혔다. 트위지는 2016년 12월 12대 판매를 시작으로, 2017년 연간 691대 등 판매 확대를 지속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편의사양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에도 배달 등 소상용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며 인기를 구가한다.

트위지는 르노코리아 내 수입산 모델을 국내 생산으로 전환한 첫 케이스여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2019년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 설비를 부산 공장으로 옮겨 생산을 시작했고, 국내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 협력 측면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전기차 라인업의 실종?…친환경차 전략 근간은 2024년 오로라 프로젝트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 2013년 국내 최초로 양산 및 판매를 시작했던 준중형급 전기자동차 SM3 Z.E.의 판매를 이달 중 종료한다고 15일 밝혔다. (중략) SM3 Z.E.가 개척해온 국내 전기차 시장의 리더십은 르노 조에(ZOE)가 이어받는다. 조에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전기차로 최근의 EV 고객 트렌드에 맞는 차체 사이즈가 특징이다. 

2020년 12월 15일자 〈EBN〉 르노삼성차, 'SM3 Z.E.' 연말 판매 종료…'르노 조에'에 바통터치

세월의 무게 탓일까. SM3 Z.E. 판매량은 모델 노후화를 겪기 시작하며 다시 하락세를 맞는다. 2018년 1235대로 떨어진 실적은 2019년 875대, 2020년 857대로 정체됐다. 더 이상의 심폐소생술이 불가했던 만큼, 르노코리아는 SM3 Z.E.를 단종시키고, 유럽에서 검증된 모델인 '르노 조에'를 투입하는 카드를 내민다.

2020년 8월 출시된 르노 조에는 기대와 달리 2년간 부진한 성적을 지속하다가, 소리 소문없이 국내 시장에서 단종된다. 출시 첫해부터 판매량이 192대에 그치며 불안감을 키웠다. 2021년에는 연간 774대의 판매량을 올렸지만, 사실상 SM3 Z.E.보다 못한 성적을 내며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올해는 404대를 끝으로 판매가 중단됐다.

순수전기차 르노 조에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사라졌다. 최근 2021년형 재고가 모두 소진됐지만, 연내 추가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업현장에서는 사실상 '단종'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2022년 4월 29일자 〈이코노미스트〉 '판매 중단' 르노 조에, 단종 수순 밟나

르노삼성자동차는 부산시가 교통취약지역의 청년 취업 장려를 위해 시행 중인 부산청춘드림카지원사업에 전기차 르노 조에(ZOE)를 제공하기로 했다.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 조에(ZOE). ⓒ 르노코리아자동차

트위지도 단종이 이뤄졌다. 2021년 판매량이 298대로 떨어지며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올해는 112대가 전부다.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 온 전기차 모델들의 수요 급감과 신차효과 실패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펼쳐온 르노코리아에게 수익성 보전을 위한 정리 1순위로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르노코리아의 시계는 2024년을 향해 있다. 르노코리아의 향후 10년 먹거리를 결정할 오로라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길리홀딩그룹과 함께 선보일 하이브리드 합작 모델은 전기차 부재의 아쉬움을 털고, 새로운 친환경차 시장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르노코리아는 2026년엔 순수 전기차 시장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은 하이브리드 모델에 힘을 줘 수익성을 극대화한 후, 전기차 모델들을 개발·출시할 수 있는 튼튼한 사업 토대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볼보 CMA 플랫폼을 공유하는 만큼 르노코리아의 신차를 향한 기대감도 더욱 높아진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오른쪽)과 황은영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의 모습. ⓒ 르노코리아자동차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오른쪽)과 황은영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의 모습. ⓒ 르노코리아자동차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