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에도 부동산 침체 지속…“낙관론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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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에도 부동산 침체 지속…“낙관론 경계해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1.16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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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안정화·미국 금리 인하 없인 無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으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시장 침체의 주된 원인이 국외에 있는 만큼, 낙관적인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2.91%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값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로써 2022년 아파트 가격 증감율은 -7.56%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1.66%p 줄어든 수준으로, IMF 외환위기 이후 낙폭이 가장 크다. 부동산원 측은 "기준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추가하락에 대한 예상으로 매수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며 "신규 입주 물량이 있거나 입주 물량 영향을 받는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 적체가 심화되고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절벽도 깊어지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2022년 12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계약일 기준, 미반영된 신고 존재할 수 있음)는 1만4050건이다. 이는 전월 대비 23.11%, 전년 동월 대비 44.69%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11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8만359건, 전년 동기 대비 56.1% 떨어진 수준이었다. 여기에 아직 확정치는 아니지만 12월분을 합치면 2022년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29만4409건으로 잠정 집계된다. 전년보다 66.46% 줄었다.

집값 하락 흐름은 2021년 하반기부터 감지됐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에 따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문재인 정부의 전방위적 대출 규제가 이뤄진 시기다. 이후 부동산 시장은 일부 지방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해 들어선 코로나19 사태 후폭풍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에 이어, 미국발(發)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하락 흐름이 전국에 급격하게 확대됐다. 하반기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리스크, 건설사 부도 지라시 등도 수요자들의 매수심리를 저하시켰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5월 공식 출범한 윤석열 정권은 거주의무 완화, 전매제한 기간 단축, 규제지역 해제, 15억 원 초과 주택 주택담보대출 허용, 주담대 LTV 상향 조정 등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춘 각종 부동산 대책들을 연말까지 잇달아 쏟아냈다. 그럼에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집값 경착륙 우려가 확산됐고, 거래량도 회복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정부는 새해 벽두부터 서울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시켰다. 또한 미분양 주택 물량을 공공자본을 투입해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근에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PF 리스크에 휩싸인 서울 둔촌주공, 광주 학동4구역 등에 수천억 원 규모 채무보증을 서기까지 했다.

업계에선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도 올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측은 지난 연말 건설동향브리핑에서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 가격 하방압력이 완화 신호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더라도 전반적 거시경제 악화로 인해 가격 하락세를 극복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낙관론도 존재한다. 주요 언론들은 최근 둔촌주공 등 특정 분양 사업장을 들먹이면서 부동산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낸 바 있다. 또한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올린 것을 두고도 몇몇 증권업체와 언론에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마무리', '금리 인상 이 정도면 됐다' 등 보고서와 기사를 내놓으며 집값 하락세가 주춤할 여지가 있다는 식의 논리를 펼쳤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이처럼 낙관적인 전망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원자재 가격, 금리 등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요인들이 모두 국외발(發)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올해 하반기부터 집값·전세가 하락, 고금리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집주인, 특히 갭투자자들의 던지기 현상이 본격 나타날 여지가 상당하다는 측면에서 수요자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집값이 단기간에 폭등한 상황이었고, 그 직후 미국 연준에서 금리를 단기간에 급격히 올리는 바람에 부동산 시장 내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부담이 커졌다. 우리나라 정부가 뭘 어떻게 한다고 해서 바뀔 장 흐름이 아니다. 물가까지 전반적으로 올라서 구성원들은 집을 살 여유도, 여력도 없는 실정"이라며 "이중 금리 문제의 경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이뤄지진 않더라도 고금리가 최소 3년 정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5년까지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걸 오래 버틸 만한 국민들이 많지 않으니까 정부에서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더 사라고 인센티브를 자꾸 주고 있는 거다. 최근 둔촌주공에 대해 호의적인 언론 보도들도 현재 청약 당첨자들이 아니라 향후 줍줍에 참여할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나오고 있는 거라고 본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의 한 관계자는 "국외 요인은 차치하고 국내 사정만 놓고 봐도 낙관론은 터무니가 없다. 2021년 하반기 막차를 탄 사람들의 시장 이탈이 2023년 하반기 이뤄질 거다. 요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들려는 세입자들 진짜 많이 늘었다. 앞으로 HUG 등 공적 자금들이 쓰일 데가 많아질 텐데, 이걸 죄다 민간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과 건설사에 퍼주고 있는 것 같아서 심히 걱정된다"며 "낙관론이 아니라 무용론을 얘기하고 싶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고, 미국에서 금리를 본격 내리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 정부의 규제 완화는 무용(無用)"이라고 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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