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공직자상(像) …자녀 교육, ‘김영춘’처럼 [옛날신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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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공직자상(像) …자녀 교육, ‘김영춘’처럼 [옛날신문 보기]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2.12.09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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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後 공직자 도덕성 강조돼…법적 제도화로
자녀 입시-위장 전입 의혹은 끊이지 않아 아쉬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공직자상도 달라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 정서에 민감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에 대해 주목해 본다.ⓒ시사오늘(그래픽 = 김유종 기자)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공직자상도 달라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 정서에 민감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에 대해 주목해 본다.ⓒ시사오늘(그래픽 = 김유종 기자)

고위공직자상도 달라지고 있다. 나날이 도덕성에 대한 국민적 기대치와 요구 또한 높아지는 중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에서 공직자 잣대가 제도적으로 엄격해지기 시작한 것은 1987년 이후부터로 볼 수 있다. 

 

공직자 재산공개와 인사청문회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 대통령이 청와대 실무진들과 편안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오늘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 대통령이 청와대 실무진들과 편안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오늘

문민정부 당시 김영삼(YS) 대통령은 1993년 취임 후 자신의 재산부터 자진 공개하며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를 법규화했다. 국민 세금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일수록 깨끗해야 한다는 평소 철학이 반영된 개혁의 조치였다. 
 

1993년 3월 28일 경향신문을 통해 보면 김영삼 대통령은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에 주안점을 두고 행정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캡처
1993년 3월 28일 경향신문을 통해 보면 김영삼 대통령은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에 주안점을 두고 행정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김(영삼) 대통령은 이날 각부처예산담당자들과 청와대에서 아침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이번 재산공개는 도덕성을 회복하는 의식전환에 있어 시끄럽기만 했던 5공 청문회보다 몇백 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1993년 3월 28일 <경향신문> 중-

 

국민의 정부 시절 김대중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도입에 힘썼다고 나와 있다. 사진은 청와대 집무실에서 결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 정부 시절 김대중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도입에 힘썼다고 나와 있다. 사진은 청와대 집무실에서 결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대중(DJ) 국민의 정부 때는 인사청문회가 도입됐다. 취임 초부터 본격화한 것은 아니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이 기선제압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당초 공약과 달리 전면 재검토 방침을 정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초대 총리로 지목된 김종필(JP) 자민련 명예총재에 대한 국회 인준 절차 등이 순조롭지 못할 것으로 보고 ‘제한적 단계 실시’를 추진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1998년 1월 20일 동아일보 기사 중에 따르면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은 단계별로 실시된 것으로 나와 있다.ⓒ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1998년 1월 20일 동아일보 기사 중에 따르면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은 단계별로 실시된 것으로 나와 있다.ⓒ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김(대중) 차기 대통령은 각료나 안기부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위헌논란이 있으므로 관계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 등 법적 보완을 한 뒤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논리로 설득하겠다는 구상이다.”
- 1998년 1월 20일 <동아일보> 중-


이 같은 우여곡절 속에서 전방위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는 DJ 임기 중반인 2000년 6월에서야 본격화될 수 있었다. 재미난 것은 실제 제도화에 나선 것은 한나라당이라는 점이다. 16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다수당이 되면서 이를 통과시켰다. 

 

공직자 검증 과정서 ‘곤욕’ 수두룩


20여 년이 지나오면서 지금까지 인사청문회를 거쳐 간 인사들은 상당수에 이른다. 그 사이 데자뷔를 보듯 곤욕을 겪는 일이 되풀이됐다. 비단 청문회뿐일까. 선출직 공무원들 포함해 고위공직자들은 여러 검증 과정상에서 언론에 노출되며 치부를 드러냈고 수모를 겪어왔다.

암튼 이런 상황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공직자들의 자녀 입시 비리 및 위장 전입 의혹이다. 해마다 단골 메뉴처럼 민심의 밥상머리에 올라와 국민에 실망감을 안겼다. 어제오늘의 일만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화된 문제였다.

