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경원 출마 가닥 “캠프 차려지면”…판세,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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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나경원 출마 가닥 “캠프 차려지면”…판세, 오리무중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3.01.12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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羅 등판에 김기현 친윤 구도 깨지고, 범윤 안철수 결선 오를지 불투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 사의를 표명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전당대회 출마 여부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 사의를 표명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전당대회 출마 여부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늦어도 설 연휴 전에는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 여부를 밝힌다고 했지만, 사실상 주사위는 ‘출마’ 쪽으로 던져졌습니다. 루비콘 강을 건넌 만큼 불출마 쪽으로 되돌리기는 어렵게 됐다는 판단입니다.

11일 <시사오늘> 취재를 종합해보면 나 전 원내대표는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에 대한 사의를 표명하기 전부터 출마로 마음을 굳히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 전 원내대표에게 전략적 도움을 주고 있는 그룹 내 정통 소식통의 귀띔에 따르면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실에 사의를 표명하기 전날(9일) 이미 출마로 가닥을 정하고 있었고,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조만간 캠프가 차려지면 기자들 취재도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자리에서 물러난 다음날(11일) 나 전 원내대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동작구 신년인사회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동작갑 당협위원장인 장진영 변호사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는 지난 전당대회 기간 나 전 원내대표를 도왔던 바 있습니다. 이처럼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당권 레이스에 올라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입니다. 

다만, 바로 출사표를 던지지 않고 숙고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한 것은 용산 대통령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사표 수리 여부가 깨끗하게 마무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여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은 일입니다. 이에 적정한 타이밍을 고려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나 전 원내대표가 출마로 결심을 돌리게 된 데에는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당대표 경선 당시 나 전 원내대표 캠프에서 활약했던 한 인사는 대화에서 “21대 총선 낙선, 서울시장 경선 패배, 연이은 당대표 선거 패배를 겪었기에 이번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정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조언이 주변에서 많았다”며 “가장 많은 당심을 받는 유력주자인데 나서야 한다. 이런 얘기들이 주를 이뤘다”고 설명해 왔습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대한 도 넘은 공격이 카카오톡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고 한 제보자는 전해왔다. 사진은 해당 카톡 내용 일부ⓒ사진 제공 = 제보자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대한 도 넘은 공격이 카카오톡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고 한 제보자는 전해왔다. 사진은 해당 카톡 내용 일부ⓒ사진 제공 = 제보자

당권 도전을 시사하자 친윤계 일각에서 무리하게 공격한 것도 역으로 출마를 굳히게 했다는 분석입니다. 대통령실 수석과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친윤계 그룹 내 김정재 의원을 비롯해 김기현 의원 측에서 나 전 원내대표를 맹공한 데 이어 일부 보수 진영에서조차 십자포화가 터져 나왔습니다. 한 제보자에 따르면 나 전 원내대표를 향해 “유승민 같은 배신의 유전자”라고 저격한 ‘자유민주 구국 전사의 시국논평’이 이날(11일) 기준 현재까지도 필독 글로 추천되며 당원들과 국민의힘 지지자들 대상의 카톡을 통해 널리 공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10일에는 나 전 원내대표의 출마를 촉구하는 모 조직의 기자회견이 국회에서 예정돼 있다가 돌연 취소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해당 사실을 알린 여당 관계자는 “그만큼 불출마 종용 압력이 큰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그럴수록 반작용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서정욱 변호사는 통화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여론조사 1위인 후보(나경원)를 무리하게 주저앉히고 대통령실 입맛에 맞는 대표를 만들면 후유증이 클 것”이라며 “나올 사람은 나오게 하는 게 맞다. 당원들이 소신껏 투표하게 해야 결과에 대한 승복도 깨끗해지는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도 당원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과 호흡을 잘 맞춰 가면 된다. 당대표가 참모는 아니지 않냐”며 “그래야 레임덕도 오지 않고 총선에서의 악영향이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 역시 “나경원 당권주자가 나와줘야 전당대회가 흥행이 되는데 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 도를 넘고 있어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마치 조국 사태 당시 좌표 찍기에 혈안이 돼 있던 민주당 일각의 극성 팬덤을 보는 듯하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럴수록 오히려 동정표가 늘어나는 분위기가 생기는 현상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이 같은 일부 지지자들의 행태에 휘말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나 전 원내대표의 출마가 전당대회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기존 도전자들의 유불리 또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3·8 전당대회는 김기현-안철수-황교안-윤상현-조경태 주자가 당권 경쟁에 뛰어들었고 유승민 전 의원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중입니다. 당장 나 전 원내대표가 등판할 경우 이중 유력 경쟁 체제인 김기현-안철수 의원 간 판세도 달라질 것으로 가늠됩니다. 

정세운 평론가는 관련해 “장제원 의원 등 친윤 주류 세력의 지지를 받는다고 어필해왔던 김기현 의원 입장에서는 범윤계인 ‘나경원 등판’으로 친윤 vs 비윤 구도가 깨져버려 두려울 것”이라며 “사실상 내심 승기가 굳어졌다고 판단했을 텐데 과연 1위를 자신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오리무중이 됐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정 평론가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같은 범윤에 속하는 나경원-윤상현 의원과 더불어 수도권 연대론이 탄력을 얻게 돼 ‘김기현의 아성’을 깰 기회를 잡게 됐다”면서도 “문제는 ‘나경원 등판론’으로 정작 안 의원 자신이 결선에 오를 수 있는 조건인 2등 안에 들게 될지가 안갯속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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