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별사면권, 명분은 ‘국민통합’…실효성은?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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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특별사면권, 명분은 ‘국민통합’…실효성은? [주간필담]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1.14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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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서 ‘대통령 특사’ 부정평가 앞서…사면 범위·사유 등 구체적 기준 불분명
김경수 ‘가석방 불원서’ 공개까지…적폐청산 수사한 尹 대통령, 특사 다수 李·朴 인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지난해 연말 정부가 신년 특별사면을 단행했습니다. 사면의 명분은 ‘국민 통합’ 이었습니다. 하지만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가석방 불원서 공개, 정권 교체 이후 이뤄진 전 정부 주요 인사 사면 등으로 실제 취지의 실현성에 대한 의문의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 시사오늘(그래픽 = 김유종 기자)

작년 연말을 달군 정치권 화제 중 하나는 대통령의 ‘특별사면’ 행사 여부였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8월 경제인을 위주로 첫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는데요. 당시 지지율 하락세를 겪었기에 이 시기에 정치인 사면까지 진행하면 민심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정치인’은 제외됐습니다. 이어 지난해 12월 말의 신년 특별사면은 ‘정치인’ 위주로 진행됐습니다. 

주목을 끈 인물은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였습니다. 정부는 이번 사면의 명분으로 ‘화해와 포용의 사회 분위기 조성’, ‘폭넓은 국민 통합’을 내세웠습니다. 특히 정치인 사면과 관련해 ‘국가 발전에 다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정치발전과 국민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사면이 실제로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사면 실시 이후인 지난해 12월 29일과 30일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천지일보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 부정평가가 55.2%로 나타났습니다. 긍정평가는 39.1%, ‘잘 모름’은 5.7%로 나타났습니다. 

특별사면은 대한민국 헌법 제79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입니다. 헌법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2007년 국회에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사면법에 ‘사면심사위원회 설치’ 내용을 추가했지만, 심사 결과의 구속력은 없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곤 했습니다. 사면 대상을 정하는 구체적 기준이 불분명한 것도 사면 때마다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사면 대상에 오른 야권 대표 인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가석방을 원치 않는다는 ‘가석방 불원서(不願書)’를 자필로 작성해 공개하고, 출소 이후 “이번 사면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라고 말한 것도 ‘국민통합’이라는 특별사면 본 취지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2년형을 선고받은 김 전 지사가 반성은커녕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는 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정권 교체 이후 이뤄진 사면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것도 ‘명분’ 차원에서 지적됐습니다. 사면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 인사 중 원세훈 전 국정원장(잔형 감형),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사면·복권), 김진모 전 청와대 비서관(복권)에게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박근혜 정부 인사 중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박준우·조윤선 전 정무수석, 남재준 전 국정원장 그리고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복권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17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서울중앙지검장 신분으로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지난해 12월 28일 진행된 브리핑에서 ‘사면 대상 중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수사한 대상이 포함된 이유는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도 나왔습니다. 

민주당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적폐 수사를 주도했던 사람이 바로 윤 대통령이다. 그런 점에서 (특별사면은) 심각한 자기 부정”이라며 “적폐 수사를 이끌던 윤석열 검사와 적폐 세력을 풀어주는 윤석열 대통령은 다른 사람인가. 그때의 원칙과 기준이 왜 바뀐 것인지 윤 대통령은 답하기 바란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은 ‘특사 명단에 야권 인사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형평성 차원에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국정농단 사태를 과거에 거치면서 형사처벌 받았던 이들이 보수 진영 쪽에 몸담는 경우가 많아서 그 숫자가 많게 느껴질 수 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가장 책임이 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된 점을 크게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치 양극화 심화로 혐오와 분열의 언어가 난무하는 상황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법치주의’, ‘공정과 상식’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회 전반에 자리해야 국민이 납득하는 진정한 ‘국민통합’ 효과가 실현되고,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 회복되지 않을까요.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됩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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