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코로나 치료제’ 개발 중단…‘K-제약’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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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코로나 치료제’ 개발 중단…‘K-제약’의 민낯?
  • 손정은 기자
  • 승인 2022.12.12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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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전환으로 사업성 ↓…제약사, 책임감 있는 자세 필요
"중단·실패해도 연구개발 성과는 남아…범정부 차원 지원 지속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손정은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중단을 연이어 선언한 가운데 'K-제약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픽사베이
국내 제약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중단을 연이어 선언한 가운데 'K-제약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픽사베이

국내 제약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중단을 연이어 선언하고 있다. 'K-제약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범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도 들린다.

지난 9일 대웅제약은 중증 환자 대상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DWJ1248의 국내 임상 3상 시험을 자진 중단했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 확대로 중증 환자의 비율이 감소함에 따라 임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이 결정했다는 게 대웅제약의 설명이다. 

당초 대웅제약은 만성 췌장염 치료제 '호이스타정'을 코로나19 감염 예방, 경증 및 중등증 코로나19 환자 치료,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의 세 가지 목적으로 나눠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감염 예방 목적으로 진행하던 국내 임상 3상을 지난해 자체 중단한 데 이어, 지난 3월 경증 및 중등증 환자 대상 임상 2·3상도 자진 중단한 바 있다.

앞서 동화약품도 지난달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천연물의약품 'DW2008'의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DW2008은 기존 천식치료제로 개발하던 천연물 의약품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돼 왔으며, 2020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 2상을 승인받아 전국 9개 기관에서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진행했다. 올해 3월에는 해당 2상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신약개발사업단의 2021년 5차 신규 과제로 선정되며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동화약품은 엔데믹 분위기 전환으로 인한 임상 환자 모집의 어려움, 사업타당성 결여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임상2상을 중단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화약품 측은 "향후 개발 방향성을 재정비할 예정"이라며 "정부 과제와 관련하여는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신약개발사업단과 과제 중단을 논의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선 엔데믹 전환과는 별개로 국내 제약업계의 역량에 비해 글로벌 3상 임상 규모 자체를 크다는 점,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점을 치료제 개발 중단의 주된 배경으로 꼽고 있다.

사업성만 보는 K-제약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장 성장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국민의 혈세를 들여 정부의 대대적 지원까지 이뤄졌던 팬데믹 초기엔 앞다퉈 뛰어들더니, 분위기가 시들해지자 사업성을 운운하며 발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의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국내 제약사들이 책임감 있는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 위원장은 지난 5일 "대규모 감염병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감염병 연구개발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전략적인 투자와 개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며 "백신과 치료제는 민관이 협력해 핵심 기술을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하며 임상 연구 지원과 관련한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음 팬데믹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전 세계 10위권에 드는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또 백신을 구걸하고 치료제를 안타깝게 구하러 다니고 하는 이런 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라고 첨언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정부가 국내 제약사와 글로벌 제약사간 격차를 인정하고,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약을 하나 만드는 데엔 막대한 물적·인적 자원이 투입되고, 짧게는 수년에 길게는 수십년의 시간이 들어간다. 제약사의 연구개발 중단·실패는 그냥 중단·실패가 아니라 연속성을 가진다"며 "약가 등 국내 환경에선 단일 기업이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는 데엔 한계가 있다.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계속 요구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백화점, 편의점, 홈쇼핑, 제약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매순간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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