다음의 위장 전입을 둘러싼 세태 풍경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이 옛날신문 상에서도 당시 세태가 어떤지 등이 엿보여진다. 신문 자료는 1983년 10월 25일 경향신문 페이지다.ⓒ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이 옛날신문 상에서도 당시 세태가 어떤지 등이 엿보여진다. 신문 자료는 1983년 10월 25일 경향신문 페이지다.ⓒ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정부는 서울-부산 대구 등 고교평준화 지역인 대도시의 내년도 졸업예정자들이 소위 신흥 명문고 교가 있는 학군지역으로 주민등록을 위장하여 전입-부정입학하는 행위를 철저히 색출함으로써 이로 인한 교육 병폐를 뿌리 뽑기로 했다. (중략) 이와 함께 행정제재, 소속 직장장에의 통보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또 가거주사실을 방조하거나 묵인한 사실이 밝혀지면 관련 공직자도 엄중 처벌할 계획이라고 사회정화위는 밝혔다.”
-1982년 9월 22일 <조선일보> 중-

“언제부턴가 학부모들이 주거지를 선택할 때 학군을 고려하는 것은 일반상식이 돼버렸다. 특히 강남 일대를 포용하고 있는 8학군은 인기가 절대적이다. (중략) 강남 지역은 이처럼 전학 열풍이 불고 있지만, 거주지를 사실상 속인 위장전입자가 많아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소위 위장 전입이 문제다. (중략)이 당시 조사를 지휘했던 시교위의 한 관계자는 ‘자녀를 위장 전입시킨 학부모 중에는 공직자가 2명이 있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갑자기 떼돈을 번 사람들이었다’고 씁쓸해했다.”
-1983년 10월 25일 <경향신문> 중-


김대중 정부 때는 주양자 보건복지부 장관과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 때는 이규용 후보가 관련 논란에 휩싸였다. 2007년에는 이명박 대통령 등이 자녀 위장 전입 의혹에 오르내렸다. 2009년 9월에는 모 장관 후보자가 장남이 원하는 고교에 배정받기 위해 위장 전입한 것이 밝혀져 사과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자녀 위장 전입 의혹에 휩싸였다. 

공직자 자녀 위장 전입 의혹은 이후에도 줄기차게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지난 2020년 9월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위장 전입 적발 현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 15명이 자녀 학교 문제로 위장 전입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 정부로 국한해도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내정자,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윤은혜 사회부총리 후보자가 위장 전입 의혹을 받았다. 단적으로 일부만 열거해도 이런데, 공직자 계의 실상은 빙산 위의 일각만 비친 것에 불과하는 견해다. 

 

“공직자상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갈수록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요구 조건은 높아져만 가는데, 어째 자녀 비리 의혹은 줄지 않는 모양새다. 공직자일수록 자녀 관련된 문제에 엄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앞선 사례를 보듯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공직자 검증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부침을 겪은 사례는 적잖았다. 

우리나라 국민의 감정선을 크게 건드리는 것이 자녀에 얽힌 비리 문제다. 나중엔 조작으로 밝혀졌지만, 김대업 씨가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의 아들 병역 의혹을 주장한 사례가 있었다. 이로 인해 이 총재는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정치 거물에서 대선 낙오자로 전락해버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최근 검찰로부터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사진은 조 전 장관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자녀 입시 비리 문제 중 대표 사례는 2019년 이후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를 들 수 있다. 현재 검찰은 재판에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자녀 입시 비리 및 감찰 무마 혐의 등의 이유로 징역 5년을 구형한 상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유력 차기 대선주자 물망에 올랐으나 자녀 입시 의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고꾸라졌다. 

윤석열 정부의 다크호스로 주목받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기간 자녀 입시 문제를 둘러싸고 시비에 휘말린 바 있다. 법적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부 비판을 받는 정도에서 그쳤지만,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되는 인물인 만큼 옥에 티처럼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귀감이 되는 사례도 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전 장관 경우다. 두 정치인은 각각 광명과 부산 총선에 나가면서 서울권에 학교 다니던 자녀들까지 지방으로 전학시킨 바 있다. 

손학규 전 대표 측은 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평소 교육에 대한 개인적 소신이 반영됐던 듯하다. 순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다. 이사 왔으니 자녀들도 새 터전으로 학교를 옮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가늠했다. 

김영춘 전 장관 측은 같은 날 통화에서 “보통은 부산에서 국회의원하면서도 자녀들은 서울에서 공부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장관께서는 그런 모습이 싫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들도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고 흔쾌히 내려와 장성할 때까지 학교생활 적응을 잘 한 줄 안다. 부자지간이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 동문이다(웃음)”고 전했다.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법을 어기면서까지 위장 전입을 시도하는 일부 고위직 인사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관련 대화에서 “공직자를 대할 때 우리나라 국민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가 있다. 자녀와 연관된 군대 문제와 입시 영역이다. 큰 뜻을 품은 공직자일수록 자녀 문제에서 클리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 정부에서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이 자녀 위장 전입 의혹으로 지적받은 바 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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