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장·단기 非常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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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장·단기 非常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2.12.17 11: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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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6위 나이지리아 보다 작아질 한국 경제
세계최초 저출산·고령화로 성장률 마이너스
분석 대상 34개 나라 가운데 한국 유일 하락
사상 최대 무역적자…‘고도성장(高度成長)’ 다시 일으켜야
민주당, 예산 편성권 침해 의회권력 남용…명백한 대선 불복
한국 경제 대외 신인도에 적신호 임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연합뉴스

한국 경제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장·단기적으로 모두가 어둡다. 장기적으로는 세계 최악의 저출산 고령화로 20여년이 흘러가면 다시 국제경쟁에서 크게 밀릴 소지가 크다. 단기적으로는 정치적인 좌·우익 격돌로 희대의 수출추락 무역수지 적자 등 곳곳의 처방이 제멋대로 흔들려 경제생존 기반을 위협할 가능성이 도사린다.

한국은 대외 신인도에 적신호가 임박했다. 온통 악재(惡材)다. 국가 실사구시의 핵심인 경제를 구출해낼 올바른 방도는 과연 무엇인가. 총론(總論)과 각론(各論)은 맞물린다. 경제안보에 생명을 걸고 현실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나라를 살려내는 뚜렷한 이정표를 찾아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 책임이 과거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 성장’ 등 온갖 정치병에 상당부문 휘둘렸기 때문이라 해도, 이제는 애국적(愛國的) 차원에서 국민 모두가 단합, 혼신을 다해 역경과 병리를 치유해 나가야 한다. 대의정진(大義正進)의 길을 굳세게 열어, '고도성장(高度成長)'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만 한다.

인구 대국에 밀려 세계 15위권 밖으로

우선, 장기적 진단부터 보자. 한국 경제 규모가 저출산·고령화로 30여년 후면 인도네시아·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 인구 대국에 밀려 세계 15위권 밖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나왔다. 앞서 미국 CNN방송은 “역대 한국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2000억 달러(약 260조 원) 비용을 투입했지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경고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해외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는 건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는 방증이다.

이에따라 한국의 경제 규모가 20년 후엔 나이지리아에 추월당하고, 50년 뒤엔 필리핀에도 따라잡힌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최근 발표한 ‘2075년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의 분석 내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본 한국의 경제 규모는 2020년 현재 세계 10위로 이탈리아(8위), 캐나다(9위) 다음이다. 나이지리아는 26위, 필리핀은 31위다.

한국의 경제 규모 후퇴 원인은 최근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새로 태어날 아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니 고령화 속도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2050년대부터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저출산·고령화의 선배 국가 격인 일본보다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020년대 평균 2%에서 2040년대 0.8%로 떨어진 뒤, 2060년대에는 -0.1%, 2070년대에는 -0.2%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CNN은 지난 4일 “한국이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입해도 저출산을 막기 어렵다.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정부가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15년간 38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외려 저출산 속도만 가팔라졌다. 한국의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갈아치웠다. 출산 절벽, 인구 재앙 수준이다. 출산과 보육 중심의 현금 지원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갈수록 뒷걸음질 암울한 전망

골드만삭스가 지난 6일(현지시간) 내놓은 ‘2075년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2020년대 2%에서 2040년대 0.8%로 떨어진 뒤 2060년대에는 -0.1%, 2070년대에는 -0.2%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나라는 분석 대상 34개 나라 가운데 한국이 유일했다. 이에 따라 현재 경제 규모 세계 12위인 한국은 2050년에는 15위 밖으로 밀려나고 인도네시아(4위), 이집트(12위), 나이지리아(15위) 등이 한국보다 높은 순위에 오른다는 것이다. 2075년이 되면 필리핀,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나라에도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 경제 규모가 갈수록 뒷걸음질 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같은 골드만삭스의 전망도 지나치게 후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급속하게 하락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다음 세대가 누릴 세상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요소는 노동과 자본투입·총요소생산성 세 가지다. 이 중 노동과 자본투입은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2040년이면 0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계산된다. 문제는 한국의 총요소생산성마저도 최근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원활한 진입과 퇴출이 이뤄지지 않고, 갈등과 불신으로 사회의 거래비용도 높기 때문이라는 게 KDI의 진단이다.

