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은 왜 친윤과 멀어졌나 [취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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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은 왜 친윤과 멀어졌나 [취재일기]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1.18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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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임명으로 교통정리 시도…나경원 출마 의사 유지에 친윤 ‘강경 대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에게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에게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에게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두고 나 전 의원과 친윤(親尹)이 힘겨루기에 나선 듯한 모양새기 때문입니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질주하던 나 전 의원이 당대표 도전을 기정사실화하자, 친윤이 출마 포기를 압박하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나 전 의원과 친윤의 갈등은 예견됐던 면이 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 징계로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직후부터, 나 전 의원은 유력 차기 당권 주자로 꼽혔습니다. <알앤써치>가 <뉴스핌> 의뢰로 지난해 10월 22~24일 수행하고 2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22.3%를 얻어 유승민 전 의원(20.3%)에 앞선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실은 ‘나경원 체제’로는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10월 초 <시사오늘>과 만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여소야대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내년 총선에 그야말로 ‘올인’하는 상황”이라며 “당원들 여론만 따지면 나 전 의원이 제일 유력한데, 아무래도 원내대표 시절 모습 때문에 강성 이미지가 있어서 대통령실 쪽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10월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을 부총리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합니다. 18일에는 기후환경대사 임명장도 수여했습니다. 이러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이 교통정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몇몇 언론에서는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수락함으로 인해 당권 레이스에서 이탈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곧바로 이런 해석에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임명 직후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 자리는 비상근 자리이기 때문에 어떤 제한이 있지는 않다. 당적을 내려놔야 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일에도 “제가 맡은 역할을 (윤 대통령과)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 고민이 남아있다”라며 여전히 당권에 도전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칩니다.

나 전 의원과 친윤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건 이즈음부터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친윤은 ‘내부 교통정리’와 ‘당심 100% 룰’을 통해 ‘확장성 있는 친윤 당대표’를 세우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내부 교통정리를 통해 경쟁력 낮은 후보를 배제하고, 당심 100% 룰로 비윤(非尹)을 솎아내려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출마 가능성을 살려 놓고, 지지율도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친윤이 당원들에게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결과가 현 상황이라는 겁니다. 요컨대 지속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나 전 의원이 ‘교통정리’에 응하지 않고 전당대회에 출마하려 하자, 친윤이 노골적으로 ‘불출마 압박’을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윤심(尹心)의 향방이 명확해진 지금, 나 전 의원은 당권에 도전할 수 있을까요. 일단 출마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공개 압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불출마하면 권력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정치적 미래가 위태로워지는 까닭입니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도 “되든 안 되든 지금 상황에서는 출마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나 전 의원도 출마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고, 16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만났습니다. 17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과 대통령을 이간하는 당대표가 아닌, 국민의 뜻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일부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를 시정하는 당대표가 필요하다”고 썼습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를 직격하면서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윤 대통령 임기가 4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비윤’ 깃발을 들고 나서기는 부담스럽다는 점,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는 점, 친윤과의 갈등 후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출마를 결심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만약 출마를 강행했다가 낙선할 경우 감당해야 할 손해가 막심하다는 겁니다. 때문에 설사 나 전 의원이 출마하더라도 완주보다는 ‘흥행 메이커’를 자처하는 선에서 중도 포기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과연 나 전 의원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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