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파괴’ 외치던 햄버거…이젠 너도나도 ‘고급화’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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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파괴’ 외치던 햄버거…이젠 너도나도 ‘고급화’ [옛날신문보기]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2.12.01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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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국내 햄버거 시장에 대격돌이 펼쳐지고 있다. 유명 해외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국내에 상륙하고 있고, 일부 기존 업체들은 매각을 시도하는 등 그야말로 지각변동이다. 치열한 시장 경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프리미엄’, 최고 14만 원에 달하는 버거의 등장은 경기 침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과거 ‘저렴하고 간편한 한 끼’라는 인식으로 시장을 주름잡았던 햄버거도 소비 트렌드 변화 속에서 생존 전략을 바꾸고 있는 모양새다.

 

롯데리아부터 맥도날드까지…1990년대 전성기


서울 시내 롯데리아 매장 사진 제공=뉴시스
서울 시내 롯데리아 매장 ⓒ사진 제공=뉴시스

국내 햄버거 시장의 전성기는 1990년대였다. 과거 1990년대생들의 생일파티 장소는 롯데리아였고, 지금은 사라진 신촌 맥도날드 앞은 만남의 장소로 통했다. 햄버거는 당시 젊은 세대들의 유행의 산물이었으며, 토종업체와 해외업체들의 경쟁이 불붙으면서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했다.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첫 매장은 1979년 10월 롯데백화점 소공점 개장과 함께 문을 연 롯데리아다. 서구 외식문화인 버거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하면서 호황을 누렸다. 대표메뉴인 ‘불고기버거’는 1992년 9월 출시됐다. 이어 1999년 5월에는 롯데리아의 히트 상품 ‘라이스버거’가 탄생했다. 

뒤이어 국내에 들어온 버거킹과 맥도날드는 시장을 크게 팽창시켰다. 버거킹은 1984년 국내에 들어온 최초의 외국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알려져 있다. 1호 매장은 종로1호점이다. 맥도날드는 1988년 압구정에 첫 번째 매장 문을 열면서 국내에 진출했다. 당시 대표 메뉴는 지금과 같은 ‘빅맥’과 ‘치즈버거’ ‘후렌치후라이’ 등이었다.

국내 햄버거시장에 외국합작 또는 기술제휴 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햄버거 시장은 식생활 패턴 변화와 올림픽 등으로 최근 2~3년 사이 크게 신장, 현재 연간 900억 원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전체 패스트푸드시장(약 2000억 원 추산)의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햄버거시장이 다른 식품업종에 비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같은 신장세는 특히 맥도널드 등 세계적 브랜드의 국내 진출 및 체인점 확대 등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

1989년 4월 18일 〈매일경제〉 햄버거열강, 국내서 힘자랑

 

불황 속 가격 인하 경쟁 ‘활활’


패스트푸드의 인기 속에 매서운 성장세를 이어나가던 햄버거 시장은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가격 인하 경쟁이 불붙었다. 최근 1년 새 가격 인상이 2차례 이상 이어지는 현 시장 상황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한국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팽팽하게 햄버거 가격 인하전을 벌이고 있다.
맥도날드가 지난 1일부터 ‘빅맥’ 가격을 내리자 롯데리아는 즉각 ‘비비버거’ 가격 인하를 발표하고 맞불 작전을 폈다.
한국맥도날드는 5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전국 136개 매장에서 3000원짜리 빅맥 햄버거를 1999원으로 내려 판매한다. 
롯데리아도 빅맥과 경쟁 제품인 비비버거를 5월 말까지 종전 3000원에서 1900원으로 내렸다.

1999년 4월 5일 〈매일경제〉 햄버거 가격인하 경쟁

패스트푸드업계에 가격할인 경쟁이 불붙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등 주요 패스트푸드업체들은 매년 3~4차례 판촉행사를 실시하던 관례를 깨고 잇달아 가격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중략)
맥도날드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석 달 간 실시할 예정이었던 ‘소프트 아이스크림 300원’ 행사 일정을 바꿔 ‘언제나 300원’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무기한 실시한다. (중략)
롯데리아도 지난달 치킨을 24% 할인해 한 조각에 990원에 판매한 데 이어 이달부터 창사 20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가격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1999년 10월 15일 〈매일경제〉 패스트푸드 가격할인 경쟁

