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찾아 삼만리 [일상스케치(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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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찾아 삼만리 [일상스케치(65)]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2.12.25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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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청년 거주지 이동의 핵심은 ‘일자리’
제주청년, 인식 바뀌어 연봉 높은 수도권 선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사람의 일상은 먹고사는 게 최우선이다. 이에 생존을 위해 일자리는 모든 사람들의 당면 과제다. 하지만 요즘 고물가 고금리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채용을 줄여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오죽하면 청년 자녀 취업이 가문의 영광이랄까.

청년 일자리 센터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 일자리 센터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취업자 증가폭 올해 대비 10분의 1 수준 전망

문제는 내년 취업자 증가폭이 81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올해 이례적 호조세에 따른 기저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하나, 경기둔화 및 코로나 방역 일자리 감소 등이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한 구직 사이트 조사 결과도, 내년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10곳 중 2곳에 그쳤다. 10곳 중 4곳은 채용을 줄이거나 아예 뽑지 않겠다는 것이다.

내년이 어렵다지만 일자리 한파는 벌써 닥쳤다. 통계상으로는 청년층 고용률이 조금 늘었더라도, 내용을 뜯어보면 늘어난 일자리의 70%가 이른바 '알바' 자리다.

지난달 고용통계를 보면 청년층 고용률은 1년 전보다 조금 높아졌다. 이는 음식점이나 숙박업소 등에 취업한 청년이 13만 명 늘어난 효과가 크다.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대면 활동이 늘어난 영향이다.

그런데 음식점, 숙박업소 등의 일자리는 대부분 정규직이 아니다. 실제 고용 형태로 봤을 땐 늘어난 일자리 10개 중 7개 가까이가 일용직과 임시직이다. 즉 해당 업종 청년층 종사자 3명 중 2명(66.9%)이 임시직(58.5%)이나 일용직(8.4%) 이었다.

20대 강 모씨 역시 1년 내내 정규직을 찾았지만 결국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40대 박 모 씨는 코로나 여파로 개인사업장을 닫고 일자리를 찾다 못해 결국 일용직 아르바이트 자리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내년엔 상황이 더 안 좋다는 거다.

취업 난항 속 일자리 중심 이동

이런 암울한 고용상황에서 청년 거주지 이동의 핵심은 ‘일자리’에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토연구원은 ‘청년의 지역 이동과 정착’을 주제로 한 ‘균형 발전 모니터링&이슈’ 브리프 자료를 22일 발간했다. 지방 거주 경험이 있는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분석한 자료다.

모든 지역 이동 유형에서 청년이 이동하는 가장 압도적인 요인은 ‘일자리’였다. ‘수도권→지방’ ‘지방→수도권’ ‘지방→지방’으로의 모든 거주지 이동의 가장 큰 사유는 ‘해당 지역에 일자리가 있어서(42.0%)’였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경우 가장 많은 정착지는 ‘충남(42명)’이었다. 충남을 중심으로 산업단지가 대폭 조성되고, 고속도로가 새롭게 개통되면서 충남지역에 일자리를 구한 청년들의 이동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은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주거비용’과 ‘대중교통 편의성’ 등도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거주공간 마련에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는 ‘지방→수도권’ 이동 청년이 ‘수도권→지방’ ‘지방→지방’ 이동 청년보다 컸다. ‘지방→지방’ 이동 청년의 49.3%, ‘수도권→지방’ 이동 청년의 37.7%는 ‘거주공간 마련이 수월했다’고 응답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이 지방 거주 청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주공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수도권이나 타 지방에서 다른 지방으로 이동한 청년들은 해당 지방에서 지역 특유의 ‘배타성’을 강하게 느꼈으며,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은 해당 지역에서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인식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은 “일자리는 청년 이동의 핵심 요인이며 첫 취업과정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지방은 대학과 양질의 일자리가 연계될 수 있도록 지역 전략산업과의 연계 및 대학 특성화, 인재 배출을 통한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청년들 '제주에서 취업' 점점 낮아져

한때 직장인이 가장 살고 싶어 한 꿈의 도시 1위가 제주도였다. ⓒ잡코리아·알바몬
한때 직장인이 가장 살고 싶어 한 꿈의 도시 1위가 제주도였다. ⓒ잡코리아·알바몬

한편, 한때 직장인이 가장 살고 싶어 한 꿈의 도시 1위가 제주도였다. 꿈의 도시를 선택한 이유로는 '아름다운 풍광과 여유로운 삶'이라는 의견이 전체의 50.1%(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제주살이 등의 열풍을 일으켰던 제주도를 좋아했던 청년들 역시 이제는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방으로 가겠다는 비율이 높아졌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22 제주도민 일자리 인식 실태조사'결과를 23일 공표했다. 이 조사는 고용노동정책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직업 능력연구원(국무총리 산하 정부 출연연구기관)에 의뢰, 지난 6~8월 315개 조사구 4095가구의 만 18~74세 모든 가구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2015년 취업 일자리 선호도 조사에서 청년들은 수도권 소재 연봉 3천만 원 일자리보다 제주지역 연봉 2천만 원 일자리를 더 선호했다. 2018년 조사에서도 연봉은 낮지만 제주 일자리를 선호하는 비율이 57%로 높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정 반대로 바뀌었다.

올해 조사에서 '연봉 3500만 원 수도권 일자리'를 선택한 비율은 50.4%다. 반면 '연봉 2400만 원 제주 일자리'는 49.6%다. 과거 조사에서 '연봉 3000만 원 수도권 일자리'를 선택한 비율은 2015년 30.1%, 2018년 43.0%, 2022년(최저임금 인상 등을 반영 3500만 원으로 조정) 50.1%로 지속 상승했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청년들의 일자리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연봉이 적은 제주의 일자리'보다 '연봉이 많은 수도권 일자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과거 조사보다 높게 나타났다.

예전, 말을 낳으면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하던 말이 다시 회자되는 국면이다. 수도권 취업을 위해 아름다운 풍광도 버리고 먼바다를 건너는 일도 마다않는 제주도 청년들까지. 혹독한 취업난을 돌파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일자리 문제는 영원한 난제인가?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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