마침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어제 현행 60세인 정년을 올려 경제활동인구를 지금보다 늘리는 방안 등 노동시장 개혁과제 권고문을 발표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여성의 근무여건 개선뿐 아니라 이민, 고용 연장 등 예민한 이슈까지 거론하기 시작했다. 모두 세대 간, 사회 간 갈등 요소를 안고 있어 풀기 어려운 국가적 난제다. 하지만 문제가 뭔지 알고 있으니 해결책도 분명하다. 우리의 아들딸에게 물려줄 세상을 위해 기성 정치권과 정부·기업·개인이 모두 대응책 마련에 머리를 모아야 한다.

사상 처음 500억 달러 무역적자 불가피

수출 전선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올해 무역적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지난 10일까지 474억6400만 달러 적자였으니 이런 추세라면 남은 20일간 30억 달러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수출 둔화까지 겹치며 무역수지가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은 잇따라 나왔지만, 그 규모가 너무 크다. 산업연구원의 426억 달러, 무역협회의 450억 달러 예측도 넘어섰다. 연간 기준으로 볼 때 종전 최대 적자였던 1996년(206억2400만 달러)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과거엔 무역적자가 대부분 당해 연도의 문제로 끝나고 흑자로 전환됐지만, 올해 무역적자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를 선진국으로 이끈 경제력의 근간은 무역인데, 무역적자가 누적되면 한국 경제의 상승세도 여기서 끝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

올해 무역수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합계 수입액은 1804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044억6000만 달러)보다 72.7% 급증했다. 정부가 유류세를 대폭 인하하고 전기료 인상을 자제한 것이 기업과 가계의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둔감성을 불러와 에너지 수입 물량이 오히려 늘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고유가 충격을 경감시키려는 정부 입장에서는 달리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출 감소세다. 우리나라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7.6% 줄었다.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감소다. 감소 폭은 9월 -4.9%, 10월 -16.4%, 11월 -28.5%로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이 외에 철강 제품(-37.1%), 자동차 부품(-23.2%), 무선통신기기(-46.6%), 정밀기기(-27.8%) 등의 수출도 감소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34.3%나 빠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불가피한 외적 요인으로 인한 적자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수출 경쟁력은 정부의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 기업의 가격 경쟁력 제고와 수입 공급망 국산화를 위한 전략적 정책 지원이 시급한 시점이다.

국가 생존 관점 반도체 지원 절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단순히 무역 실적을 떠나 국가 생존의 관점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 요즘 같은 기술 패권 시대에 반도체는 국방과 마찬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지난 8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발의한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미국이나 EU 등이 발 빠르게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데도 우리는 너무 여유를 부리고 있다.

여야가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고는 하지만 특별법은 아직 산자위 소위도 통과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세액 공제를 다루는 기재위 조세 소위는 아직 법안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급한 것과 덜 급한 것,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가려 국가 이익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하는 것이 정치인데 우리는 덜 급하고 덜 중요한 것 때문에 급하고 중요한 것이 볼모로 잡히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5% 늘어나 수출 세계 순위가 7위에서 6위로 올라섰지만 에너지 수입이 그 이상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11월까지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 수입액이 1741억 달러로 1년 전보다 75%(748억 달러) 급증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가 줄어야할 텐데, 11월 원유 도입량은 1년 전보다 오히려 1.3% 늘어났다. 올해 전기 소비량도 1년 전보다 5%가량 늘었다. 정부가 고유가 충격을 완화한다면서 유류세를 대폭 깎아주고, 전기료 인상도 억제하는 바람에 기업과 가계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둔감한 탓이다.

