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 수주잔고 보도자료 뿌린 날 주담대 비율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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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건설, 수주잔고 보도자료 뿌린 날 주담대 비율 늘었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12.1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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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동부건설의 최대주주(지분율 56.39%)인 키스톤에코프라임이 동부건설 주식을 담보로 설정한 대출 비율을 확대했다. 전반적인 건설업황 부진 속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 건설업체로까지 거론되며 주식 가치가 급락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새 대출을 실행한 날 동부건설이 여론전에 나선 점 등을 감안했을 때 향후에도 이 같은 현상이 목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키스톤에코프라임은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예탁증권 담보융자 신규계약·변경계약'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다. 공시 내용은 기존에 동부건설 65만7967주를 담보로 잡아 교보증권으로부터 빌린 30억 원 규모 채무에 대한 담보 주식 수, 채권자가 각각 120만 주, 농협은행으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신규계약 체결로 키스톤에코프라임의 동부건설 주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설정 비율은 39.12%(896만2344주)에서 41.49%(950만4377주)로 늘었다.

키스톤에코프라임의 동부건설 인수 후 주담대 설정 비율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8월 33.49%, 2018년 11월 31.19%, 2019년 11월 30.14%, 2020년 7월 22.28%, 2020년 9월 19.17%, 2021년 2월 17.1% 등으로 하향세가 뚜렷했다. 같은 기간 담보 주식 수도 600만 주 규모에서 380만 주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사모펀드의 최대주주(지난 9월 기준 지분율 87.00%)인 한국토지신탁 등이 동부건설을 직접 인수하려는 구상 하에 이뤄진 작업이라는 분석이 당시 업계 중론이었다. 하지만 2021년 9월 동부건설이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키스톤에코프라임의 주담대는 다시 급격히 확대됐다. 그해 8월 13일 키스톤에코프라임은 동부건설 주식 600만 주를 담보로 설정해 KDB산업은행의 자회사인 산은캐피탈(KDBC) 외 3사로부터 330억 원을 빌렸고, 주담대 설정 비율은 43.48%로 늘었다. 이후 동부건설의 유상증자, 키스톤에코프라임의 원금 상환 등으로 30% 후반대로 떨어졌다가 이번에 40%대로 재진입한 것이다.

이번 계약 체결·변경에서 주목할 대목은 대출금액이 30억 원으로 동일한데 담보 주식 수가 약 2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연 이자율도 현재 키스톤에코프라임이 실행한 동부건설 주담대 중 가장 높은 6.35%다. 이는 동부건설의 주식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동부건설의 1주당 주가는 지난 9월 1만 원대가 붕괴된 데 이어, 지난 10월께 이른바 '건설사 부도위험 지라시'에 언급되면서 지난달 초 6500원까지 하락했다. 그러자 동부건설은 자율공시를 통해 '인천국제공항 아트허브 미술품 수장고 개발사업 실시협약 체결' 소식을 알리는 등 주가 방어에 나섰으나 7000원 초반대에 머무는 데에 그쳤다.

지난 12월 5일 키스톤에코프라임이 공시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 중 일부 캡처. 빨갛게 표시된 부분이 지난 11월 30일 키스톤에코프라임과 농협은행이 체결한 주식담보대출 계약 관련 내용이다. 같은 날 동부건설은 언론에 '7년치 수주잔고 확보'라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뿌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 시사오늘
지난 12월 5일 키스톤에코프라임이 공시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 중 일부 캡처. 빨갛게 표시된 부분이 지난 11월 30일 키스톤에코프라임과 농협은행이 체결한 주식담보대출 계약 관련 내용이다. 같은 날 동부건설은 언론에 '7년치 수주잔고 확보'라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뿌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 시사오늘

담보 주식 수를 대폭 확대했음에도 키스톤에코프라임은 돈을 쉽게 빌리지 못한 눈치다. 키스톤에코프라임과 농협은행간 새로운 대출계약이 체결된 건 지난 11월 30일, 같은 날 오전 동부건설은 몇몇 언론사에 '8조 원에 달하는 안정적 수주잔고를 확보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자료에서 동부건설 측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약 7조9000억 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변화 전략을 통해 공공·민간사업과 플랜트 등 분야에서 순조로운 영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수주 물량을 확보 중이다. 국내 건설수주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나, 차별화된 수주 다변화 전략으로 불황 극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튿날인 12월 1일 동부건설의 주가는 전일(7880원) 대비 30% 가까이 오른 1만200원을 기록했다. 동부건설의 2022년 3분기 보고서가 공시된 건 지난 11월 15일, 그로부터 15일이 흐른 뒤 키스톤에코프라임의 새 주담대 계약 당일 동부건설은 희망적인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언론을 통해 시장에 보냈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대주주 사모펀드의 새로운 채권자인 농협은행의 담보물 가치 폭등에 기여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종종 목격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지난 14일 한국신용평가는 동부건설의 등급전망을 기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 측은 "동부건설의 연결기준 차입 규모가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HJ중공업 지분 인수와 이후 공공택지 매입 등으로 재무부담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중기적으로도 차입금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매출에서 주택경기에 의존적인 민간건축 비중 확대와 자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부건설의 사업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은 'BBB'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향후 자금 조달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추가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지는 부분이다. 또한 키스톤에코프라임의 최대주주인 키스톤에코프라임스타 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는 지난 9월 기준으로 올해 순익 198억6708만 원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동기보다 80.22%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동부건설의 사실상 최대주주인 한토신의 영업수익(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13.36%, 67.71% 줄었으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90억7600만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담보물 가치 하락 염려는 커지는데, 지배구조 곳곳에서 유동성이 빠지고 있는 셈이다.

한편, 동부건설은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 9488억3413만 원, 영업이익 115억9450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2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77.45% 감소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신평 측은 "향후 자재값 상승세는 둔화하겠지만 제반 공사원가 부담 지속과 분양경기 침체로 인한 일부 사업장의 매출 인식 지연 또는 일부 손실 가능성도 있어 단기간에 예년 수준으로 수익성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풍부한 수주잔액과 사업위험이 덜한 정비사업 또는 수도권 중심 예정 사업장 구성, 기성 미진행 사업장의 공사대금 유입 전망 등은 당분간 사업·재무적 대응력을 유지하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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