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위에 군림하는 ‘삼성법’?…인권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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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위에 군림하는 ‘삼성법’?…인권침해 논란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2.10.18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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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계열사 ‘취업규칙’ 통해 언론·출판 집회·결사의 자유 침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헌법 21조 제1항)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가진다’ (헌법 33조 제1항)

위 헌법에 위배되는 조항이 삼성그룹 일부 계열사의 사규로 명시돼 있는 것으로 19일 드러났다.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석유화학, 삼성전기 등 삼성 계열사 ‘취업규칙’에는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가 환경노동위원회 심상정 의원에게 제출한 삼성계열사 12곳의 취업규칙에는 소지품검사 금지, 허가 없는 정치활동 금지를 비롯해 언론·출판,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취업규칙 자료는 삼성SDI,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비피화학, 삼성석유화학, 삼성전기, 삼성전자(기흥, 화성 사업장), 삼성정밀화학, 삼성중공업, 삼성코닝정밀소재, 삼성테크윈, 삼성토탈주식회사 등 12곳의 것이다.

삼성비피화학과 삼성테크윈을 제외한 10곳의 삼성계열사는 ‘회사의 허가 없이 정치활동(운동)에 참여하지 말 것’을 취업 규칙으로 정하고 있다. 노동자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 중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코닝정밀소재, 삼성중공업 5곳은 근무시간 내에 정치활동 및 단체 활동을 할 경우 ‘징계해고’까지도 가능하다. 특히 삼성전기의 경우 근무시간 중에 정치·단체 활동을 ‘하려고 한 분명한 사실’만 있어도 징계의 대상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 삼성노동조합은 지난 5월29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에버랜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은 노동조합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용인에버랜드 기숙사 앞에서 노조신문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올 7춸 3개월 감봉에 해당하는 징계를 받았다. 이유는 취업규칙상 “회사의 허가 없이 사내에서 유인물을 배포했으며, 회사와 무관한 외부인들과 합세하여 사내에서 구호, 연설, 집회 기타 단체행동을 통해 직장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것이다. ⓒ뉴시스

또 12개의 삼성 계열사는 취업규칙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사원은 회사의 허가 없이 근무 시간 중에 집회, 시위, 방송, 연설 및 기타 업무에 관계없는 일을 해서는 아니된다. 다른 근로자의 업무 또는 휴게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는 휴게시간에도 또한 같다’ 등의 내용이다.

이들 계열사는 이밖에 징계사유, 복무규율, 출입금지 영역 등 취업 규칙 전반에 걸쳐 30개 조항에서 언론·출판,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이 같은 조항들은 공통적으로 문서의 인쇄, 게시, 배포, 집회를 한 행위뿐만 아니라 ‘하거나 하려고 하는’ 등의 행위도 사전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삼성토탈 주식회사는 ‘불법적인 피켓팅, 태업, 준법투쟁, 동맹파업’ 등 집단행동을 선동한 경우에도 징계를 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노동 3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이들 계열사의 취업규칙에는 ‘본인의 연봉에 관한 사항을 타인에게 발설’했을 경우를 징계 할 수 있게 돼 있고, 일부 계열사는 ‘출입 시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으며, 노동자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하는 등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심지어는 ‘업무상 필요 없는 물품, 서류, 서적, 신문, 잡지, 기타 이와 유사한 유인물을 소지하면 사업장 내 출입을 금지’할 수 있는 규정도 있었다.

심상정 의원은 “삼성의 취업규칙이 사실상 노조 설립을 막아온 한 축”이라며 “이렇게 과도하게 개인의 자유와 노동권까지 침해하는 조항들이 만연한 원인에는 고용노동부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도 “그간 영업비밀이라는 어이없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해오던 삼성계열사들의 취업규칙이 표현의 자유, 노조활동의 자유가 터무니없이 제약돼 있다”며 “또 징계에 관한 조항들이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해서 회사가 자의적으로 징계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러한 취업규칙은 헌법, 노동관계법에 위반된 것으로서 무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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