에너지 효율화 투자는 계속 뒷걸음질

그동안 역대 정부가 민생을 이유로 에너지 가격을 계속 억누른 결과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이면서 세계 8위의 에너지 다(多)소비국이 됐다. 최근 10년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에너지 소비가 연평균 0.2% 감소한 반면 우리는 연 0.9%씩 늘어났다. 싼 전기료 탓에 1인당 전력소비량이 OECD 36국 중 5위를 기록할 정도로 전기 낭비도 심하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에너지 효율화 투자는 계속 뒷걸음질쳐 왔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신재생 에너지 부문 예산은 4000억 원대에서 1조2000억 원대로 불어난 반면 에너지 효율화 예산은 6189억 원에서 6041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한국은 GDP 한 단위 생산에 드는 에너지 소비량이 OECD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낮다. 지금 같은 에너지 과소비·저효율 구조로는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탄소 중립도 요원하다.

미국발 통화긴축 여파로 내년엔 세계 경제 침체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11월 수출이 전년 대비 14% 감소하고, 12월 1~10일 수출이 21% 격감하는 등 이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처럼 큰 폭의 무역적자가 내년에도 지속되면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 총력전을 펼칠 필요가 있다. 우선 전기료, 휘발유 값 등 에너지 가격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고유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37% 깎아준 유류세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조치도 필요하다. 기업, 가계 모두 고통을 감내하며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효율화 투자를 늘려야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수출 20% 급감…전시에 ‘한가한 칼’로 생존할 수 있나

이달 1~10일 수출액은 154억2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8%나 쪼그라들었다. 수출액이 10월 5.7%에 이어 11월 14.0%나 급감했는데 이달 들어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7.6%나 줄었다. 누적 무역 적자가 474억6400만 달러에 달해 연간 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 설상가상 내년 경제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경제 혹한기를 넘기려면 기업의 발목을 옭아맨 모래주머니를 떼어내 글로벌 전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경제 6단체가 11일 법인세 인하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나선 배경이다. 이들은 “전쟁의 시기에 한가할 때 쓰는 칼을 쓸 수 없듯이 치열한 경제 전쟁에서 평시의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경쟁국보다 불리한 법인세율 등 각종 규제들을 그대로 둔 채 싸우라고 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실제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율(2019년 기준)은 4.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여섯 번째로 높았다. 최근 5년간 이 비율의 상승 폭은 OECD 회원국 중 2위였다.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8시간 특별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문제도 발등의 불이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영세 사업장에 주52시간제를 일괄 적용하면 폐업이 속출할 게 뻔하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2일 연장 근로 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1주’에서 ‘분기’ ‘연간’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권고한 만큼 이 같은 방안을 조속히 실현해야 한다.

우리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일자리가 생기고 소비가 촉진돼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이 가능한 법이다. 기업들이 글로벌 전쟁터에서 잘 벼린 칼을 들고 싸울 수 있도록 법인세 인하와 노동·규제 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더 늦춰선 안 될 노동개혁

현실은 어떤가. 한국의 노동 관련 법규들과 강성·기득권 노조의 투쟁이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는 최악 요인이라는 사실은 국내외에서 수없이 제기됐다. 그런 점에서 정부 위탁으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제시한 ‘노동시장 개혁 권고안’은, 그동안 전문가들이 내놨던 제안을 망라한 셈이지만,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노동개혁 방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무엇보다 주 52시간제의 연장근로 기준을 연(年) 단위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 파견 허용 업종과 기간을 늘리라는 방안이 눈길을 끈다. 당장 주 8시간 추가 연장근로의 일몰제 연장은 중소사업자 63만 명과 근로자 600여만 명이 절실히 요구하는 쟁점이다.

