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예금금리 인상 경쟁 자제…2금융권 위기감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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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예금금리 인상 경쟁 자제…2금융권 위기감 반영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12.01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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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저축은행, 수신 고객 이탈에 속앓이
은행들, 규제 정상화 앞두고 시중자금 흡수
시중은행·저축은행, 수신 쟁탈전 과잉 양상
금융당국도 우려…시중은행에 자제 시그널
경제당국, 예대율 완화 등 규제 완화 조치도
금융권 일각에선 시장논리에 맡겨야 의견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시중은행이 예적금 등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자제 신호와 경제당국의 규제 완화 조치가 효과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은행 영업점 점포에 5.5%대 정기예금특판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시중은행의 예적금 상품 금리 인상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간 금리인상 경쟁을 두고 과당경쟁 우려가 제2금융권 안팎에서 나오자 금융당국이 자제 신호를 보내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분을 다음날 바로 반영하거나 시장금리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던 시중은행들이 지난 11월 단행된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수신 금리 인상 제동은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와 상충된다. 금융당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건 ‘예대금리차 완화’를 위해 시중은행들에 한은 기준금리 인상 시 예적금에 신속하게 반영하도록 유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 완화 기조가 바뀐 건 아니라고 해명한다. 이례적인 상황에 수신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커졌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당초 시중은행들은 윤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시 경쟁적으로 속도전을 펼쳤다. 과거에는 빨라도 일주일 정도 뒤 반영했지만, 윤 정부 출범 후에는 다음날 바로 반영하거나 늦어도 2~3일 뒤 반영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전 시장금리를 선반영해 수신금리를 올리는 은행도 등장했다.

시중은행간 금리경쟁은 금융당국이 조장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6일 발표한 ‘금리정보 공시 등 개선방안’에 따르면 개선안의 기본방향은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 및 은행간 금리경쟁 촉진이었다. 예금금리의 경우 월 1회 이상 시장금리 변동을 점검해 기본금리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정비하고, 은행 간 금리경쟁 촉진으로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랬던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수신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고 나선 건, 금융시장의 상황이 급격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블랙홀처럼 시중 자금을 수신으로 끌어들인 건, 코로나19로 완화됐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를 앞두고 의무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은행 간 금리 경쟁은 저축은행 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의 경쟁 무기로 ‘고(高)금리’를 내세운다. 규모 면에서 시중은행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수신고객 유치를 위해 높은 금리를 제시해 유인하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시중은행들의 수신금리가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발생했다. 시중은행에서 제공하는 수신금리가 저축은행 금리와 유사하거나 높은 특판 상품이 등장해 경쟁에서 밀린 저축은행의 수신액이 은행으로 옮겨갔다.

실제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수신액(평잔)은 올해 1월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었으나 7~9월 성장세가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저축은행 수신액은 7월과 8월 115조 원, 9월 116조 원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업계는 수신액이 은행으로 빠져나가자 예대율 100%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신금리를 올렸다. 규제 정상화를 앞두고 공격적으로 수신금리가 올라간 배경이었다.

이에 경제당국과 금융당국은 은행권으로의 자금이동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규제 완화 연장 등의 조치를 내놓았다.

금융지주 자회사간 신용공여 한도 완화, 퇴직연금 차입규제 한시적 완화, 은행 예대율 규제 추가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규제로 인한 시중은행 수신금리 인상 요인을 제거하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숨통을 트여주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 업계는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환영하는 모양새다. 저축은행 업계 안에서는 금리경쟁이 과열됐던 최근 몇달 보다는 앞으로 영업환경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중은행도 금융당국의 자제 신호를 받아들였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시장 논리에 맡겨야하는 금리 인상 여부에 당국이 자꾸만 개입하는 모양새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시선도 느껴진다.

또한,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금융권 수신금리 인상 기세가 꺾이면서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저축은행 업계는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엠에스상호저축은행이 192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엠에스상호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둔 SK증권은 지난달 23일 엠에스상호저축은행의 유상증자결정을 공시했다. 엠에스상호저축은행의 경우 올 3분기 BIS자기자본비율이 9.50%로 전년 동기 대비 1.40%포인트 하락했다.

상위 대형 저축은행도 웰컴저축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BIS비율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BIS비율이 지난해 3분기 11.35%에서 올 3분기 9.77%로, 1.58%포인트 감소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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