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 최고의 모리배이자 파렴치한"
"한국 대학, 최고의 모리배이자 파렴치한"
  • 박지순 기자
  • 승인 2010.03.05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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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사 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 밀착 취재
“더 이상의 모리배와 파렴치가 없다”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 본부장 김동애 전 한성대 교수)에서 3년째 농성 중인 김동애 전 한성대 교수가 우리나라 대학사회를 적나라하게 비판하며 한 말이다.

김 본부장은 남편인 김영곤 고려대 강사와 국회 앞 국민은행 본점 입구 부분에 농성 텐트를 치고 대학강사 지위의 법적 보장과 처우 개선, 학생의 학습권 확보를 외치며 외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일 기자가 김 강사와 만나기 위해 국민은행 앞 농성 텐트를 찾았을 때 텐트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텐트의 크기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텐트 옆에 세워져 있는 학사모를 쓰고 있는 조형물을 보고야 농성 텐트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 김동애 투쟁본부장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투쟁본부


농성 텐트는 1평이 될까 말까한 크기였다. 김 강사와 김 본부장은 비좁은 텐트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기자가 허리를 숙이고 조심조심 텐트 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기에도 적잖이 불편했다.

국민은행 앞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9월 7일로 기자가 김 강사를 만난 날은 정확히 농성 시작 909일째 되는 날이었다. 3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일 수 있다는 사실부터 의아스러웠다.
 
구청과 경찰의 철거 강행에 맞서 3년 째 텐트 농성

김 본부장은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국민은행 앞은 농성 텐트들로 빈 자리가 없었는데 남은 자리가 지금의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이전에 비해 텐트 철거를 강행하려는 영등포구청과 경찰의 탄압이 심해져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텐트 자리는 국민은행 소유로 국민은행에서 구청이나 경찰에 텐트 철거를 요청하면 공권력이 투입되곤 해 김 강사 내외는 아침에는 텐트를 걷고 저녁에 다시 내리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김 본부장은 투쟁본부 소속 회원 2,000명의 국민은행 통장 해지운동을 벌이겠다고 국민은행 측에 ‘경고’했고 출근시간 대에 국민은행 정문에서 ‘소리소리 지르며 악을 써’ 저항한 끝에 ‘지상권’을 얻었다.
 
김 본부장은 국민의 87%가 대학에 가는 시대에 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해 투쟁하는 자신들을 몰아내려 한다면 ‘국민’은행이 아니니 은행 이름을 바꾸라고 국민은행을 설득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에 토지 임대료를 내고 ‘합법적으로’ 텐트를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임대차 계약이 맺어지면 텐트 농성이 영구적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 국민은행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김 강사는 설명했다.

김 강사 내외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비좁은 텐트를 본부로 삼아 대학 강사의 교원지위 보장과 처우 개선을 위해 투쟁에 나서게 된 계기는 지난 2001년 서울대학교 실험실 폭발사고로 연구원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서울대 사망 사건이 나자 근로복지공단은 사망한 연구원에게 산재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대는 연구원은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4대 보험 적용을 거부했고 서울대 사건을 접한 55개 대학도 전임 교수가 아닌 시간강사, 연구원의 4대 보험은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김 강사는 당시 사립대의 움직임을 “벌떼 같이 일어났다”고 표현했다.
 
▲ 참교육학부모회 소속 학부모가 대교협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장면. 투쟁본부에는 학부모와 학생 참가자들이 많다.     © 투쟁본부

 
2007년 대법원 시간강사 근로자성 인정, 대학은 'NO'

그동안 시간강사와 정규직이 아닌 연구원 등은 대학 측과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강의를 맡아 왔고 학기가 끝난 후 대학 측에서 연락이 없으면 그것으로 강의를 끝내야 했다. 고등교육법에서 대학 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근로기준법에 의한 근로자성도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2007년 대법원 판결에 의해 대학 시간강사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 따라서 대학강사에 대한 4대 보험 적용은 노동부의 소관이 됐고 국회가 국정감사 권한 등을 활용 노동부를 통해 대학을 단속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 강사에게 산재와 고용보험을 적용하고 있는 대학은 전국적으로 10개 대학에 불과하다는 것이 김 강사의 설명이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을 적용하는 대학은 전무하다.