특히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노조의 사업장 점거 제한 등 법 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대목은 중요한 포인트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파업 중 대체근로 투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또, 빈번한 노조의 사업장 점거로 기업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받는 실정이다. 올해 벌어진 현대제철 원청 노조의 146일간에 걸친 당진제철소 사장실 점거가 대표적 예다. 과도한 정규직 고용 보장도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시장에서 노동분배율의 대부분을 독차지하면서 힘없는 비(非)노조 노동자들을 배제하는 현재의 기득권 노조 체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 없이는 어떤 노동 개혁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대개의 내용이 국회 입법으로 뒷받침돼야 하는데,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기득권 노조는 물론이고 노조 하청 입법에 열중하는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은 주 8시간 추가 연장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문제를, 불법파업을 더 조장할 ‘노란봉투법’과 연계하자고 할 정도다. 민주당이 차기 집권을 노린다면, 노동개혁에 대해서도 국가 경제와 미래를 직시하고 전향적으로 동참해야 할 때다. 그러지 않는다면 2024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이 심판할 수밖에 없다.

사상 초유의 野 예산안 단독 처리 비상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야권이 국회에서 단독 처리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이 볼모로 잡혔다. 이 장관 해임안에 정국이 얼어붙었으니 예산안 처리 데드라인인 15일까지 여야 타협점을 찾기가 난망해졌다. 정기국회 내 통과가 불발돼 시한을 다시 잡았는데 그마저 또 꼬인 것이다. 장관 한 사람 해임안으로 민생 예산안이 벼랑 끝에 몰려야 하는지 개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 사태는 더불어민주당이 그제 장관 해임안을 강행할 때부터 예고됐다. 해임안을 내더라도 예산안부터 처리하자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누차 당부했던 것도 그래서였다. 강대강으로 맞선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최대 쟁점은 법인세 최고세율이다. 현행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낮추자는 정부안을 민주당은 ‘슈퍼부자 감세’라면서 반대한다. 정부안대로 2년 유예하자는 의장 중재안도 나왔지만 이마저 민주당은 거부한다. 오죽 답답했으면 민주당 출신인 김 의장마저 “이러다가 반도체를 대만에 뺏긴다”고 호소했겠나.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은 법인세율 20%에 지방세는 아예 없다. 지방세까지 합쳐 27.5%인 우리의 형편없는 조세 경쟁력으로는 미래 먹거리를 챙길 수 없는 현실이다.

민주당은 마지막까지 여당과 합의가 안 되면 2조 원쯤 삭감한 자체 예산안을 본회의에 올릴 태세다.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도 다수 의석의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으니 정부의 원안을 임의대로 칼질하겠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삭감할 수정 예산안에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 정부 신설 부서, 원전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들이 줄줄이 들어간다. 법인세 인하 불가를 못박는 민주당은 자신들의 ‘서민 감세안’인 중소·중견기업 법인세는 낮추겠다 한다. 서민 감세가 필요하더라도 이렇게 자의적이어서는 곤란한 것 아닌가. 국민 선택으로 정권이 바뀌었는데 자기네 이념대로 예산을 짜줄 테니 거기에 맞춰 국정을 하라는 억지가 도를 넘고 있다.

민주당의 단독 수정안에 대비해 정부·여당은 초유의 준예산 편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 몫이다. 민주당은 국정 5년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맡긴 대선 민심을 무겁게 받들어야 한다. 2년 반 전 얻은 다수 의석을 내세워 새 정부의 국정 방향을 마구 흔드는 것은 민심에 대한 도전이다.

巨野, 예산안 제멋대로 칼질…尹정부가 ‘이재명표’ 예산으로 일하도록

더불어민주당이 헌정 사상 유례없이 야당 단독으로 내년도 예산 수정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12일 “예산안 합의가 불발되면 단독으로 자체 수정안을 처리하겠다”면서 ‘서민 감세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정부안에 대해서는 ‘초부자 감세’라며 거부하면서도 중소·중견 기업에 10%의 특례 세율을 적용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있다. 또 저소득자 근로소득세 면세 확대와 기초연금 부부 감액 규정 폐지 등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실 용산 이전 관련 예산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및 행정안전부 경찰국 등 신설 부서 예산, 공공 분양 주택 공급 및 원전 예산 등을 삭감하자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재명표 예산안’으로 일하도록 만들겠다는 셈이다.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모여 15일에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만일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 야당의 수정안, 정부 원안 순서로 표결에 부쳐진다. 과반 의석인 169석을 가진 민주당이 자체 수정안을 강행 처리하면 정부안은 자동으로 부결 처리된다. 헌법 54조·57조 등에 따르면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고 국회는 예산 심의권, 삭감 등의 권한을 갖는다. 따라서 증액 없이 감액으로만 이뤄진 야당의 예산안은 정부의 동의 없이도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

