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카드…인터넷은행 ‘방긋’ 시중은행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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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카드…인터넷은행 ‘방긋’ 시중은행 ‘속앓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12.08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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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금융당국-은행연합회간 논의 지켜본다’ 신중론
비대면 대출만 취급하는 인터넷은행 부담 상대적으로 적어
‘한시적’ ‘정중한 요청’ 표현에도 은행권 내부에선 우려감↑
취약차주 금융지원 취지 공감…지나친 적용대상 확대 경계
6등급 이하 적용땐 800만 명·5등급 이하땐 1500만 명 혜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지난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서민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대책 당·정 협의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왼쪽부터),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서민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대책 당·정 협의회에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왼쪽부터),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성 정책위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은행업권에서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정책’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6일 정부와 국민의힘이 당정 협의회를 열고 5대 시중은행 등 은행권 대출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해약금) 한시 면제를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서민 등 취약계층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명분이다.

다만, 금융권 내부에서는 취약차주 지원 의미에는 공감하지만 중도상환 수수료 자체를 일종의 ‘수수료 장사’로 보는 시각에는 문제를 제기한다. 아을러 당초 취지에 어긋난 포퓰리즘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당정이 은행을 대상으로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를 직접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수수료 면제에 대한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차주(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 고객)가 대출금을 약정 만기일보다 이른 기한에 상환했을 경우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다.

기존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여부는 은행의 선택 사항이었다. 이번 당정 협의회에서 ‘정중한 요청’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은행권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은 부담이 적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이미 중도상환 면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당초 올 연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려던 주담대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정책을 내년 6월까지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토스뱅크 역시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별도로 받고 있지 않고 있다. 케이뱅크는 부동산(아파트)담보대출에 대해 1.4%의 수수료를 받고 있고, 신용대출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의 경우 비대면 소액 대출 등 일부 상품에 대해 면제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보다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건 비용 문제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은 비대면 대출상품만 취급하지만, 시중은행은 대면 채널도 비대면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다. 영업점 유지비, 인건비 등이 추가로 들어가는 대면 채널을 운영하는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대면 대출상품에 대한 수수료까지 면제하는 건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이 때문에 모든 대출 상품이 아니라 지금처럼 비대면과 대면 상품을 구분해 적용할 지 여부를 은행 판단에 맡겨야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시 감면이 선택지에서 제외된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앞서 은행권은 지난 2021년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취약차주 지원을 위해 중도상환 수수료에 대해 감면(50~70%) 또는 면제 정책을 선택적으로 제공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당정에서 나온 대책은 ‘한시 감면’을 배제한 ‘한시 면제’이다.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면제대상도 주요 논쟁거리다. 은행권은 취약차주에 대한 금융지원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확대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 6일 당정협회의에서는 이미 면제대상에 대해 KCB기준(1~10등급)에 따른 7등급 이하보다는 대상을 보다 확대하자는 말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5~6등급 이하로 기준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KCB(올크레딧) 신용등급 공시 자료상 2021년 말 신용점수별 인원분포에 따르면 신용점수가 700점 미만인 인원은 815만 9409명이다. 6급등 이하로 대상을 적용하면 800만 명 이상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5등급 이하로까지 범위를 넓히면 적용 대상은 약 1500만 명 이상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

시중은행권은 당정협의회 이후 진행되는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 간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중은행권 한 관계자는 “취약차주에 대한 금융지원(중도 상환수수료 한시 면제 등)은 필요하다”면서도 “은행 수수료 부분을 표를 의식한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중도상환 수수료에 대한 이해 등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도상환 수수료는 대출 조기상환에 따른 손실보상의 일종으로, 중도상환해약금이라고도 불린다. 은행의 대출은 수신자금으로 이뤄지는데, 특정 차주의 대출이 조기상환 되면 다른 고객에 대한 예금 이자 비용은 나가고 차주로부터 받을 대출 수익은 없어 은행이 손실을 보게 된다.

일각에서는 차주가 대출을 조기상환 했음에도 은행이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 ‘수수료 장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같은 논란은 오래된 논쟁거리이나, 현재까지 중도상환 수수료 폐지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거나 구체화된 적은 없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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