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부터 집값 경착륙 위기까지 [22년 10대 뉴스-건설·부동산]
스크롤 이동 상태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부터 집값 경착륙 위기까지 [22년 10대 뉴스-건설·부동산]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12.30 1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22년 건설·부동산업계는 냉탕에서 출발해 얼음탕으로 끝을 맺었다. 전(前)정권의 전방위적 대출 규제, 코로나19 사태 후폭풍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 조짐을 보이더니, 미국발(發) 고금리 본격화에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 리스크가 겹치면서 시장이 완연한 침체기에 접어들은 것이다. 단순 하락 안정화가 아니라 경착륙 위기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정부는 집값 연착륙 정책을, 관련 업계는 수익성 방어 대책을 각각 강구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2023년 새해를 시작하게 됐다.

ⓒ pixabay
2022년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은 냉탕과 온탕이 아닌 냉탕과 얼음탕을 오갔다 ⓒ pixabay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2022년 벽두부터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에 위치한 '광주화정 아이파크 2단지'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아파트 일부가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붕괴돼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이 현장의 원청 건설사는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붕괴사고의 최종 책임업체인 HDC현대산업개발, 동일한 기업이 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연속으로 벌어진 대형사고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국토교통부는 엄중한 문책을 예고했고, 정치권에선 등록말소 등 영구퇴출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형 건설사가 문을 닫을 시 임직원을 비롯해 수많은 관계자들이 피해를 보게 돼 더 큰 사회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했다. 이를 감안한듯 서울시는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을 계속 미루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사업장 내에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했거나 안전보건 관리가 부실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또는 안전보건 관련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시행 전부터 거세게 반발했던 경제산업계는 시행 후에도 법 수정·보완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도 마찬가지다.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됐는데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올해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수위를 낮추는 것으로 방향성을 설정한 눈치다. 하지만 일선 건설현장에선 연초부터 연말까지 노동자 사망사고가 연일 터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 오너경영인들은 대표이사 등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들은 CSO(최고안전책임자)라는 직책을 신설해 법의 사각지대로 몸을 숨겼다.

대우건설, 중흥건설그룹 품으로


중흥건설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작업이 마무리됐다. 중흥건설그룹은 2021년 말 기존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 측 KDB인베스트먼트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2022년 2월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건설지부(이하 대우건설 노조)와 상생협약을 맺으며, 대우건설을 완벽히 품에 넣었다. 대우건설 노조는 국내 10대 건설사 중 유일한 과반 노조로, 이들과 상생을 약속했다는 건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중흥건설그룹을 새 대주주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이후 대우건설은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로 신망이 두터운 백정완 대표이사에게 안살림을 맡겼다. 당초 대우건설을 사들이는 데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정원주 중흥건설그룹 부회장은 인수 후 해외 신사업 등을 모색하며 공격적으로 바깥 살림을 수행 중이다. 대우건설 인수단장으로서 노조 등과 활발하게 소통했던 김보현 헤럴드 부사장은 양측을 아우르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국내 탑5 건설업체인 대우건설은 새 대주주 아래 삼각편대를 중심으로 새롭게 꾸려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월 28일 IPO(기업공개)를 전격 철회한다고 알렸다. 상장 일정 철회 사유는 차가운 공모 시장 반응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보통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공동대표주관회사 등 동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건설업계 전반에 리스크가 커진 데다, 광주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 건물 붕괴사고까지 터지면서 건설주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상장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이 회사 안팎에서 흘러나온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철회를 올해 업계 10대 뉴스 중 하나로 꼽은 건 오는 2023년 새해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가 친환경기업을 표방하며 기업가치를 지속 확대해 기업공개를 준비 중에 있고,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도전 여부도 관심사다. 다만, 최근 부동산 경기와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이들의 상장은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달라진 부동산 정책 방향성, 그리고 경착륙 우려


3·9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누르고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후보 시절 주택 공급 활성화, 부동산 규제 완화, 대출 문턱 조정 등 시장 친화적인 대선 공약을 앞세웠던 윤석열 대통령은 공식 취임 후 이 같은 정책을 펼쳤다. 문재인 전(前) 정권의 그것과 방향성이 180도로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는 첫 부동산 대책인 6·21 부동산대책을 통해 세제 혜택 확대와 대출 규제 완화로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개편해 민간 주택 공급을 촉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지난 8월에는 첫 주택 공급대책인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이하 8·16 공급대책)을 공개하고 오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전국에 총 270만 호(인허가 기준)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에도 정부는 규제·세제 완화 신호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일례로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 방향'을 살펴봤을 때 새해 초 수도권 일대 규제지역이 추가 해제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시장 분위기상 이 같은 정책의 한계가 뚜렷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은 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원자재가 인상을 야기하는 대외적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경착륙 위기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규제를 일거에 대폭 완화해도 연착륙이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둔촌주공 사태


올해 업계는 연초부터 연말까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사업장에서 불거진 잡음으로 떠들썩했다. 조합과 시공사업단간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지난 4월 공사 전면 중단·유치권 행사라는 국내 정비업계 초유의 사태가 터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의 공사비 증액 갑질, 조합의 불법적 이권개입 등 온갖 의혹과 흑색선전이 난무했고, 둔촌주공의 잡음은 온나라로 퍼졌다. 둔촌주공 사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극적 타결로 둔촌주공은 이달 초 일반분양 청약 접수를 진행했다. 그러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3.7 대 1, 미계약 물량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현 시장 분위기 속에서 둔촌주공 정도 규모의 사업이 흔들린다면 국내 부동산·금융산업 전반에 혼란을 키울 여지가 상당해 보인다.