이처럼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면 실제 예산 집행 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감액만 한다고 해도 세입·세출을 맞추기 위해 여러 사업과 회계 간 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민들은 대선에서 윤석열 정부를 선택해 나라 살림을 맡겼다. 민주당이 선거에 표출된 민의를 존중한다면 정파적 이익에 따라 예산안을 제멋대로 칼질하는 행태를 멈추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정부의 예산안 통과에 협조해야 한다.

월급쟁이·자영업자 아우성, 정치권은 ‘과이불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매우 팍팍해졌다. 월급쟁이와 자영업자의 실질소득이 가파른 물가 상승 탓에 크게 뒷걸음질 치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층 가계가 파탄지경인데도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민생 경제 안정에 손을 놓은 듯한 모습만 보이고 있어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나온 수치다. 월급쟁이와 자영업자의 수입은 거의 그대로인 반면 고물가로 각종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층 가계가 타격을 받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는 직장인들 사이의 우스갯소리가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서민층의 형편이 당분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올 7월 6.3%까지 치솟은 물가 상승세가 지난달 5.0%로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5% 안팎의 물가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다. 게다가 고금리 기조가 가뜩이나 힘겨운 서민들의 살림을 옥죈다. 서민층이 살기 어렵다는 아우성은 부산의 자영업자 소득 실태만 봐도 금방 확인된다. 부산노동권익센터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지역 1인 자영업자의 월평균 소득은 2019년보다 55만 원 줄어든 159만 원에 불과하고, 평균 부채는 379만 원에서 780만 원으로 급증했다. 경비 절감을 위해 혼자 일하며 노동시간을 늘려도 생계유지가 막막할 지경이라고 하니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민생의 경고음이 울린 지 오래인데도 여야는 이를 외면한 채 정쟁으로 날을 지새고 있어 한숨만 나온다. 정부는 서민들의 고통을 엄중히 인식해 민생 안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여야는 민생을 최우선에 놓고 협치하지 않으면 결국 민의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걸 명심할 일이다.

부자감세 피하고 투자촉진할 방안 찾아야

내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법정 시한을 열흘 이상 넘긴 상태지만 논리를 넘어 막무가내 대결로 치닫고 있다.

내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법정 시한을 열흘 이상 넘긴 상태지만 논리를 넘어 막무가내 대결로 치닫고 있다.

남은 쟁점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이다. 여당은 당초 25%에서 22%로 낮추려 한다. 명분은 법인세가 대만 등 경쟁국보다 높아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의 투자가 해외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거가 부실하다. 법인세가 3%포인트 낮아질 경우 삼성전자의 연간 감세 추정액은 1조6000억 원 정도다. 올 3분기에만 영업이익이 10조 원을 넘는 기업이 이 정도 세금 부담 때문에 국내 투자를 해외로 돌린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에 맞서 야당은 감세안이 ‘초부자 감세’라고 반대하다, 뒤늦게 중견기업 감세안을 내놓았다. 당초 야당은 정부 감세안에 대해 “경제위기 상황에서 서민의 어려움을 지원하려면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성급히 감세 경쟁에 합류하는 것은 발목 잡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여야 모두 기업 투자 촉진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놓치고 있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높이려면 세 부담 경감뿐 아니라 불합리한 규제철폐, 장기적 사회 안정성 등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문제로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넘기는 여야의 대립이야말로 기업 투자의욕을 꺾는 요인이다. 여야가 김진표 국회의장의 ‘최고세율 인하 2년 유예’ 타협안을 심사숙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회의원 절반이 주식투자

21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절반가량이 주식을 보유하고 이 중 일부는 직무관련성 면에서 소속 상임위원회와 이해충돌이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도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신고 공개자료를 바탕으로 의원 299명을 전수 분석한 결과 142명이 보유 주식을 신고한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현행법에 따라 의원들은 보유 주식과 직무관련성이 있는 상임위를 맡으면 주식을 신탁하고 수탁기관은 60일 내에 이를 매각해야 한다. 주식백지신탁 제도다. 그러나 상당수는 주식을 처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취약한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과 학계가 이 문제를 공론화해야 할 이유다.

