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의 유혹, ‘정치인 항로 바꾼다’ [김자영의 정치여행] 
스크롤 이동 상태바
지지율의 유혹, ‘정치인 항로 바꾼다’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1.13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실과 갈등 겪은 나경원, 확장성vs험로…당대표 출마 여부 주목
당심 100% 전대 룰 변경된 가운데…羅 국민의힘 지지층서 여론 1위
이인제·안철수 국민적 지지 높았지만 이후 당적 변경 문제 지적받기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의 갈등 끝에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에 나 전 의원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 시사오늘(그래픽= 김유종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이 전해지며,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모두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사의 표명을 통해 ‘전당대회 출마’의 뜻을 강력히 피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많습니다.

나 전 의원으로선 장관급이라는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을 맡으면서도 ‘출마‘ 고민을 쉽게 접을 수 없었을 겁니다.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이 당심 대 민심 ‘7 대 3’이었던 기존 룰을 ‘당원투표 100%’로 변경할 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거라고 예상됐던 후보도 나경원 전 의원입니다. 

가장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나 전 의원이 타 후보를 크게 앞섰습니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나 전 의원이 30.7%로 김기현 의원(18.8%), 유승민 전 의원(14.6%), 안철수 의원(13.9%)을 오차범위 밖 차이로 1위였습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의 결과가 다수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의 표명이 저출산 대책을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한 끝에 나온 결정인 만큼, 그의 지지율이 계속 이어질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상황이 달라진 겁니다. ‘대통령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는 모양새가 연출되면 나 전 의원은 자의든 타이든 ‘비윤(非尹)계’ 대표 주자가 될 수 있습니다.

높은 지지율 뒤엔 ‘결단의 시간’이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국민의힘은 과거 당 지도부와 정부의 갈등으로 큰 위기를 겪은 바 있습니다. 나 전 의원도 대통령과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당권에 도전하긴 어려울 겁니다. 정면돌파를 통해 확장성을 갖고 더 큰 정치인이 될 수도, 추락해 험로를 걷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과거 초반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정치 항로가 바뀐 사례가 있습니다. <시사오늘>은 이와 관련해 이인제 전 경기지사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15대 대선서 급부상한 이인제…대선 패배 이후 당적 변경 이어져

이인제 후보는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신당을 차렸습니다. 하지만 대선 패배 후 잦은 당적 변경으로 ‘철새’라는 비판과 함께 대권 가도에서 이탈했죠. 

현 국민의힘 전신이 되는 신한국당은 15대 대선을 앞두고 경선을 벌였습니다. 당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회창이 두 아들에 대한 병역 비리 의혹으로 곤욕을 치릅니다. 이때 대선 경선에서 2위로 물러났던 이인제가 부상했습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이회창과 이인제가 2위와 3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경우가 생긴 겁니다.  

이인제는 이회창과의 갈등 끝에 9월 13일 신한국당을 탈당하고 국민신당을 창당해 대선 출마를 선언합니다. 결과적으로 15대 대선은 김대중(40.27%)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회창과 이인제는 각각 38.74%, 19.20%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이인제는 지방선거 패배 등 국민신당으로 정치 활동을 유지하기 어려워 지자 새정치국민회에 합류합니다. 이후로 수차례의 당적 변경이 이어집니다. 16대 대선 경선에 불복해 새천년민주당 탈당 후 자유민주연합 입당, 민주당,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새누리당 등을 거쳤습니다. 잦은 당적 변경으로 불사조를 의미하는 피닉스(phoenix)에 이름을 더한 ‘피닉제’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1년 ‘안철수 돌풍’ 이후 10년…새정치민주연합·국민의당에서 국민의힘까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높은 국민적 관심에 힘입어 정계에 진출한 사례입니다.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돌풍’이 불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며, 박근혜의 대항마로 떠올랐습니다. 당시 다수 국민들은 기존 정치 문법에 물들지 않은 ‘안철수’에게 큰 기대를 보였습니다. 

박원순 당시 변호사를 지지하고 서울시장 출마 포기,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단일화,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 창당 등을 거쳐 현재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됐습니다. 높은 지지율을 갖고 출발했지만, 여러 오류만 남긴채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과 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반문’ 이미지를 획득해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떠올랐습니다. 추 전 장관이 ‘윤석열 때리기’에 열을 올릴 때마다 지지율은 올라갔습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한 바 있습니다. 제3지대에서 정치를 시작하라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는 거대 양당 중 하나인 국민의힘에 입당해 치열한 경선 끝에 대선 후보로 선출돼 대권을 잡았습니다. 

정치인의 지지율에는 인물, 구도, 이슈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 겁니다. 나 전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까요. 기자가 지난 정치사를 찾아보니 지지율의 유혹을 뿌리친 사례는 없었습니다. 나 전 의원의 결심을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뒷담화’는 현 정치 상황을 75년 간의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봤습니다. <시사오늘>은 세번째 주제로 ‘높은 지지율의 유혹, 정치인 항로를 바꾼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주>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됩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