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자리에서 안주하지 않는다’… 그랜저, 장수 모델에서 혁신 아이콘으로 진화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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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자리에서 안주하지 않는다’… 그랜저, 장수 모델에서 혁신 아이콘으로 진화 [시승기]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2.12.15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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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수 없는 '혁신' DNA 입증…미래차 외관에 과거 유산 재해석
‘성공한 사람들의 차’ 동급 최고 옵션 향연…2열엔 통풍시트까지
넉넉한 동력성능에 실연비 10km/L 넘어…플래그십 명성 입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지난 8일 시승한 신형 그랜저 3.5 가솔린 캘리그래피 모델의 모습.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지난 8일 시승한 신형 그랜저 3.5 가솔린 캘리그래피 모델의 모습.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최고 반열에 오르긴 어렵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건 더 힘든 일이다. 이는 특정 분야에서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오늘날 자동차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날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영원한 승자를 찾기란 제법 어렵다. 하지만 그 어려운 걸 현대자동차 그랜저는 해내고 있다. 1986년 출시 이래 국산 승용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하며, 이젠 프리미엄 수입차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스스로의 한계를 짓지 않는 '혁신 DNA'가 내재돼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이번 7세대 풀체인지 '디 올 뉴 그랜저'(이하 신형 그랜저)가 아닐까 싶다. 과거 유산과 미래차 방향성을 한 데 섞어 파격적이지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상품성을 구현했다. 옛 것도, 미래 기술도 좋게 받아들일 줄 아는 신형 그랜저의 깊이있는 매력을 지난 8일 시승을 통해 살펴봤다.

시승차는 신형 그랜저 3.5 가솔린 캘리그래피 모델이다. 차량 외관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신기롭다'였다. 워낙 큰 폭의 변신으로 처음엔 낯설고 묘하게 느껴졌지만, 보다 보면 '우아함이 깃든 강렬함'으로 정의할 수 있었다. 전면부를 가득 채우는 파나메트릭 패턴 라디에이터 그릴과 수평형 LED 램프 등은 단순해 보이면서도 세련된 감성을 전달하며 저만의 존재감을 각인한다. 그 어떤 모델이 감히 이런 담대한 시도를 멋들어지게 해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깨끗한 면 처리와 알맞은 볼륨감, 5035mm로 길어진 전장에 맞춘 롱 후드의 바디 타입 등은 플래그십 모델이라면 갖춰야할 우아함의 기준을 충실히 맞춰낸다. 후면부 끝단은 스포츠 세단의 리어 스포일러처럼 각이 살아있어 스포티함도 나름 품고 있다. 각그랜저의 귀환으로 알려졌지만, 1세대 그랜저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C필러의 오페라 글래스를 제외하면 미래차 감성이 더 진하게 묻어난다.

그랜저 실내 운전석 모습. 무드램프와 통합 디스플레이, 10.25인치 공조 콘트롤러 등은 안락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자아낸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그랜저 실내 운전석 모습. 무드램프와 통합 디스플레이, 10.25인치 공조 콘트롤러 등은 안락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자아낸다. 컬럼식 기어레버도 눈에 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실내는 고급스러운 소재 사용과 무드램프를 통해 안락하면서도 정돈된 느낌을 선사한다. 12.3인치 화면 2개가 이어져 나있는 통합 디스플레이, 10.25인치 공조 콘트롤러 등의 미래지향적 요소들은 차갑게 보일 수도 있지만, 실내 곳곳에 이뤄진 가죽 마감과 앰비언트 무드램프를 통해 은은한 감성을 자아낸다. 

간결하고 슬림한 디자인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콘솔 공간에 있어야 할 기어 노브를 스티어링 휠 뒤로 옮기는 강수를 뒀다. 조작도 편하다. 전기차 모델들에 적용하던 방식을 차용한 것으로, 공간 활용성 제고와 함께 미래차 격변기에 놓인 그랜저가 나아갈 방향을 암시하듯 보였다. 굵은 원스포크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각그랜저에 대한 오마주인 동시에, 오히려 옛것이 더 세련돼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차'라는 별명에 부응이라도 하듯, 2열은 동급 최고 수준의 옵션을 갖췄다. 시트는 리클라이닝 기능과 통풍 시트 기능이 적용됐고, 전동식 도어 커튼도 탑재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티가 난다. 트렁크도 깊게 나 있어 사용이 편리하다. 적재용량은 480L로 넉넉하다.

2열은 널찍한 레그룸을 확보해 거주성을 높였으면, 시트엔 통풍 기능까지 탑재됐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2열은 널찍한 레그룸을 확보해 거주성을 높였으며, 시트엔 통풍 기능까지 탑재됐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신형 그랜저는 도로에서도 플래그십 모델에 걸맞는 부드러운, 여유있는 동력 성능을 뽐낸다. 3.5 GDI 가솔린 엔진은 8단 자동 변속기와 조화를 이뤄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36.6kg.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출발 가속 시엔 다소 무거운 느낌이 들지만, 이내 시원한 기동력을 선보인다. 안정감있게 RPM을 높여가며 매끄럽게 치고 나간다. 자연흡기 엔진의 넉넉함 덕분인지, 액셀을 세게 밟아도 쥐어짜는 느낌이 없다. 편안한, 정숙한 드라이빙도 매력적이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노면 소음은 ANC-R 기능이 효과적으로 잡아준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드라이브 모드마다 주로 쓰는 RPM 영역은 다르다. 에코 모드에선 2000RPM 이하에서 차분한 가속이 이뤄진다. 노멀은 2000RPM선에서 오르내리며 편안한 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춘다. 스포츠에선 액셀을 깊게 밟기시작하면 바늘이 금새 3500~4500RPM을 가리키며 확연히 달라지는 반응 속도와 움직임을 보여준다. 기자는 노멀 모드 위주 주행을 주로 이어갔는데, 스티어링 휠 감도가 조금 더 묵직했으면 싶었다.

주차 시 서라운드 뷰 모니터가 활성화된 모습.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주차 시 서라운드 뷰 모니터가 활성화된 모습.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현대 스마트센스' 주행보조 시스템과 서라운드뷰 모니터 기능 등의 안전 사양들은 안전한 주행에 기여한다. 특히 고속도로 주행보조 시스템은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차선과 차간 간격을 지켜내며 편안함을 더했다. 서라운드뷰 모니터의 경우에는 3차원 효과 화면이 다소 낯설기도 했지만, 전장이 길어진 그랜저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알맞았다.

시승간 연비는 총 79.1km를 주행한 결과, 10.6km/L로 확인됐다. 20인치 타이어 장착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가 9km/L대임을 감안하면, 큰 덩치에도 우수한 효율성을 입증했다. 차량 엔진이 속도와 RPM에 따라 연료 분사 방식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유량 제어 밸브 기술'을 갖춘 점이 일정 부분 기여한 듯 보인다.

이번 시승을 통해 신형 그랜저가 보여준 혁신과 도전은 칭찬받기 충분해 보였다. 계약 물량만 10만 대를 확보한 신형 그랜저의 성공 스토리는 향후 자동차 시장에 차별화된 매력을 지닌 모델들의 출현을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여 고무적이다. 획일적인 디자인, 모델 돌려막기 대신 자신만의 확실한 디자인·기술 경쟁력을 장착한 현대차와 그랜저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시승간 연비는 총 79.1km를 주행한 결과, 10.6km/L임을 확인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시승간 연비는 총 79.1km를 주행한 결과, 10.6km/L임을 확인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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