 

당시엔 대내외 불황으로 햄버거뿐만 아니라 유통업, 제조업, 금융, 서비스 분야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가격파괴’라는 단어가 번졌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패스트푸드점이 급격하게 늘면서 생존을 위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매장에 이어 햄버거·피자 등을 판매하는 외식업계의 가격 할인 경쟁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중략) 
20일 업계에 따르면 89년 16만8000여 개에 불과하던 외식업체 수가 지난해엔 37만 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패스트푸드점은 성장률이 8.8%에 그쳤고 피자업체는 오히려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햄버거 판매업체로서는 처음으로 맥도널드가 1500~2000원대인 햄버거 시장의 가격파괴를 주도하며 900원짜리 제품을 선보였다.

1997년 5월 21일 〈경향신문〉 외식업계 가격파괴경쟁 확산

 

물론 최근에도 햄버거 업체들은 상시 시간대별 할인, 1+1 행사 등을 통해 할인 정책을 유지하고는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가격 경쟁에 집중하기보다는 버거 품질, 차별화에 더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3高 시대에도 고급 수제 버거는 포화


[붙임6] bhc 슈퍼두퍼 대표 메뉴 이미지
bhc 슈퍼두퍼 대표 메뉴 ⓒ사진 제공=bhc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햄버거 시장엔 고급화를 노리는 브랜드들이 지속적으로 진출 중이다. 특히 최근 들어 국내에 상륙한 해외 브랜드는 모두 고가의 프리미엄 수제버거 콘셉트다.

해외 수제버거 열풍의 첫 주자는 2016년 강남에 1호점을 연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쉐이크쉑’(Shake Shack)이다. 당시 오픈일 전날 밤부터 1500여 명이 줄을 서는 등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고가 햄버거로 잘 알려진 ‘고든램지 버거’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올해 초 롯데월드몰에 매장을 열면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10월 31일엔 신논현역 인근에 미국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 ‘슈퍼두퍼’(Super Duper) 글로벌 1호점이 들어왔다. 오는 2023년에는 쉐이크쉑, 인앤아웃과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 가이즈’가 강남에 출점한다. 

이들 수제버거 브랜드가 판매하는 버거류 메뉴의 단품 가격은 대체로 1만 원대 초중반이다. 여기에 프렌치프라이 등 사이드메뉴와 음료를 곁들이면 가격은 2만 원대 중반 내외로 올라간다. 해외 수제버거 브랜드뿐만이 아니라 롯데리아, 버거킹, 맥도날드 등에서도 고급화 전략을 앞세운 메뉴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업계는 최근 신선한 식재료, 건강한 맛이라는 이미지를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1990년대까지 승승장구하던 햄버거 시장이 2000년대 초중반부터 주춤한 데는 ‘웰빙’ 바람이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정크푸드’인 햄버거 섭취를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여러 사설이 실리기도 했다.

미국의 유명한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널드가 일본에서 처음 개점했을 때 미국인들은 ‘맥도널드가 드디어 일본에 상륙했다. 이는 옛날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한 데 대한 복수이다’라고 생각했다.
이 말 속에는 ‘많은 일본 사람들이 햄버거를 즐겨 먹기 시작할 것이고, 이러한 식성은 그들을 동맥경화증으로 몰고갈 것이며, 이로 인해 결국 심장병과 뇌혈관 질환을 일으키게 할 것’이라는 뜻이 숨어 있다. (중략)
진정 자식의 평생 건강을 위하는 부모라면 어린이들에게 김치를 먹어야 한다. 

1997년 3월 5일 〈매일경제〉 햄버거와 김치

 

소비행태 변화도 버거 고급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 산업계에서 소비 양극화가 극명해지면서, 햄버거 시장 역시 가성비와 고급화로 전략이 갈리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한 끼의 만족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 같은 프리미엄 수요를 공략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같은 경기침체를 겪고 있지만 더 이상 저렴하기만 한 햄버거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다만, 포화 상태인 외식시장에서 ‘고급 햄버거’가 얼마나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대우산업개발의 자회사 이안GT가 들여온 미국 버거 브랜드 ‘굿스터프이터리’(Good Stuff Eatery)는 오픈 5개월 만에 철수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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