앞서 국방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방위산업체 주식을 보유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민의힘에선 조명희 의원의 지리정보업체 주식 보유 문제가 불거졌다. 국회의원 또는 그 배우자라고 해서 주식 보유·거래의 사적 경제활동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공직이 요구하는 높은 사명감과 도덕성을 소홀히 한다면 그 사회의 공적 의식은 느슨해져 부패하기 마련이다. 국회 감사위원회 같은 독립기구를 만들거나 직무관련성 심사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여야가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의원 배지가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수단이 돼선 곤란하다. 정치권이 자정 기능과 절제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 국민들이 그 세력을 솎아낼 것이다.

낡은 노조, 기아 현대차의 경우

낡은 노조가 新산업의 발목을 잡는 것도 나라의 미래를 해친다. 기아가 25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전기차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지만 노조 반대에 막혀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기아는 경기도 화성에 2024년까지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지어 일단 연간 10만대를 생산하고 시장 상황에 맞춰 최대 15만 대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기아 노조는 일감을 늘려야 한다며 처음부터 20만 대 생산 규모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기아 노사 단체협약은 신공장 착공 때 노조 동의를 필수로 정해놓고 있다. 그동안 기아 노사가 신공장과 관련해 14차례나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생산 규모를 처음부터 늘리면 시간·비용이 늘어나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노조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같은 그룹사인 현대차가 6조3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짓기로 한 전기차 공장은 부지 확정부터 착공까지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국내 상황과 정반대다. 미국이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을 만들 정도로 전기차 시장의 선점을 놓고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데도 한국 노조는 세상 물정에 귀 막고 막무가내다.

기아 노조는 광명 2공장의 전기차 라인 전환에도 딴지를 걸고 있다. 이곳에서 만드는 수출용 차량의 일부 생산 물량을 협력사에 외주 주겠다고 하니 노조는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아예 협력사를 인수하라고 요구한다. 대세로 자리 잡은 온라인 차량 판매조차 노조 반대에 부딪혀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경영 판단까지 좌지우지하면서 기업의 앞길을 막고 있다. 기업의 신속한 투자 결정이 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게 뻔한데도 노조의 자해적 행태는 끝이 없다.

커지는 건설사 줄부도 경고음…한국경제 뇌관 제거를

지방건설사 부도가 속출하며 연쇄 줄도산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임금체불에 들어간 중소 건설사, 말도 안 되는 헐값에 보유 자산 처분에 나선 대형 건설사 소식이 잇따른다. 넘치는 유동성에 의존해 위험 관리를 등한시한 데 따른 예고된 위기다.

한국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부상한 건설업 위기의 한복판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작동 중이다. 이달 들어 회사채 상환액이 발행액을 웃도는 등 자금시장에 일부 온기가 감지되지만 PF 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이대로 가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PF 부실 여파로 40여 곳이 문을 닫은 것과 같은 줄도산 사태가 불가피하다. 부동산 장기 침체, 치솟은 공사비, 미분양 급증이라는 삼각파도 탓에 위기는 내년에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해보다 8.5%(수도권은 13.0%) 급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PF 위기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가 자초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지금은 책임 소재를 다툴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금융시스템 붕괴를 저지하고 한국 경제의 뇌관을 제거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했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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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2-12-17 12:56:16
이놈이랑 데일리안의 정기수란 새끼 두마리는 윤석열부역개틀딱 고려장법으로 정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