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거저 ‘낳아지는’ 게 아니다”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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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거저 ‘낳아지는’ 게 아니다”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2.12.11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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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지난 3분기 한국 합계출산율 0.79명…세계 최저 기록”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사회…육아에 고통과 희생 수반돼”
“여가부 문제 해결 한계, 범정부 대책 필요…당사자 설득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 연합뉴스
CNN은 지난 3일(미국 워싱턴 현지시간) 한국의 지난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9명이었다며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경신했다"라고 보도했다. ⓒ 연합뉴스

워싱턴에서 연합뉴스가 CNN 보도를 인용, 한국 정부로서는 매우 당혹스러운 뉴스를 지난주에 보내왔다. CNN은 한국의 지난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9명이었다며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경신했다"라고 보도했다.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자가 가임 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이어 "이는 안정적인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보다 훨씬 낮고 역시 출산율이 떨어진 미국(1.6명)이나 일본(1.3명)보다도 낮다"라고 지적했다.

이제 한국의 저출산은 우리의 문제를 넘어서 세계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중이다.

도식적으로 일관돼온 저출산대책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는 단기간에 큰 변화를 거쳐왔다. 6.25 종전 후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산아제한 정책으로 ‘둘만 낳자’ ‘하나만 낳자’는 정책이 이어졌다. 그러던 것이 순식간에 저출산 대책으로 바뀌었다. 고속성장, 인구 급팽창과 맞물려 어쩔 수 없이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었던 인구정책이다. 그러다 보니 정책이 졸속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마구잡이로 돈만 쏟아붓고 효과는 미미했다. 

CNN은 한국 정부가 지난 16년간 인구 증가를 위해 2000억 달러(약 260조 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아이를 가지게 할 만큼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략은 맞는 지적이다. 그러나 ‘충분하지 않았다’는 부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돈이 충분하지 않았다’ 라기보다는 정책의 허술함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자녀 3명 이상에 국가장학금 지원, 다자녀 가정에 대한 자동차 취득세 감면, 주거안정 지원, 전기 요금 할인, 도시가스 요금 할인, 상하수도 요금 할인 등의 대책이 나왔었다. 출산휴가 석 달, 육아 휴직 일 년, 출산수당 육아수당 등 과거에 비해 개선된 정책도 나왔다. 그러나 젊은 남편들은 한국의 기업 문화가 여전히 남자의 육아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젊은 맞벌이 부부의 ‘칼 퇴근 눈치 보기’도 여전하다. 

서류상으론 부모의 육아 휴직이 늘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대부분 형식적이고 장기 대책들이어서 젊은 부부가 적극적으로 아기를 갖기엔 부족했다.

요즘 직장의 일하는 분위기나 출퇴근 구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 증가 추세 등에 비추어볼 때는 저출산대책이라기보다는 ‘0 출산대책’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해서는 아기를 낳게 하기 힘들다.

우선 결혼과 경단녀 지원대책을

아기를 낳으려면 결혼을 많이 하도록 하는 게 대전제돼야 하고 다음으로 기혼자들이 애를 더 낳게 하기 위한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긴요하다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다.  

젊은이들에게 출산의 어려움을 들어봤다. 정책담당자나 글 쓰는 이들의 낡은 생각만으로는 겉도는 대책만 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금전적 지원만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 안 된다. 오후 6시 퇴근이 일반적인 맞벌이 부부로서는 아이들 2~3시 하교 문제가 풀기 어려운 숙제다. 치안, 교통안전도 문제다. 사교육비 문제는 정부가 기필코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각 가정에 100~200만 원 더 준다고 커리어 우먼 문제 해결되지 않는다. 커리어 우먼 경력 인정해 재취업할 수 있는 기업 환경만 만들어줘도 애 하나 둘쯤 더 낳을 수 있는 환경이 될 거다. 결혼 장려 대책으로는 신혼부부용 주택 지원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어 30대 부부의 솔직하고 뼈 있는 한 마디.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사회에서 고통과 희생이 수반되는 육아보다 날로 늘어나는 즐길거리에 더 끌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부부는 둘째 아이  갖기가 망설여진단다.

돈만 들인다고 해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다.

실질 지원 병행해야

어린이집 등원·하원 시간을 젊은 부부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탄력 적용하는 등의 세부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계속 협의해야 한다.

공무원과 일부 민간기업에는 ‘육아시간’이라는 제도가 있다. 만 5세 이하 자녀의 부모에겐 하루에 2시간,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게 돼있다. 그러나 눈치가 보여 거의 활용되지 못한단다.

여가부는 이러한 문제 해결에 한계를 보였다. 여가부가 혼자 추진하기엔 애초부터 어려운 문제였다. 범정부 대책이 이뤄졌어야 했다. 지금부터라도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경제 부처, 경제단체, 여성 단체, 재벌기업 등이 즉각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아기 낳게 하는 게 중요한지, 아니면 직장에서 젊은 부부를 1~2시간 더 부려먹는 게 더 중요한지, 우리 사회 전반의 가치판단 기준에 달려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미지근한 대책으로는 부족하다.

보편적 삶의 패턴에 대한 설득도 함께  

CNN이나 다산을 장려하던 옛날부터 던져져온 메시지는 일관된다. 정성을 다해 애 낳기를 준비하고, 정성을 다해 가정과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우라는 주문이다.

젊은이들에게 애 낳아야 하는 이유를 사회교육 차원에서 설득력 있게 호소하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 낳고 기르고 이어 늙어서 그 아이로부터 돌봄을 받는, 오래된 인류 삶의 패턴에 대한 다소 ‘거창한’ 교육.

당사자들에 대한 설득 없이 돈으로 때우는 대책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기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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