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역행하려는 은행 금리…시장왜곡 우려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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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금리 역행하려는 은행 금리…시장왜곡 우려 현실화되나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01.16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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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고심 커져
시장금리 하락…당국, 대출금리 인하 압박
수신금리 인상 요구도…금리 왜곡 우려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최근 5년 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이다. ⓒ사진 = 한국은행

은행권의 금리가 시장금리와 동떨어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시중은행 일각에서 수신금리 인상과 대출금리 인하를 각각 검토하면서 금리 왜곡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시중은행은 한은 기준금리 인상을 전후해 일부 예적금 상품의 금리 인상 및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먼저, 한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권은 수신상품에 대해 인상 여부 검토에 들어갔지만,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일부 시중은행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예적금 일부상품 금리를 잇따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인하와 관련해 예대금리차 확대를 우려하며 압박을 넣으면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한 마디로, 은행권에 시장금리 현황과 달리 예적금 금리를 올리라고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대출금리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은 이 같은 압박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금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조달비용 상승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 수신상품 금리는 올리고 대출금리는 내리라는 요구는 무리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예년 시장 논리로 조정하던 은행권 금리 결정에 정치권과 금융당국 개입이라는 변수가 추가되면서 내부적으로도 금리 인상 또는 인하 여부를 두고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더군다나 최근 금융당국이 구두 형태로 사실상 시중은행에 예금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렸다는 점에서, 이제와서 다시 예금금리 인상 및 대출금리 인하 운운하는 건 은행 금리 결정에 혼란만 부추긴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금리와 관련해 “영업부서와 재무관련 부서 간 의견차이가 있어 금리 결정까지 신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 말 긴축기조 완화 움직임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시장금리에도 선(先)반영돼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은행권 안에서는 시장금리 왜곡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 기조와 별개로 당국의 금리개입이 변수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시장금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최악의 경우, 은행 금리가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치권과 금융당국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예대금리차에 대한 금융당국의 구두성 개입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은행권 금리 결정에 금융당국이라는 변수가 추가되면서 의사(금리)결정 과정에서 왜곡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귀띔했다.

한편, 이와 별개로 시중은행 등에서는 금리상승기 취약차주 부담 완화를 위해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 한시적 면제, 대출이자 한시 유예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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