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께 드리는 편지…‘강연 아닌 스킨십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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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께 드리는 편지…‘강연 아닌 스킨십이 필요한 때입니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1.18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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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주자④ 안철수 의원
인지도·확장성 강점 있지만 스킨십 부족으로 당내 기반 약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본 기사는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사들의 강점·약점 분석을 토대로 작성된 편지 형식의 기사입니다. 기사 형식상, 일반적 기사와 달리 존칭을 사용했음을 미리 밝힙니다. <편집자주>

안철수 의원은 인지도와 확장성에 강점이 있지만, 스킨십 부족으로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사오늘 김유종
안철수 의원은 인지도와 확장성에 강점이 있지만, 스킨십 부족으로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사오늘 김유종

안철수 의원님께.

의원님. 저는 2009년 6월 ‘무릎팍도사’에 출연하셨던 의원님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착하다’는 단어 외에는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던 외모, 그에 걸맞게 자신의 성공을 사회적 뒷받침 덕으로 돌리는 겸손함, 그러면서도 할 말은 하는 강단은 의원님을 일약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만들었지요.

심지어 서울시장 후보직을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양보한 통 큰 행보는 의원님을 유력 대권 주자로까지 격상시켰습니다. 물론 이후의 정치적 행보가 성공적이지만은 않았지만, 한 순간 유력 정치인으로 떠오르고 그 지지세를 10년 넘게 유지하면서 선거 때마다 ‘핵심 변수’로 활약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아마 그건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였던 의원님의 인지도, 중도진보와 중도보수에 모두 어필할 수 있는 확장성 덕분일 겁니다. 정치에서 이름만 대면 삼척동자도 알 정도의 유명세와 중도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 할 필요가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의원님은 정치인으로서 엄청난 메리트를 갖고 계신 셈입니다.

하지만 의원님. 정치 입문 이후 의원님의 모습을 보면, 과연 높은 인지도가 정치인에게 긍정적이기만 한지 의문이 듭니다. 의원님은 ‘신인 정치인’일 때부터 이미 스타였습니다. 정치에 발을 들이느냐 마느냐가 전 국민의 관심사일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의원님께는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 하나가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스킨십’입니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는 국민이 합니다. 그리고 국민 대부분은 직접 정치인을 대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때문에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에선 인지도와 이미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정치적으로 기반이 거의 없었던 의원님이 유력 대선 후보가 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6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지요.

반면 당내 경선은 다릅니다. 당내 선거에서까지 표를 행사하는 사람들은 직접적 이해관계자거나 정치 고관여층입니다. 실제로 의원님과 만나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고,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인지도나 이미지만으로 투표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가 판단 기준입니다.

그런데 의원님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와 당원만을 유권자로 하는 선거에 똑같은 방식으로 임합니다. 가치와 철학을 설파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전략 말입니다. 이런 방식은 일반 국민의 투표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당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합니다. 당원들은 만나고, 손잡고, 대화하고, 약속하는 정치인을 원합니다.

의원님은 윤석열 정부 탄생의 주역 중 한 명입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당원들에게도 그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켰지요. 대통령이 인정한 대선 승리의 주역이 높은 인지도와 확장성까지 갖추고 있다? 당대표 선거는 의원님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돼있습니다. 그래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14~16일 실시, 18일 공개한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의원님 지지율은 19.9%였습니다. 김기현 의원님이 35.5%로 1위, 나경원 전 의원님이 21.6%로 2위라고 하더군요. 김기현 의원님의 최대 강점은 소통과 스킨십이지요.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겠습니까.

지금부터라도 원내외 당협위원장, 당원 한 분 한 분을 만나서 소통하고, 지지를 호소하셔야 합니다. 사람들 모아놓고 강연하면서 언론이 보도하게 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당권을 잡을 수 없습니다. 의원님이 당대표가 된다면 총선에서 중도로 확장하기는 유리할 겁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해서는 총선 지휘봉조차 쥘 수 없습니다. 조금 더 ‘정치인스러운’ 의원님의 모습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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