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 폐지한 尹, 야당탄압 가능할까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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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실 폐지한 尹, 야당탄압 가능할까 [기자수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12.13 17: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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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민정수석이 사정기관 컨트롤타워…尹 민정수석실 폐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주도로 정치보복성 기획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민정수석실 폐지로 이 같은 주장은 힘을 잃었다는 게 중론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주도로 정치보복성 기획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민정수석실 폐지로 이 같은 주장은 힘을 잃었다는 게 중론이다. ⓒ시사오늘 김유종

“검찰만이 아니라 해경, 국방부, 국정원, 감사원, 검찰까지 모든 기관이 총동원됐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저는 대통령실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최근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데 대해 “지금 검찰의 모든 움직임이 용산 대통령실과의 암묵적 교류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이라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지난 1일 용산 대통령실 앞 전쟁기념관 정문 마당에서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잇따라 열고 “야당탄압 규탄한다”, “보복수사 중단하라”, “표적감찰 규탄한다”고 외쳤습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대통령실이 지휘하는 정치 보복성 기획수사라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민정수석실이 폐지됐는데 누가 사정(司正)기관의 수사를 지휘할 수 있겠나”라며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문제는 민정수석이 사라지면서 일사불란하게 일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라고까지 했습니다.

과거 청와대가 사정기관들을 지휘할 수 있었던 건 민정수석이 ‘사정기관의 사정기관’이었기 때문입니다.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감찰하고 공무원들의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자리다 보니, 그 과정에서 얻은 고급 정보를 무기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역대 많은 민정수석들은 국정 운영의 나침반 역할을 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수집된 정보를 종합해 판단을 내리고, 사정기관 간의 이견이 있을 때는 조율하고 교통정리 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윤건영 의원이 ‘대통령실이 검찰, 해경, 국방부, 국정원, 감사원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한 건 이런 이유인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 과거에는 가능했던 일이니까요.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이 국정원·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좌지우지하는 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고, 정부 출범과 동시에 민정수석실을 폐지했습니다. 윤 대통령 본인이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과거 민정수석실은 국가 사정권력의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 권력을 헌법과 법 위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저는 민정수석을 폐지해 사정 컨트롤타워 권한을 포기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때문에 이제 대통령실은 과거처럼 정보를 틀어쥐고 사정기관을 컨트롤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국정원은 국정원대로, 검찰은 검찰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움직이는 게 현재 모습입니다. 현재 대통령실 구조에서 ‘검찰, 해경, 국방부, 국정원, 감사원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려면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조율을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일각에선 민정수석실 폐지로 사정기관 간 업무의 조율이 되지 않는 게 윤석열 정부의 문제라고까지 말합니다.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사정기관들 사이에 정보 교류도 되지 않고, 수사도 방향성 없이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이뤄진다는 겁니다. 대통령실 주도로 사정기관들이 정치 보복성 기획수사를 하고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분석입니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뜻을 알아줄 인물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민정수석실 폐지 이후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지금, 대통령실 주도로 정치보복성 기획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민주당의 비판은 대통령실이 아니라, 차라리 검찰 권력을 향해야하는 게 아닐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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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도사 2022-12-14 18:42:58
민정수석실 폐지야말로 진정한 적폐청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