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랜’에 뛰어든 이통사들…삼성전자·화웨이,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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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랜’에 뛰어든 이통사들…삼성전자·화웨이, 전전긍긍
  • 한설희 기자
  • 승인 2023.01.12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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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오픈랜 기술개발 참전…통신장비 제조사 '긴장'
통신사에 기회?…장비 투자비 줄고 中企 제품 도입 가능
장비社 반응은 '반반'…업계 1위 화웨이 한숨쉬는 이유는
6위 삼성전자, 기회일까 위기일까…하청 전락할 가능성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국내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손꼽히는 장비 연동 표준기술 ‘오픈랜’(O-RAN)을 도입하려 애쓰고 있다. ⓒ사진제공 = LG유플러스
국내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손꼽히는 장비 연동 표준기술 ‘오픈랜’(O-RAN)을 도입하려 애쓰고 있다. ⓒ사진제공 = LG유플러스

국내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손꼽히는 장비 연동 표준기술 ‘오픈랜’(O-RAN)을 도입하려 애쓰고 있다.

통신사 입장에선 오픈랜이 도입될 경우 모든 장비를 동일한 제조업체에서 구매해야 하는 선택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고 기지국 설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반면 장비 제조업체들은 통신사에 사업 주도권을 뺏기는 데다, 중소 업체와도 경쟁을 벌이게 돼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모양새다.

 

SKT·LG·KT도 뛰어든 오픈랜 기술…"중소기업 참여 기반 마련"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 모두 오픈랜 기술을 기지국에 적용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0일 노키아와 함께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의 오픈랜 가상화 기지국을 상용망에 설치했으며, 필드 시험을 통해 안정적인 5G 성능을 확인했다. SK텔레콤은 현재 국산 오픈랜 5G 기지국 시스템을 비롯해 실내 환경에서의 오픈랜 통신 테스트 등 다양한 기술 실증에 성공한 상황이다. 

앞서 LG유플러스도 이달 △해외 통신장비 제조사 ‘노키아’ △국내 제조사 ‘삼지전자’ 등과 협력해 오픈랜 국제 표준 규격에 기반한 O-DU(분산장치)와 O-RU(안테나) 장비를 연동하는 데 성공했다. 

KT 역시 국제 오픈랜 표준화 단체 ‘오픈랜 얼라이언스'(O-RAN Alliance) 회의에서 오픈랜 연동 규격을 승인받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랜 기술을 통해 특정 제조사에 얽매이지 않고 망을 구축할 수 있으며, 고객 수요에 맞게 맞춤형으로 소프트웨어를 선택하거나 클라우드 기반의 AI 서비스를 네트워크에 적용할 수 있다”며 “오픈랜을 통해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 오픈랜 환영하는 이유…장비사에 ‘갑’되고 비용 줄이고


오픈랜(Open Radio Access Network)은 기지국을 비롯한 무선 통신장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하고, 서로 다른 제조사가 만든 장비를 연동하는 표준기술을 말한다. 

무선 통신장비의 신호는 △전주에 달린 안테나 △안테나 아래에 있는 안테나 장치 △전봇대 아래 위치한 디지털 장치 등을 거쳐 휴대폰에 최종 전달되는데, 이 과정에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모두 동일 회사 제품이어야만 신호가 연결된다. 예를 들어 화웨이 안테나와 에릭슨 장비끼린 신호를 교신할 수 없다. 

장비 제조업체들은 통신사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공급하고 있다. 회사마다 각각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결국 통신사는 모든 장비를 동일한 회사 제품으로 구매해야만 한다. 그러나 오픈랜 기술이 적용되면 통신사들은 원하는 성능에 따라 원하는 표준 기술만 가져와 기지국 하드웨어에 적용할 수 있다. 기존처럼 특정 제조사의 장비에 종속되지 않고 보다 주체적으로 기지국을 구축 가능한 것이다. 통신사-장비사와의 거래 관계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셈이다. 

또한 통신사는 ‘오픈랜 시대’가 열리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기지국에 들어가는 장비의 수를 줄여 기지국의 부피를 줄이고, 필요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유지·보수 하는 효울적 방식으로 기지국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각기 다른 제조사의 DU와 RU를 별도의 테스트 없이 상용 수준으로 연동할 수 있게 되면, 노후한 기지국 장비를 교체하거나 신규 국소에 장비를 새로 설치할 때 네트워크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화웨이 등 장비社 반응은 ‘반반’…중소는 환영, 대기업은 견제


장비 제조업체들은 통신사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공급하고 있다. 회사마다 각각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결국 통신사는 모든 장비를 동일한 회사 제품으로 구매해야만 한다. 그러나 오픈랜 기술이 적용되면 통신사들은 원하는 성능에 따라 원하는 표준 기술만 가져와 기지국 하드웨어에 적용할 수 있다. ⓒKOTRA
장비 제조업체들은 통신사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공급하고, 통신사는 모든 장비를 동일한 회사 제품으로 구매해야만 한다. 그러나 오픈랜 기술이 적용되면 통신사들은 원하는 성능에 따라 원하는 표준 기술만 가져와 기지국 하드웨어에 적용할 수 있다. ⓒKOTRA

반면 통신장비 제조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삼성전자·노키아 등 시장 점유율이 낮은 글로벌 기업들과 국내 중소업체의 경우 장비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반면, 화웨이·에릭슨 등 상위권 업체들에겐 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 세계 5G 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28.7%) △에릭슨(15%) △노키아(14.9%) △ZTE(10.5%) △시스코(5.6%) △삼성전자(3.1%) 순으로 집계됐다. 

오픈랜이 대중화되면 장비 업체들은 하나의 통일된 소프트웨어에 맞춘 하드웨어만 만들면 된다. 특히 안테나 장치의 경우 작은 기업에서도 충분히 개발 가능해 하드웨어 제조 기술력만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시장 참여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와 관련, LG유플러스와 함께 오픈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안테나(RU) 제조업체 삼지전자는 “당사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상용망에서의 충분한 검증과 글로벌 O-DU 제조사와의 협업이 필수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LG유플러스, 노키아와의 협업 기회를 통해 국내 대표 O-RU업체로서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 삼성전자
반면 통신 시장을 주도하는 화웨이나 에릭슨은 신중한 입장이다. 개방형 기지국 소프트웨어가 나오게 되면 기존 대형 업체들의 존재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미국 정부는 오픈랜을 기회 삼아 화웨이·ZTE 등 중국산 통신 장비 사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사진제공 = 삼성전자

반대로 통신 시장을 주도하는 화웨이나 에릭슨은 신중한 입장이다. 개방형 기지국 소프트웨어가 나오게 되면 기존 대형 업체들의 존재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미국 정부는 오픈랜을 기회 삼아 화웨이·ZTE 등 중국산 통신 장비 사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지난 11일 삼성전자·KT·LG 등을 방문해 중국의 5G 인프라 장악력을 견제하기 위한 오픈랜 확산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오픈랜 흐름이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에 참가하는 중소 장비업체 수가 증가해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익성 약화의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배성봉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시카고무역관은 보고서를 통해 "오픈랜이 도입된다면 미국 통신사들은 5G 통신장비 기업으로부터 소프트웨어를 받아 쓸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며 "기존 대형 통신장비 제조기업은 하드웨어 장비만 제조하는 하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도 오픈랜이 안정적으로 도입되는 시기를 2025~2030년으로 예상하는 만큼, 오픈랜 도입으로 인한 시장의 변화를 예단하기는 섣부르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통신 및 전기전자 담당합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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