대법원 판례가 나와 있음에도 대학에서 4대 보험 적용을 거부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해 김 강사는 “한국사회에서 대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곳”이라고 답했다.

대학이 시간 강사 채용을 선호하는 이유의 핵심은 돈이다. 전임교수 한 명의 급여가 시간 강사 열 명의 급여보다 많다는 것이 김 본부장의 주장이다. 그는 2007년 기준으로 연세대 전임교수의 평균 연봉은 1억 4000만 원이며 국립대의 경우 경력 20년 교수는 8,500만 원, 초임교수는 4,500만 원 선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시간강사들은 거액의 연봉을 받는 전임교수를 꿈꾸며 ‘환상’에 젖는다고 한다. 김 강사는 전임 교수의 연봉 수준을 5,000만 원 선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교수들의 밥그릇 챙기기 때문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등교육법 개정안 17대에 이어 18대에도 처리 난관

지난 17대 국회에서 현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차관(전 17대 국회의원)은 시간 강사의 연봉을 국립대 초임교수 연봉의 절반인 2,250만 원 선으로 올리는 법률안을 제시했다. 정부에서 국내 대학에 연구비로 지원한 3조5,000억 원 중 ‘교통정리’를 통해 4,000억 원을 시간 강사 연봉 인상에 투입한다면 실현 가능한 안이라는 것이 김 본부장의 주장이다.

이 전 의원의 법률안은 17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폐기되고 말았다. 김 강사는 이 과정에서 이 전 의원은 자신이 낸 시간 강사 관련 법률안을 제쳐두고 양호교사를 보건교사로 전환시키는 법률안을 관심 법률안으로 골라 기득권을 가진 간호사들의 로비가 행해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동료 의원들의 협조가 없어 시간 강사 관련 법률안을 처리할 수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본부장은 ‘기만적인 사람’이라며 이 전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18대 국회 들어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과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같은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해당 법률안이 본회의까지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김 강사는 이미 2007년에 대법원이 시간 강사의 근로자성을 판결로 인정했음에도 아직까지 4대 보험 적용, 교원지위 보장, 강사료 인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라고 성토했다.
 
▲ 지난해 10월 성균관대 학생들이 투쟁본부를 지지 방문했다.     © 투쟁본부


이상민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학의 벽이 너무 높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비협조로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개정 법률안 발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교수와 똑같은 역할을 하는 시간 강사들이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어 이로 인해 사기가 저하되고 자살까지 하는 사례가 있다”며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사학들이 개정 법률안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은 돈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대 피해자는 학습권 침해되는 학생들

투쟁 본부에서 시간 강사와 비정규직 연구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투쟁하는 근본적 목적은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다. 실제로 투쟁 본부의 활동에는 참교육 학부모회와 대학생들이 다수 1인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김 강사는 “잘못 만들어진 물건은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물건을 사면 되지만 잘못된 교육은 그 폐해가 대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과 학부모임을 상기시켰다.

전임 교수 한 명이 평균적으로 석박사 대학원생과 시간 강사를 합해 50명을 관리하는 구조에서 전임 교수는 학내 보직과 애경사, 논문 제출 등으로 제대로 된 수업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시간 강사 역시 교원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 신분상의 제약으로 자유 의지를 가지고 수업을 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김 강사는 진중권 교수가 대표적인 희생양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투쟁 본부에 시간 강사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은 언뜻 납득이 되지 않았다. 김 본부장과 김 강사는 자신들은 ‘기대’를 접었기 때문에 투쟁에 앞장설 수 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시간 강사들이 불안한 지위로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하고 대학을 비판하면 영구적으로 대학 사회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대에서 해고된 진중권 교수가 시간 강사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시간 강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최대의 피해자는 다름 아닌 학생들이다. 17대 국회에서 폐기된 시간 강사 관련 법률안이 18대 국회에서는 처리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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