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 기업·기관과 원팀 출범…교육·기술·피해지원 분야 협력
"KT AI 스피커로 디지털 교육…보이스피싱 징후 조기 탐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소상공인 A씨는 지금 대출을 상환하면 대출금리를 인하해준다는 문자를 받고 덜컥 수천만 원의 현금을 건넨 후 공황장애를 앓았다. 자영업자 B씨는 ‘불친절하다’, ‘먹고 배탈이 났다’ 등 악의적 댓글로 손님이 끊겨 폐업을 생각 중이다.
#중학생 C양은 단톡방에서 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SNS에 댄스 영상을 올린 D양은 어른들로부터 악플과 악의적 메시지를 받고 수치심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 기술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증가하자,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KT가 IT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7일 KT는 ‘디지털 시민 원팀(One-Team)’ 출범식을 개최하고, 안전한 디지털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21개 민간기업·기관과 함께 △교육 △기술·연구 △피해지원 등 3개 분야에서 디지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동 선언했다.
KT, 구글·인텔·더치트·야놀자·신한·우리 등과 ‘디지털 원팀’ 결성
KT와 ‘디지털 원팀’을 구성한 기업들은 △구글코리아 △인텔 코리아 △BC카드 △더치트 △브이피 △이니텍 △인피니그루 △야놀자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등 10곳이다. 여기에 서울시·경기도 교육청과 △이화여대 △서울교대 임채성 △연세의료원 △법무법인 세종 △법무법인 태평양 △김앤장 법률사무소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각계 기관들이 올바른 ‘디지털 시민’을 양성하는 데 뜻을 모았다.
김무성 KT ESG 경영추진실장은 이날 사전 온라인 설명회에서 “사회적으로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서 디지털 부작용도 심각해진 수준이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피해 사례가 많았다”며 “디지코를 표명하는 기업으로서 디지털 부작용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원팀을 추진하게 됐고, 21개 기업과 기관들이 흔쾌히 참여해 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금융 소비자 2명 중 1명은 모바일을 통해 금융사기에 노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사이버폭력 피해자 58%는 신고 방법이나 상담기관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피해 청소년 중 66%는 사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검찰청이 발표한 ‘올해 2분기 범죄동향 리포트’를 살펴보면 지난 2분기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발생 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261.6% 급증했다. 피의자 상당수가 10대와 20대라는 점에서 문제 해결과 피해자 지원이 시급하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흥미 유발하는 교육이 우선…금융계 보이스피싱 탐지에 총력
원팀 소속 기관들은 △교육 △기술·연구 △피해지원 3개 분과를 구성, 각각 협의체를 조직하고 각자가 보유한 역량을 바탕으로 협업 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우선 ‘교육 분과’에서는 △이화여대 △서울교대 △교육청 등이 협력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올바른 디지털 활용 교육을 실시한다. 초등생부터 성인·자녀·학부모 등 전(全)생애주기별로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신력 있는 ‘디지털 시민 점수 모델’을 개발해 교육-진단-피드백-교육의 선순환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에서 KT는 AI 스피커와 챗봇 등을 지원해 체험형 교육 커리큘럼을 제작할 예정이다.
또한 ‘기술·연구 분과’에서는 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을 고도화해 확산시킬 계획이다. 특히 금융사를 비롯한 디지털 기업들이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징후를 조기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김무성 KT 실장은 “보이스피싱 문제는 사후보다 사전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아직 외부에 공개하기엔 이르지만 지금은 ARS 분석기술 등을 활용해 높은 수준의 탐지 기술을 개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기술분과를 이끌고 있는 유경식 인피니그루 대표도 “메시지를 먼저 보내고, 통화 후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등 보이스피싱에도 프로세스(일련의 과정)가 있다. 각 단계마다 탐지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며 “탐지를 우선 순위로 두고, 후에 피해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피해지원 분과’는 국내 대표 로펌·의료계가 참여해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의 법률 상담과 소송, 집중 심리치료 등 전방위적 사후 대처를 돕는다는 방침이다.
원팀은 이번 출범식을 기점으로 구심점인 '사무국'을 두고, 주요 경영진을 포함한 정기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연차보고서나 포럼 등을 통해 추진 성과를 공유하고, 더 많은 기업과 기관이 원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조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