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려” “금리 내려”…금융당국의 자기모순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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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 “금리 내려”…금융당국의 자기모순 [주간필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2.12.18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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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금리 경쟁 장려하던 금융당국
이젠 시중은행 예금금리 인상 자제 신호
상호금융도 과잉 예적금 유치경쟁 자제령
“예금금리 올려” “다시 내려” 청기백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연구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연구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금융감독당국이 시중은행에 이어 상호금융권에도 예금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과도한’, ‘과잉 유치’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수신금리 인상 제동이라는 모양새는 ‘관치금융’ 우려를 또 한 번 떠올리게 하고 있다.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출금리도 아니고 수신상품인 예적금의 금리 인상 흐름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거는 건 무척이나 이례적이다. 특히나 당국이 그동안 금리 경쟁을 통한 수신금리 인상을 장려해왔었던 상황이라 은행 등 금융권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예적금 금리 제한을 언급한 사례는 두 차례 있었지만, 배경과 대상은 사뭇 다르다.

먼저 지난 11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한 예금금리 인상 제동은 저축은행권의 수신자산이 급격하게 시중은행권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겠다는 게 취지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월 25일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간, 업권내 과당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이 멈춘 것이다.

지난 14일에는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조합의 과도한 예적금 유치경쟁에 대해서는 중앙회 주도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금융감독원이 당부했다. 이는 일부 상호금융 조합에서 특판상품이 실수로 과다 판매한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면으로 받아야 할 상품을 비대면으로 받는 등 판매 과정에서 실수로 과다 판매가 이뤄져 고객들에게 해지를 요청하는 상황이 조합 4곳에서 벌어진 것이다.

세부적인 대책은 다르지만, 금융당국이 최근 ‘예금 금리 과잉 경쟁은 안 된다’는 신호를 금융회사들에 보낸 셈이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대출금리에 대해 점검에 나선 것을 두고도 반시장적 조치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시장과 금융권 우려와 달리 금융당국은 개입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일부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경제학에서 말하는 ‘외부효과’가 존재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금융당국은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반시장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7일 열린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의 금리 개입 발언은 시장 논리와는 괴리감이 느껴진다. 오히려 시장 왜곡 우려를 키우는 꼴이다.

금융당국의 최근 행보를 보자면 시장경제 논리 대신 시장개입에 치중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당국이 금융권을 향해 금리를 올리라고 했다가 다시 내리라고 했다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마치 ‘청기백기’ 게임을 떠오르게 만든다. 

문제는 게임 진행자인 당국이 게임 참여자(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권한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사들은 벌칙(제재)을 받고 싶지 않으니, 당국의 말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은행 등 금융권이 금리 결정에 앞서 당국의 입만 쳐다보는 작금의 상황이 과연 관치금융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시중은행간 금리 경쟁은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킨다”

이는 금융당국이 불과 몇달 전, 시중은행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했던 말이다. 이랬던 당국이 이젠 예금금리 경쟁이 과하다고 제동을 거는 건 참으로 모순적이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그때그때 금융시장 환경이 변할 때마다 당국이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금리는 시장논리에 맡기고 당국은 금융환경 발전을 위한 감독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때이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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