삼표그룹 성수동 공장 철거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83번지 일대에 위치한 삼표산업 레미콘공장이 철거됐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서울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전략적 부지로 활용해 산업·문화·관광명소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땅 주인인 현대제철로부터 이 부지를 매입하는 삼표그룹은 일대 개발사업을 추진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과 경영권 승계 실탄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성수동 레미콘 공장 철거를 업계 10대 뉴스 중 하나로 꼽은 건 서울·수도권 소재 건설현장의 레미콘 수급이 어려워져 향후 상당 기간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서다. 여기에 시멘트·레미콘업체들이 가격 인상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일선 현장에선 앞으론 서울·수도권 내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시멘트, 골재, 물 등을 섞어 삽으로 휘젓는 광경이 펼쳐지지 않겠느냐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마저 들린다.

PF 대출 리스크 확대, 건설사 부도 지라시까지 


올해 하반기 건설업계 분위기는 초상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리스크가 지난 3분기 말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로 본격 확산된 데 이어, 4분기 초에는 몇몇 대형 건설사들이 이에 따른 자금난으로 인해 부도 위기에 몰렸다는 '지라시'까지 유포됐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돈맥경화'의 악순환을 야기했다. 투자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은 마당에서 신뢰할 수 없는 정보가 급격히 확대돼 지갑을 열었던 투자자들도 자금 회수를 추진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문제는 새해다. 외국인 자금 이탈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속돼 왔고, 이에 따른 퍼펙트 스톰 우려는 지난 대선 토론 과정에서도 화두가 된 바 있다. 레고랜드 사태는 PF 부실을 좀 더 빠르게 불러일으킨 일종의 촉매에 불과했다. 자금 이탈 현상은 오는 2023년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부도 위기까진 아니라도 지라시에 언급된 건설사들 모두 재무건전성 악화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내년엔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있다. 고위험군은 중소·중견업체다.

한화건설, 한화 건설부문으로 새 출발


한화그룹 지주사격인 한화는 자회사인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키로 했다고 지난 7월 밝혔다. 이어 지난 11월 한화건설은 ㈜한화의 품에서 '한화 건설부문'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한화의 한화건설 흡수합병설은 업계 내에서 올해 초부터 거론돼 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에게 에너지·화학 계열 경영권을,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에겐 금융 계열 경영권을 각각 승계해주기 위해선 지분 교통정리가 필요한데, 한화가 한화건설(한화생명 지분 20% 보유)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이 가장 단순해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간접적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3자배정 유상증자에는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 계열 업체들이 대거 참여한다. 때문에 증권가 일각에선 이를 그룹 경영권 승계와 결부를 지어 사업구조 개선, 지배구조 단순화 등을 명분으로 앞세워 한화에너지 자회사들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한화 등이 매입하는 시나리오, 한화에너지의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한화 지분과 맞교환하는 시나리오 등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한화도 실탄을 준비해야 한다. 한화 건설부문은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대전역세권 복합개발사업',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 '잠실 스포츠 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 등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 사업의 규모는 약 7조 원이다.

화물연대 총파업…내년 노-사정 갈등 극심 예상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도 올해 건설·부동산 10대 뉴스 중 하나로 꼽힌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연장·확대 문제로 지난 6월 8일간 총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12월에도 15일간 총파업에 나섰다. 안전운임제란 과로, 과속, 과적 등을 방지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을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매년 결정하고 공표하는 제도로, 화물차 노동자 입장에선 일종의 최저임금제다. 화물연대가 1년 새 두 차례 파업을 진행한 건 19년 만인데, 결과적으로 파업은 실패했다. 몇몇 노조원들의 폭력적 행위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정부의 '불법행위 무관용 원칙'에 여론이 동조한 것이다. 정부의 강경 기조에 유가보조금까지 끊길 위기에 처한 노조원들은 속속 현장에 복귀했다. 파업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원자재 수급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곤욕을 치른 건설업체들 입장에선 한숨을 돌린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오는 2023년으로 여겨진다. 이번 연말 총파업엔 전국건설노조도 일부 동참했다. 경기 침체 속 정부여당의 노동개혁 추진, 기업들의 구조조정 착수 움직임 등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인식이 동참 배경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 정국과 시장 분위기상 노동개혁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사정'간 갈등은 내년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미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9일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등과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정부와 건설사가 손잡고 노조에 칼을 들이민 셈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